2020년부터 준비해온 창작그룹 비기자의 해단식을 영상과 책자로 진행합니다.

 

 

 

 

 

 

안녕하세요

창작그룹 비기자입니다.

 

지금부터 해단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비기자는 그동안 ‘각기 다른 생각들이 꾸준하게 비길 수 있는 현장을 인문학적 문화예술 활동으로 만든다’고 활동의 의미를 소개해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긴다는 것의 의미는 훨씬 다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서로 다른 무언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도 포함됩니다. 한쪽이 빠르게 가려고 할 때, 한쪽이 느린 속도를 고수해서 앞으로 거의 나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그런 팽팽함의 연속 같습니다. 잘 보이는 것, 명확한 것, 효율적인 것, 관습적인 것, 익숙한 것, 쉬운 것, 그것의 반대편에는 또 다른 것들이 존재합니다. 그것이 예술일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무언가가 있고 그로 인한 팽팽함이 이 세계의 균형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조리하고 불평등하고 불규칙한 것들이 넘쳐나지만, 바로 그런 현실도 지탱하는 균형.

 

그 팽팽함 속에서 비기자의 위치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될지 모를 것들을 해보는 것에 집중했던 시간들이, 무엇을 ‘되게’ 하는 과정에 적절히 쓰이는 경험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비기자는 더 명확하고 적당한 것들을 선택하고 보여줘야 했습니다. 그것이 단체의 운영을 위한 현실적인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비기자라는 이름을 정리하는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제 좀 멀리 도망가 보려고 합니다. 분명한 이유와 목표를 가지고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그렇게만 살 수는 없기에 낯선 곳으로 자리를 옮겨보려고 합니다. 살짝 빗겨 나와 보니 부지런히 도망가며 살아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도 팽팽함의 어디쯤에서 작동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창작그룹 비기자의 활동에 그동안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응원해 주신 더 많은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작은 단체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사실 ‘비기자’는 우리에게 ‘이기자’보다 덜 익숙한 구호일 뿐 누구나 언제든 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이름으로 오래오래 건강하게 만나요.

 

이제, 모두, 안녕.

 

 

 

* 비기자책 다운받기

drive.google.com/file/d/1V-TCJ5M3ol6U7W6Ujh90VEaI2ylckJpO/view?usp=sharing

 

비기자책_210x297_내지_웹.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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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단식 준비과정 살펴보기

bigija.tistory.com/category/%ED%95%B4%EB%8B%A8%EC%8B%9D%EC%9D%84%20%EC%A4%80%EB%B9%84%ED%95%98%EB%A9%B0

 

'해단식을 준비하며' 카테고리의 글 목록

무한경쟁시대에 각기 다른 생각들이 꾸준하게 비길 수 있는 현장을 예술프로젝트, 전시, 공연, 영화, 교육의 방식으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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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에 책을 신청해주신 분들께는 2월 초에 배송해드리겠습니다.

창작그룹 비기자가 해단식의 일환으로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며 만든 책을 공유합니다.

책의 제목은 <컬러링북>입니다.

 

 

 

 

목차

 

  0. 흑백 인사를 건네며

 

  1. 해보는 게 중요했던 것들

 

  2. 어디를 향해서든 질문하고 싶었던 것들

 

  3. 여기저기 퍼져라

 

  4. 그 와중에 안부를 묻던 시간

 

  5. 그래도 할 말이 많아서

 

  6. 느린 인사, 해단식을 준비하며

 

 

 

(컬러 버젼) 책 다운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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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자책_210x297_내지_웹.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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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15

2010년부터 비기자와 함께 
나이를 먹어간 친구들에게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우리도 어느덧 서른 넘어 마흔 즈음...혹은 그 이상🙈
자꾸 음식을 흘리게 되는 바로 당신에게 곧 턱받이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정확히 30명.
리스트업 완료.

* 디자인 & 제작 : 놀잇감 주머니 손수 만들어주던 백수경 
* 선물 기획배경 : 디자이너가 가장 잘 만드는 아이템 턱받이 + 긴 세월의 흐름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14

비기자 해단식은 영상과 책자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곧 영상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할게요. 

책자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제작 중입니다.
책자 파일도 영상과 함께 홈페이지에 공유하겠습니다.

저희는 요즘 마곡사를 걷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창작그룹 비기자입니다.
 
비기자는 최근 몇년간 장애 예술, 장애인 예술교육, 장애문화예술교육 과 관련하여
강의, 자문, 교육, 연구 등의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 웹진, 월간지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비록 비기자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주축이 되는 내용이지만
이러한 주제와 관련하여 국내에 소개된 자료가 많지 않기에
그동안 쓴 글 등을 모아 공유합니다.
 
그러나 이 자료들은 모두 몇가지 방법론을 제시,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확고하게 정리된 개념과 매뉴얼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활동을 계획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비기자는
본 자료가 현장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확장된 질문을 발생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련 내용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 경우
아래로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대표 최선영
voslss@hanmail.net
010.8504.1077 
 
*2021년부터의 자료는 아래 홈페이지에 업로드합니다.
https://uugoorichoi.tistory.com
 
 
 
 
◈ 장애예술기획자 양성과정 <서론이 길다> 과정기록집(파일)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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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술기획자양성과정 <서론이 길다> 과정기록집(파일) 공유합니다

장애예술기획자양성과정 <서론이 길다> 과정기록집(파일) 공유합니다. *책자 파일 다운받기 drive.google.com/file/d/1NlxiScQ6wI-CGoKsKnXo6deasmQn6aBj/view?usp=sharing 2020 장애예술기획자 양성과정_서론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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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큰배미곳아트센터' 모델링 워크숍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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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큰배미곳아트센터’ 모델링 워크숍을 마치며

사단법인 로아트가 운영하는 대야미스튜디오에서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공간 ‘큰배미곳아트센터’ 모델링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대야미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있는 발달장애 창작자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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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장애인 예술 매개자 양성과정 <렛잇 비 Let it be> 결과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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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장애인 예술 매개자 양성과정 <렛잇비 Let it be> 결과자료집

2020년 충북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장애인 예술 매개자 양성과정 <렛잇 비 Let it be> 결과자료집을 공유합니다. 장애인 예술 매개자 양성과정 <렛잇비 Let it be> - 책임 프로젝트 매니저 / PM 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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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장애와 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 오픈포럼 "같이잇는가치" 발제문 <같이 좀 모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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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 오픈포럼 "2020 같이잇는가치" 발제문 <같이 좀 모르자>

장애와 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 오픈포럼 "2020 같이잇는가치"에 함께 했습니다. 자세히 보기 및 사전신청 : 소개 같이 잇는 가치 문화예술 오픈포럼 10.16.(금) 오후 5시 / 10.17.(토)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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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군포시 발달장애 예술인 지원방안 모색을 위한 연구모임 아카데미 "스튜디오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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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군포시 발달장애 예술인 지원방안 모색을 위한 연구모임 아카데미

"군포시 발달장애 예술인 지원방안 모색을 위한 연구모임" 대표의원: 신금자, 연구의원: 장경민, 홍경호, 이우천 협력단체: 사단법인 로아트 "스튜디오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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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큰배미곳아트센터' 모델링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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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큰배미곳아트센터’ 모델링 워크숍

사단법인 로아트가 운영하는 대야미스튜디오에서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공간 ‘큰배미곳아트센터’ 모델링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대야미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창작자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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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 예술 매개 온라인 포럼_ 매개자의 자기질문 : 어디서부터 무엇을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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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장애 예술 매개 온라인 포럼

2020 장애 예술 매개 온라인 포럼 매개자의 자기 질문 "어디서부터 무엇을 할 수 있나?" ◎ 일시 : 2020. 9. 22. 2시 ◎ 참여방식 : 온라인 포럼 진행동안 실시간 채팅 참여를 통한 질의응답 및 의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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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자녀의 '예술하기'가 앞서나가기 전에 / 부모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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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자녀의 ‘예술하기’가 앞서나가기 전에

*본 글은 사단법인 로아트의 내부강의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장애인 자녀의 ‘예술하기’가 앞서나가기 전에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대표 1. 나의 부모는 나의 ‘예술하기’를 사실상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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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강의] 장애문화예술교육 / 부모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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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강의] 장애문화예술교육

2020년 6월에 '함께해서신나는문화예술협동조합 틈'에서 진행한 장애문화예술교육 관련 강의가 '틈teum' 유튜브 채널에 공유되었습니다. 1편_기대하지 않고 표현으로 만나기 www.youtube.com/watch?v=d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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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전문가 매칭 프로그램 사전 간담회 발제문 '흔들리는 언어를 쌓아올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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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흔들리는 언어를 쌓아 올리는 일

* 본 원고는 서울문화재단의 '잠실창작스튜디오 전문가 매칭 프로그램' 사전 간담회를 위한 발제문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흔들리는 언어를 쌓아 올리는 일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다른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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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019 꿈틔움 예술창작소 1:1멘토링지원사업'  결과자료집 원고 : 해석의 근거, 참조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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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의 근거, 참조의 흔적

*본 원고는 서울시 '2019 꿈틔움 예술창작소 1:1멘토링지원사업' 결과자료집에 실린 글입니다. *본 사업은 <장애인문화예술판>이 총괄 운영하였습니다. *예술창작소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장애청년(만19세이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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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장애인의 생활예술 활동지원 및 FA 역량 개발방안 연구
https://bigija.tistory.com/m/148

2019  장애인의 생활예술 활동지원 및 FA 역량 개발방안 연구보고서

비기자가 운영하는 '짓거리연구소' 이름으로 참여했던 서울문화재단의 [2019 장애인의 생활예술 활동지원 및 FA 역량 개발방안 연구] 보고서가 발간되었습니다. 서울시 생활문화 활성화 사업을 중심으로 장애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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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충북문화재단 '장애인 예술 매개자 양성 프로젝트 <렛잇비:Let it be> 결과자료집 원고 : 실천을 망설이던 순간에, 나의 삶으로부터
https://bigija.tistory.com/151

실천을 망설이던 순간에, 나의 삶으로부터

*본 원고는 충북문화재단의 '2019 장애인 예술 매개자 양성과정 프로젝트 <렛잇비 : Let it be>' 결과자료집에 실린 글입니다. 실천을 망설이던 순간에, 나의 삶으로부터 창작그룹 비기자 / 최선영 첫날부터 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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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문화재단 '2019 서울형 장애 아동, 청소년 예술교육사업' 아카이빙북 원고 : 장애예술교육, 특수성을 넘어 개별성으로
https://bigija.tistory.com/138

장애예술교육, 특수성을 넘어 개별성으로

*본 원고는 서울문화재단의 '2019 서울형 장애 아동, 청소년 예술교육사업' 아카이빙북에 실린 글입니다. 장애예술교육, 특수성을 넘어 개별성으로 창작그룹 비기자 / 최선영 먼저 질문을 하고 싶다. A에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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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문화재단 웹진 [연극in] 좌담회_장애예술 매개자 편
https://bigija.tistory.com/136

서울문화재단 웹진 '연극in' 좌담회

일시:2019. 10. 27. 일. 오전 11시 장소: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실 참석: 성수연(배우), 신원정(다이애나밴드), 정소은(독립기획자), 최선영(창작그룹 비기자) 진행:문영민(장애예술 연구자) 정리: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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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발제문] 장애-예술-공동체 : 분리된 채로 연결된 
https://bigija.tistory.com/135

[발제문] 장애-예술-공동체 : 분리된 채로 연결된

공동체로 살아가기 2019.11.01. (금) 14:30~17:00 청년일자리센터 다목적홀 장애-예술-공동체 : 분리된 채로 연결된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예술가(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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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장애예술인 창작 활성화 연구 최종보고서 
http://www.i-eum.or.kr/u2/index.busan?contentId=29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음

공지사항 korea disability arts & culture center 소통/참여 공지사항

www.i-eum.or.kr

 
 
 
 
 2019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방향성 및 교보재 연구 보고서 '기대하지 않고 표현으로 만나기'

 

2019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방향성 및 교보재 연구 보고서 '기대하지 않고 표현으로 만나기'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방향성 및 교보재 연구 보고서 기대하지 않고 표현으로 만나기 본 연구는 문화예술교육 안에서 장애인의 표현활동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영역을 다시 바라봅니다. 그 순간이 누구에게, 왜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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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서울문화재단 월간지 [문화+서울]
장애 예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 다급함의 문제는 문화나 예술로 해결되지 않는다

 

장애 예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 다급함의 문제는 문화나 예술로 해결되지 않는다

테마토크 장애 예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magazine.sfac.or.kr 서울문화재단 월간지 [문화+서울]에 기고했습니다. 장애 예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 다급함의 문제는 문화나 예술로 해결되지 않는다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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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장애-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 발제문

 

2019 장애-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 발제문

2019 장애-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 발제문 장애예술이라는 영역을 어떻게 만날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 창작그룹 비기자 최선영 사례 소개를 위한 긴 서론 장애예술이라는 타이틀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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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도시놀이본부>

 

2019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도시놀이본부>

비언어적인 놀이의 가능성 : <도시놀이본부> 프로그램을 마치며 본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애인 청소년 10여 명 대부분은 언어적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비기자는 이러한 상태를 문제로 전제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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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웹진 '이음' 좌담회 : 장애인 예술과 예술교육

 

웹진 '이음' 좌담회 : 장애인 예술과 예술교육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웹진 [이음]을 통해 '장애인 예술과 예술교육'에 대한 좌담회에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좌담회 내용보기 : http://ieumzine.kr/arch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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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경기 문화예술교육 비평웹진 <지지봄봄> 26호 '누구와 무엇으로 어떻게 만날까'

 

2019 경기 문화예술교육 비평웹진 <지지봄봄> 26호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문화예술교육 비평웹진 <지지봄봄> 26호가 발행되었습니다. 비기자는 이번호에 기획과 편집에 참여했습니다. "누구와 무엇으로 어떻게 만날까" http://ggarte.ggcf.kr/?p=23 경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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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잠실창작스튜디오 <잠실,잠시> 오픈스튜디오 자료

 

2018 잠실창작스튜디오 <잠실,잠시> 오픈스튜디오 자료

2018년도에 비기자가 발제자로 참여했던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장애인 문화예술 창작공간' 관련 오픈테이블 자료를 공유합니다. 자료 정리해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2018 잠실창작스튜디오 <잠실,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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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웹진 <이음> 2호_장애 예술인 역량강화 : 교류와 협력 '우리는 만나려 하는가'  

 

우리는 만나려 하는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웹진 [이음] 2호_장애 예술인 역량강화 : 교류와 협력 장애 예술인 창작 역량 강화를 둘러싼 질문들 우리는 만나려 하는가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장애 예술이 장애인의 사회참여 또는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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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수원시평생학습관 웹진 [와] 166호_일본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사례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① 일본 야마나미 공방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① 일본 야마나미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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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수원시평생학습관 웹진 [와] 166호_일본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사례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② Swing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② S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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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수원시평생학습관 웹진 [와] 166호_일본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사례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③ 아틀리에 코나스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③ 아틀리에 코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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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수원시평생학습관 웹진 [와] 166호_일본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사례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④ 코코룸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④ 코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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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다름의 가치로 만나기> 프로젝트

 

2016 <다름의 가치로 만나기> 프로젝트

비기자는 2016년도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불가사의한 자율학습모임&프로젝트’ 지원사업에 프로젝트 팀으로 선정되어 '다름의 가치로 만나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장애문화예술교육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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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놀이창작물 제작 프로젝트 '다른 시간'

 

2015 놀이창작물 제작 프로젝트 '다른 시간'

2015 놀이창작물 제작 프로젝트 '다른 시간' (인천문화재단 '바로 그 지원' 지원사업 선정) 국내의 발달장애인법은 최근 제정되어 2015년 11월 21일부터 발의되었다. 그러나 법률은 물론 발달장애에 대한 사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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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술기획자양성과정 <서론이 길다> 과정기록집(파일) 공유합니다.

 

 

 

*책자 파일 다운받기

http://naver.me/5lx1BS6a

 

2020 장애예술기획자 양성과정_서론이길다_book.pdf

최실장님이 공유한 문서를 확인하세요.

mybox.naver.com

 

 

 

*책 신청하기

- 언제든 아래 메일로 문의주시면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필요한 권수를 알려주세요. 소진될 때까지 200여권의 책을 현장에 보내드리겠습니다.(비기자 단체 해산 이후에도 가능)

voslss@hanmail.net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중입니다. 13

 

그동안의 활동과 생각을 담은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1월 중에 신청을 받아서 책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한 단체의 포트폴리오가 아닌 다른 책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그림 : 이재환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12

 

올초 기획했다가 취소한 비기자 공유회의 제목처럼
"내일도 모르는데"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요즘 그런 마음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알 수 있었음에도
바쁘게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밥을 해먹는 것의 즐거움이라든지
두부의 고소함이라든지
가족의 뒷모습이라든지
불멍의 평화로움이라든지
그 불멍에 힘을 얻는 친구들의 존재라든지.

 

2021년은 역시나 잘 모르겠지만
이젠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힘은
오히려 많은 것들이 흐려지고 불명확해질 때
조금씩 생겨났던 것 같습니다.

 

모두 편안한 연말 보내세요.

 

 

 

 

 

 

 

 

 

 

 

 

*본 원고는 부천문화재단 정책웹진 '10,000(만)' 2020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아깝지만. 다행히도. 그럼에도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대표

 

 

 

그동안 해온 것들이 아깝지만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충분히 표현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번에는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오랜 시간 준비했고 많은 자원과 자본을 쏟아부었고 여러 사람이 마음을 담았지만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갑작스러운 상황 안에서 우리는 무기력하고 허무해지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서 ‘아깝다’는 생각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그동안 해온 것들 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아쉬움은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것들을 준비해왔을까를 생각하면 그것은 개인적 차원에서부터 국가적 차원까지 너무나 아쉽고 또한 아깝다. 그 시간의 시작점이 몇 년 전, 몇십 년 전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감정은 우리에게 더 큰 무게로 다가온다.

 

그런데 우리가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보다 솔직하게 무엇일까. 올봄에 하반기를 기대하며 놓지 못했던 것, 그리고 현재도 2021년과 그 이후를 상상하며 놓지 못하고 있는 것. 그것은 한 명의 창작 과정, 작은 대화, 보이지 않는 교감, 멈추거나 쉬어보는 시간, 느린 움직임 같은 것일까. 아니면 몇 차시 프로그램, 수백 명이 참여하는 행사, 올해 끝내야 하는 사업, 여러 사람들이 게시물을 조회했다는 근거, 생산된 결과물 같은 것들일까. 전자와 후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한쪽의 가치만을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단호하게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싶기는 하다.

 

나 역시 코로나 상황에도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노력했고 들쭉날쭉한 행사 일정에 불안해했다. 하지만 문득 작업의 진행 여부나 결과물을 중심으로 올해의 활동 의미를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큰 프로젝트가 상반기부터 무산되었고 여름에 진행하려던 행사는 밀리고 밀려 급박하게 가을에 진행되었는데 그것의 진행 여부가 과정에서의 다양한 만남과 의미보다 중요하게 전제되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어떻게든 하기라도 하면 다행이었으니까. 안 하고 넘어가기엔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런데 다시 천천히 생각해보면 급히 진행한 사업 혹은 작업들 안에서 더 시간을 두고 들여다보고 싶었던 대화나 소통의 순간들이 있었다. 그것은 길고 깊은 대화일 때도 있었고 일시적인 교감일 때도 있었는데 오히려 다수가 모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전보다 더욱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 순간에 대해 다시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면 그것은 이 다급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느리고 미련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미루거나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더 급박한 일정들을 소화해야 했으니까. 그렇게라도 해내는 것이 올해는 현실적으로도 중요하고 감사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내년부터는 어떨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제안보다 나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나는 ‘아까움’을 이유로 내려놓지 못하는 것들을 좀 더 내려놓고자 한다. 이것은 환경적 요인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을 바꿔야겠다는 판단이라기보다 그동안 미뤄왔던 질문을 마주해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내년에도 비대면 활동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그에 적절한 활동 방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은 규모의 대면 활동에서도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순간들을 더 살펴보고자 한다. 이것은 세계적인 환경 변화에 대한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빠른 대처 능력 마련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렇게 발 빠른 대응, 혁신적인 계획 수립, 대응체계 마련, 새로운 소통 방식의 개발 등 기획 및 생산의 패러다임으로부터 더욱 거리를 두고자 한다. 왜냐하면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상황이 전 세계를 덮쳤고 문화예술계 역시 그동안의 이슈들과 맞물려 그 상황을 직면했다. 그런데 어떻게 몇 개월 만에 바로 내년, 혹은 몇 년 후의 삶의 태도나 방식을 고민할 수 있을까. 시간이 필요하다. 느리게 사유하고 싶다. 그동안 바쁜 사회의 흐름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속도라고 여기며 달려왔기 때문에 이 상황을 마주한 것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다시 빠르게 대응책을 제시하려 한다면 우리는 비슷한 어려움을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

 

그때 그 사람과 충분히 대화했을까, 프로젝트 운영을 위해 누군가의 창작행위를 이용하려고만 했던 것은 아닐까, 시민 대상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전제했던 시민의 개념이 너무 피상적이지는 않았을까, 작고 느린 시도들 안에서 인간은 어떤 속도를 지켜낼 수 있을까, 큰 행사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면 그 과정에서 쓰레기는 얼마나 덜 발생할까 등등. 천천히 사유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이번에는 미루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문화적, 예술적 과정은 사회의 지배적인 흐름과 달리 효율적이고 확실한 답변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사유와 성찰은 지금 가능한 질문과 태도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는 어느샌가 불확실함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회 안에 와있다. 무언가에 의해 떠밀려 온 것인지 우리 스스로 그런 사회를 열심히 만들어낸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온 방식, 문화와 예술을 해석하거나 기획하거나 확장해온 방식 안에 우리의 긴 역사와 노력이 담겨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을 되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다른 계획이 아닌 다른 방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이 아니라 뒤로 가보며 성찰하는 것, 혹은 각자 안으로 깊이 들어가 미뤄왔던 질문을 꺼내어 보는 것. 당연히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그 시간을 확보해 보는 것. 정책이나 제도 역시 문화예술계의 어려움에 빠르게 답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주는 것만으로 사회적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수에게 닥친 불안과 불확실함 안에서 지금 필요한 태도를 신호처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꺼내어 볼 질문과 경험이 많다. 외면하고 지나온 실수도 많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실천도 많다. 이것은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다’는 구호보다 희망적인 신호가 아닐까. 하지만 그 신호는 저 멀리 우뚝 선 등대가 아니라 이제는 사방에 흩어져있는 파편화된 무언가일 것이다. 지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잠시 멈춰 서서 과연 저 멀리 빛나던 것이 등대였는지, 다른 불빛은 없는지, 어디로 먼저 가볼 수 있을지 각자의 시간을 가져 보아야 한다.

 

 

용인 어린이상상의숲을 중심으로 

만물작업소와 함께 약 4개월간 유아문화예술교육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연구 참여자들은 각자의 어린시절 놀이를 떠올려 보기도 하고

지역의 키즈카페를 답사해 아이들을 관찰하고 부모 대상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놀이시설이나 도구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행위적, 경험적 가능성을 연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환경과 조건, 방향성에 집중했습니다.

연구기간이 끝난 후에는

아이와 부모가 참여하는 프로그램 너는 어떻게 노니?를 1회 진행하였습니다.

 

 

'너는 어떻게 노니?' 참가 신청(신청 및 예비 접수 마감)

너는 어떻게 노니?

 

본 프로그램은 아이는 놀고 부모는 그 현장을 바탕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들은 ‘만물작업소’와 상상의 숲 안팎을 오가며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각자의 방식과 속도로 놀아봅니다. ‘만물작업소’는 놀이도구를 제공하거나 놀이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아이들의 단순한 행위, 감각적 경험, 비언어적 경험, 본능적 움직임 등을 관찰, 응원하며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그 현장은 실시간으로 부모에게 공유되고 부모들은 ‘창작그룹 비기자’와 놀이에 대해 수다를 나눕니다. 이 시간에는 아이들의 놀이, 아이들과의 놀이, 놀이에 대한 대화 등과 관련한 부모들의 고민을 듣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 일 시 : 2020.10.25(일) 13-15시
 장 소 : 용인어린이상상의숲(미르 스타디움 내 위치)
 대 상 : 만 3-5세를 포함한 가족 15명(가족당 최대 4명)

 

 

 

 

 

 

연구를 마치며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대표

 

 

사람을 부르는 이름이 제도나 사업 안에서는 너무 한정적이다. 그 제한적 이름 중 하나가 ‘유아’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노인, 장애인 같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는 ‘유아’라는 이름 안에 있던 사람들을 궁금해 해본 시간이었다. 너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게, 연구 주체들의 어린 시절과 요즘의 삶까지도 되짚어보며.

 

특히 나는 이제 10살이 된 아들과의 예전 기억을 많이 떠올렸다. 집에서, 야외에서 이것저것을 하며 놀거나 시간을 때우던. 아들은 특별하지 않았고 특별하게 놀지도 않았다. 무언가를 굴리고 싶을 때 그것을 굴리고 무언가를 던지고 싶을 때 그것을 던졌다. 나에게 ‘아들’로 불리던 그 ‘사람’은 당시의 욕구나 행위에 집중했고 나는 그것을 존중했다. 집이 심하게 지저분해질 정도로. 아이가 너무 위험하지만 않을 정도로.

 

 

연구 과정에서 공유했던 아들의 놀이 현장

 

 

나는 스스로 특별한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을 ‘너무 제지하지 않아서’ 주변으로부터 특별해 보이곤 했다. 그 기억은 나에게 기쁘게 남아 있지는 않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좀 틀어보고 싶었다. 어떤 사람의 행동 자체를 판단하기 전에, 그 행동을 바라보는 지배적 관점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한 사람을 충분히 들여다 봤는지. (예를 들어 위 사진처럼) 한 사람이 얼마나 벽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지, 그 순간 벽은 그 사람에게 얼마나 반가운 매체일 수 있는지, 벽과 칠판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등.

 

그래서 이 질문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번 연구에서 나눠보았고 마지막 ‘너는 어떻게 노니?’ 프로그램에서 참여 부모들에게 던져 보았다. 아이들의 놀이 현장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대단하지 않은 현장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지. 이런 시도가, 많은 이유와 언어들을 대동할 필요는 없으나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삶에도 왜 필요한지.

 

분필을 부수는 아이, 무거운 돌을 옮기는 아이, 한 자리에서 뱅뱅 돌며 바닥에 흔적을 만드는 아이, 작은 물체들에 이야기를 불어넣는 아이, 그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아이, 그리고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좀 더 오랫동안 확보하며 안정감 혹은 익숙함을 찾아보려는 아이. 많은 것이 주어지지 않은 환경에서 아이들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대해 프로그램에서는 잠시 ‘놀이’라는 개념을 부여했지만 그것은 사실 ‘아이’ 혹은 ‘유아’로 불리는 ‘사람’ 그 자체였다. 그 ‘사람’들의 장난스러운 표현이나 움직임, 미묘하거나 극명한 표정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떻게 얼마나 잘 노는지를 살펴보기 전에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대화에 참여했던 부모들은 각자의 자녀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걱정이나 불안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쯤에서 나는, 우리가 더 들여다봐야 할 곳을, 아이들의 놀이 현장에서 어른들 각자의 관점으로 옮겨보고자 했다. 그리고 불쑥 튀어나온 어른들의 불안이 어디로부터 오게 된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했다.

 

이것은 ‘놀이’라는 이번 연구의 주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노는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함을 동반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잘 노는 걸까? 잘 놀지 못하면 어떡하지? 잘 놀아줘야 할까? 잘 논다는 것에 대해서 내가(어른의 시선에서) 문화적, 교육적, 사회적 지식을 잘 알고 있을까? 이러한 불안이 작동되는 것이다. ‘너는 어떻게 노니?’라고 궁금해 하기 전에.

 

한 사람이 어떻게 노는지를 면밀하게 알게 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알면 알수록 끝이 없기도 하지만, 조금 알았다 싶을 때쯤에 관찰 대상의 관심사나 노는 방식 등이 변해서 관찰자가 다시 눈과 귀를 크게 열어야 할 때도 있다. 이것은 사람을 향하는 흥미진진한 여행 같기도 하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말로 모두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험난하고 흥미로운 여행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여행의 짧은 실험이 아니었을까.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았던 여행의 끝에서 연구 주체들과 더불어 프로그램 참여 부모들이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을 가질 수 있었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두 ‘유아’라 불리는 사람들을 위한 멋진 놀이 프로그램의 개발자, 혹은 진행자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도 놀 듯이, 여행하듯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궁금해 해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놀이의 방법이 떠오르기 전에, 같이 놀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그것은 불안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더욱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11

 

비기자의 해단 소식을 밖으로 꺼내놓고 나니

뾰족한 대안도 없는 이 결정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버스와 전철 안에서 씩씩 거리던 마음이

의아할 정도로 편안해졌습니다.

밥도 덜 거릅니다.

 

오늘은 "느슨해지기, 길 잃기, 도망가기"에 대해 말하러 갑니다.

 

 

 

 

 

 

 

 

 

 

 

 

 

 

사단법인 로아트가 운영하는 대야미스튜디오에서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공간 ‘큰배미곳아트센터’ 모델링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대야미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있는 발달장애 창작자들과 각자가 상상하는 아트센터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공간을 모형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본 원고는 그 과정을 마친 후 쓴 글입니다.

 

 

 

2020 '큰배미곳아트센터’ 모델링 워크숍

 

총괄. 이지혜
진행. Alpha.lee, 조영환
사진. 양승욱
기록. 고륜호
자문. 김성화(건축사사무소 연화)
지원. 이설희
협력. 창작그룹 비기자

 

 

 

 

 

게임, 팔굽혀펴기, 어린이 노래, 수안보, 예방접종, 순대곱창, 동물의 숲의 공존?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대표

 

 

‘모두의’ 공간이란 무엇을 전제할까. 최근 ‘모두’에게 열린 기획들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큰배미곳 아트센터> 모델링 워크숍 역시 ‘모두의’ 공간을 전제로 시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장애인을 사용자의 중심에 두었던 건축적 요소, 공간적 특성 등으로부터 벗어나 발달장애인 창작자도 편안하게 오고 갈 수 있는. 그런데 이것은 막연하게 더 다양한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공동의 공간, 모두의 공간을 상정하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가 동시에 반영될 수 있는. 이러한 관점은 사회적 의미와 공공성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유니버설 디자인도 이와 같은 측면에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공동의 가치가 대두되고 있고 실제로 그것이 중요함에도 매우 개인적인 취향, 욕구, 필요, 가치관, 관심사 등이 동등하게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란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럼에도 본 워크숍은 이와 같은 어려움을 적극 끌어안고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진행자가 워크숍 내내 참여자들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일상을 집요하게 묻고 확인했던 과정을 통해 드러난다.

특히 첫 시간에는 참여자들이 대야미스튜디오로 오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진행자는 놀이카드를 이용해 일상적인 동선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기록했다.

 

 

 

- 진행자 : 각자 몇 장의 카드를 나눠드릴 거예요. 카드에다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여기, 로아트에 오기까지 어떤 것을 했는지 알려주세요.

- 참여자1 : 저는 이렇게 썼어요. 어제 있었던 일이긴 한데 매일 이렇게 반복돼요. 제 패턴이에요. 오기 전에 게임을 했어요. 컴퓨터 게임이요. 그림 그리러 오기 전에 게임하고 왔어요.

- 진행자 : 게임 말고는 뭘 했어요? 게임밖에 안 했어요?

- 참여자1 : 점심 먹었어요. 점심. (점심을 먹었다는 내용을 계속 적는다.) 밥 먹고 나서 휴식을 취하고 게임을 해요. 게임. 쉬는 시간에 게임을 해요.

- 참여자2 : 저는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노래도 하고 싶었어요. 제목은 <어린이 노래>. 집에서 잘 놀고 있었어요. 재미있었어요. 병원에도 가요.

- 진행자 : 노래는 집에서 부르는 거예요?

- 참여자3 : 집에서 노래를 해요.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노래를 불러요. 두 팔 벌려 하늘 높이... 잠을 잡니다. 마무리입니다.

 

진행자는 발달장애가 있는 참여자들이 혹시나 답변하기를 어려워할까 봐 질문을 조금만 하거나 단순하게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참여자들이 스스로 더 자세하게 생각하고 표현하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두 번째 시간에는 워크숍이 끝난 후의 일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 진행자 : OO씨는 로아트가 끝나고 나서는 하고 싶은 게 뭔가요?

- 참여자4 : 팔굽혀펴기 하고 싶어요. 집 가서 운동해야 해요.

- 진행자 : 어떤 팔굽혀펴기를 몇 번 하고 싶어요? 팔굽혀펴기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잖아요. 그것도 한번 생각해봐요.

- 참여자4 : 50번 할 거예요. 팔굽혀펴기.

 

- 참여자5 : 로아트 끝나고 수안보 가고 싶어요. 수안보.

- 진행자 : 수안보가 어디에 있어요?

- 참여자5 : 상록수역에 수안보. 상록수역 옆에 수안보가 있어요.

 

- 진행자 : **씨는 예방주사를 맞고 싶어요? 예방주사는 어디서 맞아요?

- 참여자6 : 병원에서. 끝나고 병원 가요. 순대볶음 만들고 싶어요.

 

- 진행자 : @@씨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적었네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어떻게 그리고 싶어요? 그런 것도 자세히 적어줘요. (생략) 애니메이션도 보고 싶고 닌텐도 게임도 하고 싶다고 적었네요. ‘동물의 숲’ 할 거죠? 그러면 ‘동물의 숲’에서 뭘 하고 싶어요?”

- 참여자7 : 어떻게 아셨지? 저는 ‘동물의 숲’에서 자연 친화적인 대도시를 만들 거예요.

 

여기에는 참여자들이 발달장애인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언어와 방식으로 답변할 것이라는, 그리고 세세한 답변도 해봐야 한다는 진행자의 생각이 작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큰배미곳 아트센터를 상상하는 데에 어떤 역할을 할까.

 

한 개인의 일상을 쪼개어 살펴보는 것은 공동의 공간에 대한 접근을 개별적 삶으로부터 시작해보려는 의도와도 연관된다. 이것은 각기 다른 일상으로부터 공통점을 도출하기 위함이 아니라 각자의 삶이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를 주목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모두의 공간, 공동의 공간을 상상해보는 것에 있어서 개별성의 영역을 가장 중요하게 살피고자 했던 것이다. 이것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공간을 설계하는 과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접근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상의 공간을 함께 그려본다는 워크숍의 취지를 전제할 때, 이러한 과정은 문화적, 예술적 의미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실제화하기 적절한 규모와 시설을 판단하기 위해서 본 워크숍이 기획되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워크숍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개별성과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 공간이자 장소에 있어서 우리가 무엇을 들여다볼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비장애인의) 예상보다 발달장애인이 한 공간을 사이좋게 나눠 쓰거나 공존을 꿈꾸지는 않는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혼자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보고 싶어 했고 그 시간이 집 밖에서의 공간에서도 조금이라도 확보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문득 ’모두의‘ 공간은 모두의 ‘무엇까지’ 포함할 수 있는 공간일지 질문이 생긴다. ‘모두’라는 말도 ‘매우 다른 개별자들’이라고 풀어서 표현해보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매우 다른 개별자들의 무엇까지 우리는 고려하고 있었을까. 낯설거나 익숙하지 않은 취향, 반복적인 행위, 매우 큰 혹은 작은 목소리, 생각을 읽기 어려운 침묵, 비언어적인 표현 등도 그 ‘무엇’ 안에 적극적으로 포함되어 존중받을 수 있을까. 그것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난 후에 개별성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서 난감해진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구조물, 동선, 규모, 재질까지도 떠오르게 했던 건축 관련 워크숍에서 우리는 어디로 얼마나 뻗어나갈지 모를, 그래서 매우 인간적인 요소들을 확인했다. 이제 그 요소들이 안전함과 안정감을 위해 각자의 특성을 적당히 제어하는 일 없이 불쑥불쑥 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해본다. 이것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잘 이동할 수 있고 편리하게 생활하게 되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사람은 불편함을 줄이는 것만으로 삶의 의미를 갖게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본 워크숍은 누가 누군가의 불편함, 불평등을 해소해주기 위해서 기획,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서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일상을 각자의 목소리로 애써 표현해보았을까.

 

공간 혹은 장소는 이러한 의미를 구체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적절한 주제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동시에 언제든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논리로 흐를 수 있는 주제이기도 했다. 필요한 것을 만들(어주)면 된다는 생각이 우리에게는 더욱 익숙하니까. 하지만 우리는 실제적 계획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불명확함 안에서 이 워크숍을 진행했고 그렇기에 더욱 실험하고 사유할 수 있었다. 더 많이 물어보고 더 빗나가게 답변할 수 있었다. 많이 자주 빗나가서 그 간극이 어떤 지점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도 살필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집중했던 것들과 현실과의 연계 지점을 찾아볼 것인지, 혹은 조금 더 뻗어나가 질문해볼 것인지 또 다른 시작점에 서 있다. 현재 충분하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여기에서 보게 된 것을 다시 보자.

 

*본 원고는 성북문화재단에서 진행된 '손바닥 문화예술교육 실험실 <나 좋자고 해봤니?>'를 마무리하며 작성되었습니다. (결과자료집 수록 원고)

 

 

 

 

 

 

손바닥 문화예술교육 실험실 <나 좋자고 해봤니?>

 

일정 : 2020. 07. 23. 09. 03 () 16-18, 6

장소 : 차라리 낭만(서울 성북구 아리랑로 120-10, 정릉역 1번 출구)

진행 : 남경순(마을온예술), 예술장돌뱅이, 최선영(창작그룹 비기자)

대상 : 문화예술교육에 관심 있는 분 누구나 (15명 내외)

내용

- 나의 입장에서 바라본 문화예술교육

- 나만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 및 실험(프로그램 실행비 지원)

 

일정

구분

내용

7/23

OT

[오늘의 모양]

- 오리엔테이션, 인사하기

7/30

워크샵

[나 좋자고 해봤나 교육]

- , 개별성, 다양성에 대한 탐구

8/6

워크샵&토크

[나 좋자고 해보는 교육]

- 예술과 딴짓 사이에서 발견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대화

- 예술가/예술강사의 삶과 재미를 위한 교육 상상하기

8/13

체험

[예술장돌뱅이] 체험

- 예술가들의 1:1 프로그램 맛보기

8/20

실험

[다른 사람도 좋을까]

- 참여자별 소규모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

9/3

결과공유회

[함께 좋을 수 있을까]

- 참여자별 프로그램 발표

 

 

미래에도 나를 기다릴 질문 “나 좋자고 해봤니?”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대표, 성북문화재단 자치구 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 PM

 

 

오늘도 급박하게 기획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강사로 다녀왔다. 오랜만에 포근했던 주말,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싶었지만 무거운 재료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아침도 거르고 2시간 꼬박 걸려서 낯선 장소에 도착, 여느 때처럼 자연스럽게 짐을 풀고 별일 없이 프로그램을 마쳤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그곳에 온 참여자들과 함께. 이마저도 익숙한 일이라 나는 당황도 하지 않았다. 남겨진 다과를 야무지게 챙겨 먹고 함께 한 동료와 주말에 애썼다며 서로 다독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14년째 이렇게 누군가의 시간 혹은 사업을 채워주고 나의 공간으로 도망치듯 되돌아가는 것이 그저 살아감의 고단함인지, 그럼에도 감사한 활동의 기회인지, 혹은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것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은 이제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단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들으며 평온해지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일은 무얼 하며 쉴까 짧은 고민을 할 뿐이다.

 

이런 날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는, 현실적인 이유도 크지만 오늘처럼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의 기운 때문이다. 누군가가 열심히 다정하게 참여‘해줘서’ 고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보통 ‘참여자’로 불리는 그 사람들의 경험이나 변화, 그들과의 소통 자체에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나 가치가 너무 쏠려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참여자들과 다양한 경험을 나누면,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거나 진행한 사람에게도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의미와 동력이 생길까? 나도 오늘 진행한 프로그램에서는 참여자들과 적극적이고 다채로운 교감을 나누었는데, 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활동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생각에 빠졌을까? 이젠 적당하고 무난한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만드는 것에 큰 어려움도 없고 참여자들은 나에게 고맙다, 재미있다 소감을 남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왜.

 

 

혼자 들고 다니는 재료 가방

 

 

손바닥 문화예술교육 실험실 ‘나 좋자고 해봤니?’는 이런 경험과 혼잣말 속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이 질문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질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참여자 신청을 받으며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신청자가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예술교육의 방법론을 이야기하거나 미래 예술교육을 탐색하는 것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더욱 다급한 주제일 수도 있을 텐데, 마음속에서 툭 던져진 듯한 이 질문에 공감하며 정성스러운 신청서를 쓴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이야기를 계속해볼 수 있겠다’는 힘을 얻기도 했다. 실험실의 바로 첫 시간에 특히 그런 인상을 크게 받았는데 그 이유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동기나 이유를 참여자들이 한 명씩 이야기하던 순간 때문이었다.

 

내가 나를 아는 것은 쉽지 않지만 알고자 하는 노력, 혹은 나를 향하며 살아보려는 시도 없이 ‘삶’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것은 가능할까? 나의 ‘삶’을 담아내든 누군가의 ‘삶’을 향하거나 궁금해하든. 문화예술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어떤 분야의 활동가, 전문가 이전에 각자의 살아냄 안에 있는 ‘사람’인데 이들이 스스로 자기 삶을 충분히 바라볼 수 있을지, 그러한 기회가 공동의 주제로 다뤄지거나 모색된 시간이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자신의 삶에 대해 마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 타인의 ‘삶’도 문화예술교육 안에서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자신의 삶을 마주한다는 것은 결국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기도 했고 이러한 긴 고민을 조금 도발적인 질문으로 표현한 것이 ‘나 좋자고 해봤니?’였다. 현실적으로는 문화예술교육(뿐만 아니라 여러 일이나 활동)을 나 좋자고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질문은 ‘나 좋자고만 해보자’는 이기적이거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이따금 나도 나를 돌아보며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물음이자 제안이었다. 또한 이러한 성찰은 누군가에 의해 혹은 제도나 사업에 의해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어딘가로 흘러가버리기도 하는 것이 삶이고, 생활이니까. 문화예술교육 활동도 그 일부이기에, 정책적으로 이 영역이 점점 고도화될수록 개개인은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나는 그 흐름이나 움직임을 원했던 것인지, 나는 어디로 흘러가려고 하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거창해 보이는 이런 문제의식은 오늘의 나에게도 유효하지만 미래에도 변함없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왜냐하면 미래에도 문화예술교육이 동시대에 다뤄야 하는 주제, 지속되어야 하는 사회적 의미나 맥락, 확장될 수 있는 방안, 이와 관련한 다양한 주체들의 역할이나 역량 등에 사회적 관심이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매우 개인적인 관점에서 그렇게 예상한다.)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지점에서 자신이 소진된다고 느끼는지, 어떤 순간에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겪는지, 어떤 변화나 학습, 성찰의 기회를 원하는지, 이와 같은 접근이 실제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사회적 의미나 관점을 어떻게 확장시킬지는 지금처럼 미래에도 폭넓게 다뤄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문화예술교육에서 다뤄지거나 언급되는 ‘삶’은 주로 참여자들로 인해 드러나거나 발화되는 부분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도 든다. 이것은 특히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관찰하거나 경험하면서 나에게 구체화되었는데, 예술강사로 잘 기능하게 되는 사람은 늘어나는 반면, 바로 자기 자신으로 예술을 드러내거나 나누거나 예술에 대해 함께 질문하려는 ‘사람’은 더욱 만나기 어려워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문화나 예술의 중요한 가치는 ‘다양성’이기도 한데 그 다양성을 구현할 ‘개별성’이 문화예술교육의 주체들로부터 사라져간다고 느꼈던 것이다.

문화예술교육도 누군가에는 안정적이고 매끄럽게 잘 해내야 하는 ‘분야’로 인식되기도 하고 사회적 분위기나 정책적 구조도 그러한 방향성으로 흐르다 보니 좀 부족하거나 흔들리거나 촌스럽거나 망설이는 사람보다는 일정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활동의 기회를 갖게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그렇게도 부족함 없는 존재일까? 좋아하는 일에 열광도 했다가 힘든 순간에 엉엉 울었다가 난감한 순간에 말문도 막혔다가 처음 하는 일에는 실패도 하게 되는 사람에 대해 먼저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대부분 그리 완벽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못한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이 들쭉날쭉한 각자의 감정, 경험, 특성, 관점, 관심사, 관계, 기억, 시도 등이 지금의 문화예술교육 안에서 충분히 등장하고 있을까? 혹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을까? 만약 사라지고 있다면 그 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을까?

 

인간은 효율적으로만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문화예술교육이 특히 사업이나 담론 차원에서 고도화되면서 자기 이야기가 아닌 비슷비슷한 콘텐츠나 주제들이 안정성 위주로 다뤄지고 있는 듯하고 그 순간에 문화예술교육의 주체들은 자신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발휘하여 정해진 시간을 채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프로그램 자체는 세련되고 트랜디한데 어떤 ‘사람’이 고민하거나 실천하고 있다는 느낌은 줄어드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참여자들도 그 ‘사람’을 느낄 수 있을까?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이나 주제가 더 두드러져 보이거나 느껴진다면 그건 어떤 맥락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나 좋자고 해봤니?’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관심 갖고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 결국 나에 대한 것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짧은 시도였다.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사람이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기능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고자 하는 시간이 마련되어야 그 과정과 시도들이 타인에게도 ‘사람’의 기운으로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거대한 이야기다. 이것은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무거운 숙제로 들린다. 하지만 예술이나 문화예술교육 이전에 그것이 가닿고자 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이 숙제는 우리가 건너뛸 수 없는 중요한 질문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질문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에 ‘나 좋자고 해봤니?’라고 완곡하게 표현해본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질문은 다른 표현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나 살자고 해봤니?’, ‘나는 어떻게 살아내고 있을까?’,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을까?’ 등등. 그 질문에 참여자들은 여러 생각을 꺼내놓았고 그것은 짧은 프로그램 과정에 비해 매우 솔직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좋아하는 것을 해보거나 궁금한 것을 들춰보며 나로부터의 시작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 대해서도 더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되고 그제야 비로소 타인에 대한 관심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이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곳을 스스로 찾을 수 있어야 그 장소에 타인도 초대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장소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속되기를 스스로 바라고 있는지 알아야 외부의 요구나 기대 때문에 그 영역이 위태로워질 때, 지켜낼 수 있는 힘도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좋자고 해봤니?’라는 질문은 미래에도 다른 표현으로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을 만큼 삶은 녹록지 않을 것이고 문화예술교육은 나와는 먼 곳에서 어떤 기대에 응답하려 하고 있을지 모른다. 바로 그때, 훌륭한 문화예술교육을 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풀썩 주저앉지 않기 위해 우리는 잠시 서로에게 질문을 해봤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뿐이지만 그것은 각자에게 어떤 경험이 되었을까? 그동안 우리가 그것을 거의 해보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과연 그것은 제도나 사업이 어떤 역할을 못했기 때문일까? 그 시작점이 외부로부터 제안되기를 기다리기 전에 우리 스스로 성찰을 해보는 것, 그것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필요하다.

 

 

 

손바닥 문화예술교육 실험실 과정공유회 <나 좋자고 해봤더니>

 

손바닥 문화예술교육 실험실 과정공유회 "나 좋자고 해봤더니"

손바닥 문화예술교육 실험실 과정공유회 나 좋자고 해봤더니 한 번쯤은 '나 좋자고' 해보는 교육도 필요하지 않을까 혼잣말 같던 질문이 만들어낸 다양한 가능성을 공유합니다. ○ 일정 : 2020. 09

bigija.tistory.com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10

 

비기자 중 2/n가 수도권 밖으로의 이주를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잘 살펴보니 이미 비슷한 결정을 한 창작자나 기획자들이 주변에 있었습니다. 그들의 삶이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렇게도 살아볼 수 있다는.

 

햇볕을 쬐면서.
쉬면서.
강아지와도 시간을 나누면서.

 

이런 이야기가 또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렇게도 살아볼 수 있습니다.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09

 

수원 작업실을 비우고
배달의민족 어플이 소용없는 동네로
6톤의 짐을 실어왔습니다.

 

코로나로 일주일 동안의 일정이 모두 취소되어
지금은 멍 타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찾아가는 예술처방전'에서 <내일을 기다리는 느린 숲>을 기획했습니다.

1700명의 신청자들에게 예술꾸러미가 배달되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느린 숲'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습니다.
잘 만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각자의 '느린 숲'을 그저 바라보세요.

 

 


내일을 기다리는 느린 숲

 

갑작스러운 일이나 감정의 변화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건
느리게 오늘을 바라보고
천천히 내일을 기다리는 것일지 모릅니다.

 

다급해서 벌어진 일들과
바빠서 돌아보지 못했던 마음들을
당신의 느린 숲에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느린 숲을 만드는 방법
하나. 나무판 위에 그림조각들을 자유롭게 꽂습니다.
둘. 그게 전부입니다.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08


예전에 숲속오락실을 운영하며 모았던 동전들로

작업실 이사비용 일부를 마련했습니다.

내일은 작업실을 수원에서 공주로 옮깁니다.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07

비기자의 해단을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담론, 시의성, 운영, 발전, 개발, 콘텐츠, 역량, 계획보다는
친구, 강아지, 관계, 건강, 속도, 심정, 재미, 휴식과 관련된 이유가
더 컸습니다.

내년에는 어떤 일을 할지보다
어떻게 오래오래 재미있게 살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사진 : 공주로 같이 이주하는 비기자와 '귀봉이'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06

작업실 근처 숲에는 들개들이 삽니다.
1년 전엔 대여섯 마리였는데
해가 지면 떼지어 다니며 놀기도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한마리만 보였습니다.

나머지 개들은 어떻게 된걸까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궁금하긴 했어요.

그런데 요며칠 두 마리가 더 보였어요.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왕왕 짖기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고
이따금 걱정도 되지만
분명히 근처에 있는 존재

그렇게 살아가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떨어져 
그러나 계속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충북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장애인 예술 매개자 양성과정 <렛잇 비 Let it be> 결과자료집을 공유합니다.

 

 

장애인 예술 매개자 양성과정 <렛잇비 Let it be> 

- 책임 프로젝트 매니저 / PM 김월식(다사리 문화기획학교 교장)
- 교육진 멘토 / 최선영(창작그룹 비기자 대표), 이지혜(로아트기획자)

 

 

 

 

목차

 

 

프롤로그

 

사업과정
  사업개요
  프로그램
  사업결과

 

과정운영
  심화과정 - 실천연구
  매개연구
  온라인포럼 - 현장기록

 

사업결과
  성과공유회

 

멘토일지

 

에필로그

 

기록
  과정의 기록 - 심화과정 8번의 기록지
  과정의 기록 - 매개과정 중 집중인터뷰

 

 

 

 

 

2020렛잇비_결과자료집.pdf

 

drive.google.com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05

 

천천히 오랫동안 작업으로 인사하는 사람
다른 사람도 바라볼 줄 아는 사람
창작 근처에 있지만 삶도 같이 보이는 사람

 

감사한 분들께 인사 중입니다.
전시 축하드려요^^

 

* 사진 : 박은태 작가 개인전 "천근의 삶"(11월25일까지 인디프레스)

 

 

 

 

장애와 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 오픈포럼 "2020 같이잇는가치"에 함께 했습니다.

자세히 보기 및 사전신청 :

 

서울문화재단>예술공간>잠실창작스튜디오>주요사업

장애∙비장애 동행 프로젝트 <같이 잇는 가치> 소개 같이 잇는 가치 문화예술 오픈포럼 10.16.(금) 오후 5시 / 10.17.(토) 오후 6시 ※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하여 온라인 사전 신청자에 한해 입장 가

www.sfac.or.kr

 

 

 

포럼 다시보기

www.youtube.com/playlist?list=PLF6OVRH0Mb0R31QJAawBZZ-kQ2jJ1sqZk

 

[2020 같이 잇는가치] 오픈포럼

 

www.youtube.com

 

 

 

 

 

 

발제문

 

 

같이 좀 모르자

 

창작그룹 비기자 대표 최선영

 

 

내가 왜 지금까지 장애인의 창작활동이나 삶을 궁금해하며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고 다시 말하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장애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장애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그럼 무엇을 더 말하고 싶은지 나도 정확하지는 않다. 그런데 내가 하고 있는 말, 혹은 내가 하는 활동은 타인에 의해 분명하게 해석되기도 한다. 사회적이거나 정의롭거나 선한 것으로 말이다. 누군가는 나의 활동을 이야기할 때 기특하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나에게도 분명하지 않은 동기와 의지, 혹은 목적이 ‘장애’라는 이름과 만나 누군가에게 분명해질 때 나는 의아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판단하기 전에 같이 궁금해할 수는 없을까. 어쩌면 그 단서는 장애라는 주제 밖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13년 전,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을 우연히 접한 후로 궁금한 것, 모르는 것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어쩌면 그 범위가 점점 커져 가기만 해서 기획도 해보고 워크샵도 해보고 해외사례도 찾아보고 낯선 형태의 연구보고서도 써보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서 내가 인식하기 어려운 이야기나 삶, 그리고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그 과정의 끝에서 구체적인 무언가를 알고 싶지 않다. 오히려 누군가가 함부로 ‘안다고 할 수 없는 어려움과 복잡함’을 더 자주 만나왔기 때문이다. 장애, 거기다 예술까지 덧붙여진 무언가에 있어서. 그래서 이 끝없는 어둠인지 공기인지 시간인지, 그것이 가득찬 터널을 같이 갈 사람을 만나고 싶다. 불확실한 길의 끝을 또렷하게 그려내는 사람 대신 그 길을 나와는 다른 방식과 속도로 걸어가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해결사가 되고 싶은 것도, 해결사들을 조직하고 싶은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반듯한 길을 가다가도 가파른 동굴 속으로 때굴때굴 굴러가버리는 예술도 함께 쫓고 싶으니까.

 

 

 

낯선 형태의 연구보고서로 마무리된 질문들

(2018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방향성 및 교보재 연구보고서

⌜기대하지 않고 표현으로 만나기⌟ 연구원_김지영, 신원정, 신재, 유선, 최선영)

 

 

 

여기에 내가 아직도 알지 못하는 것들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고자 한다. 모르는 것들이 이렇게 많으니 앞으로만 나아가지 말고 같이 좀 뒤로도 가고 옆으로도 가고 바닥 깊숙이도 내려가 보자. 외롭지 않게 같이 좀 모르자. 이것은 장애에 대해 알아가자는 주장이 아니라 장애를 포함한 어떤 세계, 그러나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세계에 대해 같이 궁금해하자는 외침이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는 왜 장애인의 예술하기를 기대하거나 지원하고 있을까”

 

“정책적 대상으로서의 장애인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멀어져 다른 말과 관점을 마련하고자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장애인의 특수성이 아닌 인간의 개별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창작활동을 살펴보려는 시도를 충분히 해봤을까”

 

“누가 누군가를, 혹은 사회가 누군가를 포용하기 위해 예술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은 정말 그것을 가능하게 할까. 가능 여부를 고려할 때 전제된 ‘예술’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 양상, 모습을 띄고 있을까”

 

“(인간의 삶이 아름답지만은 않은데) 나는 왜 장애인의 어둡거나 기괴하거나 더럽거나 모호하거나 처참하거나 우울한 창작활동은 충분히 만나지 못하고 있을까. 또한 그러한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장애인의 삶을 지지할 수 있는 관점과 언어는 마련되어 있을까”

 

“내가 장애인의 창작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연구에 참여했을 때, 왜 10년 전 특수학교에서 만났던 3년간 끈만 흔들던 OOO를 자꾸 떠올리게 되었을까. 나는 왜 곧바로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장애인의 창작이 활성화되는 상태’라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었을까”

 

“긍정적인 삶의 경험을 토대로만 창작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면, 장애인에게는 상처받거나 실패할 수 있는 권리가 얼마나 있을까”

 

“장애인의 표현 및 창작활동이 활성화되는 것과 더불어,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활성화될 수 있을까”

 

“왜 계속 질문을 하다 보면 그 내용이 꼭 장애인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까”

 

그리고

“나는 대안을 말해야 할 것 같은 자리에서도 왜 아직도 질문만 하고 있을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안을 먼저 말하지 않는 것의 필요성, 혹은 대안을 말하는 것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장애인이라고 뭉뚱그려진 존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내가 계속 질문할 수 있으려면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니까. 나는 나를 위한 질문을 찾고 있을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같이 모르자는 말은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를 포함한) 질문하는 주체들을 위한 제안이다. 각기 다른 사람들은 서로의 삶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다양한 삶이 혼재된 세계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궁금해할 수 있는 것은 넘치고 또 넘친다. 만약 사람 간에 서로 동등하게 모를 수 있다면 궁금함이 전제된 다양한 만남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예술’이 그 만남의 방식이나 언어가 된다면 궁금함의 영역은 끝도 없이 넓어지거나 혹은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기에 예술 근처에서 서성이며 질문하고자 한다. 예술은 어떤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공식은 되기 어렵지만 우리가 맴맴 돌며 떠나지 않게 만드는 장소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내가 언제부터 여기에서 서성이고 있었나 떠올려보다가 몇 장의 흔적을 발견했다. 10년 전 특수학교 방과후 강사 시절, 산속에 덩그러니 있던 학교 주변으로 공사장 펜스가 쳐졌는데 나는 그 앞을 오가다 혼자 시를 썼었다. 나는 왜 수업준비를 해도 모자를 시간에 펜스 위에 덧씌워진 거짓말 같은 꽃들을 사진으로 찍고 그 위에 글을 쓰고 있었을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혼잣말 같은 질문들이 결국 ‘여전히 모르겠다’는 오늘의 고백과 ‘같이 좀 모르자’는 외침만 남기게 되었는데.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04

 

비기자의 해단 소식이

널리널리 빠짐없이 퍼져나가고 있어 기쁩니다.

처음 만나는 분도 알고 있을 정도로^^

 

문득 이 인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느린 편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작, 설립, (그리고 요즘은) 브랜딩...

그것만큼 인사, 정리 그리고 공유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사진 : 공주에 같이 가는 '복많이'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03

 

비기자 멤버는 고정적이지 않지만

최근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5명입니다.

 

해단식을 앞두고

2명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고

1명은 창작활동과 개인사업을 이어가고 있고

2명은 일단 지방으로 이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방 이주를 준비하는 2명의 예술인은

한국주택공사와 은행의 대출심사를 위해 서류 17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일 먼저 요구되는

'재직증명서'를 대체할 다른 서류들을

예술인 상황에 맞춰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회제도 안에서 사람은 직장인과 개인사업자,

그리고 프리랜서로만 증명될 수 있는 건가 생각도 듭니다.

 

오래전 같은 출발점에 있던 친구들이

왜 어디로 흩어져갔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알 수 없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의 소식은

우수한 사례로 곧잘 소개되었습니다.

 

그래서 비기자의 느린 인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불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데

단지 지금 그렇다는 것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02

 

인사가 필요한 심정을,

멤버 MC.mama가 2017년에 발표한 음악의 뮤직비디오로 공유합니다.

 

 

 

신호등

 

버티면 버텨진다는 시뻘건 그 말

버티면 버텨진다는 시뻘건 그 말

버티면 버텨진다는 시뻘건 그 말

버티면 버텨진다는 시뻘건 그 말

 

덮으면 덮어진다는 시퍼런 그 맘

덮으면 덮어진다는 시퍼런 그 맘

덮으면 덮어진다는 시퍼런 그 맘

덮으면 덮어진다는 시퍼런 그 맘

 

버티면 버텨진다는 시뻘건 그 말

버티면 버텨진다는 시뻘건 그 말

버티면 버텨진다는 시뻘건 그 말

버티면 버텨진다는 시뻘건 그 말

 

덮으면 덮어진다는 시퍼런 그 맘

덮으면 덮어진다는 시퍼런 그 맘

덮으면 덮어진다는 시퍼런 그 맘

덮으면 덮어진다는 시퍼런 그 맘

 

 

 

 

 

 

 

작사_MC.mama

작곡/연주_DJ.papa, Joon smith

 

 

* 계속 듣기 : https://soundcloud.com/mc_mama/mcmama-vol2-02-2017

 

MC.mama Vol.2 02 신호등 2017

이 노래들은 사람들이 갈 수 있지만 많이 가지 않는 동네 공터를 걷거나 쉬다가 만들었다. http://choisunyoung.tistory.com

soundcloud.com

 

 

(비기자가 운영하는 '짓거리연구소'의 기획)

 

 

2020 경기상상캠퍼스 입주단체 연계프로젝트

일곱 가지 놀이와 전시 <애간장올림픽>

 


2020.10.27.-11.3 (월요일 휴관)
경기상상캠퍼스 청년1981 2층 밍글링존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로 166)

 

 

기획 / 짓거리연구소 
협력 / 띠리리제작소 
후원 /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경기상상캠퍼스 

 

 

 

놀잇감 제작 : 띠리리제작소, Alpha.lee

전시안내 : 김예원

전시설치 협력 : 고륜호, 권오하

포스터 이미지 : 이려진
포스터 디자인 : 즈즈스

사진 : 양승욱

영상 : 이재환

 

 


띠리리제작소와 함께 만든 놀잇감을 전시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어떻게든 이기고 싶지만 놀다 보면 비길지 모릅니다.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과 놀이를 관람하는 사람이 애간장이 탈 만큼 과정 자체로 흥미로운 놀이 현장을 올림픽 컨셉으로 만들었습니다. 보통의 올림픽에서는 경쟁을 통한 결과가 중요시되지만 <애간장 올림픽>에서는 오히려 참여자들이 동등하게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더불어 반어적 해석이 드러나도록 더욱 올림픽 컨셉을 유지하고 다양한 참여가 가능한 현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장애예술기획자 양성과정 <서론이 길다>에서 질문을 나눕니다


<서론이 길다>에서는 지난 2개월간
사업기획이나 실행보다는 리서치와 대화에 집중했습니다.

참여자들은 장애와 예술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살피며
각자의 질문을 찾아보았습니다.
아직 진행 중인 고민을 결과로 발표하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그 질문을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답변으로 공유해주세요.

끌리는 질문에만 답변하셔도 좋습니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변하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에 답변하기

docs.google.com/forms/d/e/1FAIpQLSfCH5u9mxfQbZY7Y9YVP4Sh7Mt3gElx4UWooT07dkIpJTIjjQ/viewform

 


* 답변의 일부는 <서론이 길다> 과정기록집에 수록될 수 있습니다.
* 답변자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 답변 기간 : 2020.10.29 - 11.10


🌘 비기자는 천천히 인사 중입니다. 01

 

비기자 중 n분의2는 충남 공주시로 올겨울 이주합니다.

배산임수 터에 자리를 잡고 강아지들과 금강의 기운을 받으며 살아보려고 합니다.

 

해단식 소식을 전한 후,
오히려 "정말 안되는 것인지", "다른 출발은 무엇일 수 있을지"

함께 대화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힘이 납니다.

 

여러 사람들과 천천히 인사하며 오래오래 재미있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연수문화재단의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 통합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문화다양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놀이형 리서치 <곁을 내어주는 테이블>을 진행했습니다. 

인천시 연수구 일대에서 10월 중 총 5회 진행하였습니다.

 

나의 옆집에 누가 이사올지 구슬을 굴려 상상해보고

그 사람에게 곁을 내어줄 수 있을지

혹은 그러한 관계설정도 필요할지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개개인의 관점이 교차되는 순간을 마주하며

2020년의 문화다양성은

보다 일상화된 논의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최/주관 : 연수문화재단

*기획 : 창작그룹 비기자

*놀잇감 제작 : 띠리리제작소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전문가 매칭 프로그램 중 김기정 작가 비평문

 

 

 

언제나 열릴 수는 없다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대표

 

 

그림을 마주한 사람은 그림이니까, 그림이라서, 그림 안에 무엇이 그려졌는지를 보려고 한다. 이곳에 나무를 그렸구나, 나무들을 채워 넣어 숲을 그렸구나, 숲을 통해 어떤 주제를 표현하려고 했구나 라는 서사적 해석도 시도한다. 그림을 그린 사람을 ‘예술가’ 혹은 ‘작가’로 호명하기 위해서는 서사나 주제, 혹은 그림 속 형상이 너무 단순하거나 평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필요성도 느낀다. 회화를 다르게 인식하고자 하는 의지보다 회화를 회화답게 인식해야 할 필요성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또한 독특한 표현기법은 주제를 뒷받침해주는 적절한 요소로 배치되기를 바란다. 주제보다 표현기법이 두드러진 작품의 경우, 창작자가 ‘할 말’을 치열하게 찾는 대신 화려한 표현기술을 보여주려 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야기나 주제를 보여주는 화면으로서의 그림 혹은 회화. 창작자에게 “무엇을 그렸는지”, “왜 그렸는지”를 주로 묻게 될 때 전제되는 관점. 그 안에는, 그림 속 맥락과 의미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그런 기대 혹은 전제를 안고 김기정 작가의 작품을 보면 질문이 많아진다. 나무나 꽃, 동물, 풍경 등 매우 구체적인 형상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은 일반적인 ‘그림’의 요소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그것을 통해 어떤 주제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왜 그렸는지 작가에게 질문하게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림에서 점점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려낸 이미지가 아니라 무언가를 그려내는 표현방식이다. 새의 깃털 사이로 보이는 겹겹이 쌓인 붓 자국, 손톱만 한 꽃잎을 여러 색으로 쪼개어 채워 넣은 흔적, 한 가지 색을 한 획씩 그어 만들어낸 넓은 하늘. 이것은 효율적인 작품 완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길고 느린 시간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무엇을 기준으로 ‘느린’을 판단할지 주춤하게 된다. 왜냐하면 작업의 속도는 창작자에게 매우 개별적인 방식이나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정 작가의 작품 위에 드러난 또렷한 형상 대신 켜켜이 쌓인 어떤 속도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작품을 보는 방식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채워진 이미지 이전에 이미지를 채우는 속도를 들여다보는 접근도 가능할 것이다.

사실 다르게 보기의 필요성을 말하는 이유는, 필자가 작가를 몇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던 순간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리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다. 작가는 먼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설명하려 하지 않았고 나는 그것을 듣기 위한 질문을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 마치 작가가, 정해놓은 색깔을 고르는 대신 화면이 흘러가는 대로 다음 붓질을 하듯 각자의 발화 속에서 연결할 문장을 찾아보았다. 그중 흥미로웠던 대화는 작가가 무엇을 왜 그렸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닌, 아예 다른 것이었다.

 

김기정 : 열렸어요.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서 마음이 편안하고 좋아졌어요.

최선영 : 그러면 지금은 열린 거예요?

김기정 : 조금 열린 것 같아요.

최선영 : 원래 작가님은 다 말할 수 있었군요. (나는 작가가 말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했었음을 고백했다.)

김기정 : 아무한테나 다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최선영 : 작가의 그림은 열려있나요?

김기정 : 열렸다가 닫혔다가.

최선영 : (스튜디오 안에서) 이 중에 가장 열린 그림은 뭔가요?

김기정 : (작가가 한 그림의 제목을 말한다.)

최선영 : 그럼 이 중에 가장 닫힌 그림은 뭔가요?

김기정 : (작가가 다른 그림의 제목을 말한다.)

 

나의 어떤 질문에 작가는 목적어 없이 ‘열렸어요’라고 답했다. 작가가 목적어를 빼먹은 것인지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나는 그 목적어를 알아내는 대신 무언가가 열렸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에 집중했다. 모호할 수 있는 표현을 답변의 맨 앞에 위치시킨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했다. 열리고 있거나 열린 것, 그것은 한 가지만이 아닐 수 있다. 여러 차원으로 혹은 여러 사람에게 열릴 수 있는 무언가가 작가에게 있고 동시에 닫힐 수 있는 무엇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살피려고 했다. 그리고 “열렸어요”라는 답변 이후 우리의 대화는 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표현의 질문들을 할 수 있었다. 그 질문들은 작가를 만나기 전, 포트폴리오나 전시경력을 참고해서 마련할 수 있었던 질문들이 아니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열리나요?”

“이 그림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열렸나요?”

“어떤 일이 생기면 그림을 그릴 때도 닫혀버릴까요?”

“누구에게 가장 열려있나요?”

“열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작가는 질문마다 천천히 공을 들여 답변을 하였다. 그 답변을 여기에 적지 않는 이유는 무엇을 답변했는지보다 그 답변을 하기 위해 작가가 입을 떼는 순간까지의 시간이 더 솔직한 답변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답변마다 당연히 달랐다. 답변의 속도가 달랐다고도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이 완성되어가는 속도가 다르듯이 말이다. 나는 묻고 싶었던 마지막 질문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열리고 싶나요?”


이것은 작가의 그림 앞에 선 나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남겨져야 할 질문일 수 있었다. ‘작가는 어떻게 열리려고 하는가.’ 현재 내가 ‘예측하는’ 답변은 예쁘거나 아름답거나 안전하게 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그것을 정말 원하고 있을까. 작품의 표면 뒤로 숨지 않는 작가를 찾아 헤맬 때 애타게 외치는 그 질문을 여기에서도 남겨두었다. 왜냐하면 매 순간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현재를 드러낼 수 있는 인간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작품이 ‘열렸다가 닫혔다가’ 한다고 표현한 작가의 답변이 솔직해 보인다. 그렇다면 김기정 작가만이 아니라 인간은 왜 ‘언제나’ 열리지 않을까, 혹은 왜 이따금 닫힐까. 이러한 질문은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자연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화면 속 서사나 주제를 분명하게 알아내는 데에 큰 도움은 되지 않으나 작가가 그 형상들을 선택하여 화면을 채우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인간에 대한 보편적 질문으로 ‘왜 계속 열리지 않는지’를 생각하다가 점점 김기정이라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된다면 말이다.

 

이쯤에서 등장하는 것이 작가의 일상 혹은 삶이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라는 요소보다 그 장애를 둘러싸고 있는 시선이나 개입, 혹은 그것과 애써 연관 지을 필요 없는 하루의 일과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작가는 왜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할까” 라는 질문을 “당신은 왜 일상적 관계나 대화를 열려고 하지 않나요?”라고 단정해서 던지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작가의 삶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삶의 속도와, 속도를 주변의 속도와 맞추기 위해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하는 작가의 노력도 자연스럽다. 그것은 김기정 작가에게만 특별하게 해석되어야 할 자연스러움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다른 방향, 속도, 온도, 강도, 밀도, 생각, 사람,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한다.

 

 

전망 좋은 방, 캔버스에 아크릴, 53x65.1, 2020

 

 

그러다 문득 스튜디오에 걸린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그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언제나 열리는 것은 아닐 텐데 왜 그림들은 표면적으로 아름답고 화려할까. 마치 활짝 열린 것처럼. 작가는 왜 닫힐 때에도 열린 것처럼 그림을 그릴까. “이 중에 가장 닫힌 그림은 뭔가요?”라는 나의 질문에 작가가 매우 장식적이고 화려한 그림을 가리켰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작가는 김기정이라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향한 대응으로 닫힌 그림도 열린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작가는 매우 사회적인 관계를 고민하며 대응하고 있는 창작자일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 대응을 친절하고 상호적인 언어적 반응으로 해내고 있으나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이자 노력으로 자신의 ‘열림’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의 장애 특성만을 이유로 작가가 그림을 통해 열렸다, 비로소 예술이 작가를 열리게 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그 노력을 보지 않는 판단일 수 있다. 작가도, 작가의 그림도 매번 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작가는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예쁘게 닫기도 하고 화려하게 닫아버리기도 하면서. 그래야만 자신이 그림 안에서 안전하게 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예술은 창작자의 닫힘을 가리거나 대체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렵고 이따금 매정하다. 그렇기에 그림을 안전하게 닫으려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창작자는 외롭게 열리며 스스로를 지키고 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아름다운 작품의 표면 대신 위풍당당하지 않아도 되는 솔직함이 창작자를 지켜줄 수 있을지 창작자도 그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불안하고 모호하다. 한편,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예술을 분명한 형상, 섬세한 표현기법, 화려한 색감으로만 전제할 경우, 그것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예술의 영역을 (작가를 포함한) 우리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김기정 작가의 ‘입이 열리고 닫히는 것’에만 집중하면 작가가 현재 무엇을 향해 무엇을 어떻게 열려고 하는지 혹은 닫으려고 하는지 알 수 없듯이 말이다. 한 점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몇 개월의 시간을 들이는 작가는 이미 (그림을 포함한) 답변을 들고 질문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가 애써 예쁜 답변을 꺼내놓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때 작가의 열린 목소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릴 것이다.

 

 

엄마와 봄나들이, 캔버스에 아크릴, 51x97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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