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그룹 비기자가 해단식의 일환으로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며 만든 책을 공유합니다.

책의 제목은 <컬러링북>입니다.

 

 

 

 

목차

 

  0. 흑백 인사를 건네며

 

  1. 해보는 게 중요했던 것들

 

  2. 어디를 향해서든 질문하고 싶었던 것들

 

  3. 여기저기 퍼져라

 

  4. 그 와중에 안부를 묻던 시간

 

  5. 그래도 할 말이 많아서

 

  6. 느린 인사, 해단식을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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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술기획자양성과정 <서론이 길다> 과정기록집(파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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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장애예술기획자 양성과정_서론이길다_book.pdf

최실장님이 공유한 문서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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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든 아래 메일로 문의주시면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필요한 권수를 알려주세요. 소진될 때까지 200여권의 책을 현장에 보내드리겠습니다.(비기자 단체 해산 이후에도 가능)

voslss@hanmail.net

 

 

 

용인 어린이상상의숲을 중심으로 

만물작업소와 함께 약 4개월간 유아문화예술교육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연구 참여자들은 각자의 어린시절 놀이를 떠올려 보기도 하고

지역의 키즈카페를 답사해 아이들을 관찰하고 부모 대상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놀이시설이나 도구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행위적, 경험적 가능성을 연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환경과 조건, 방향성에 집중했습니다.

연구기간이 끝난 후에는

아이와 부모가 참여하는 프로그램 너는 어떻게 노니?를 1회 진행하였습니다.

 

 

'너는 어떻게 노니?' 참가 신청(신청 및 예비 접수 마감)

너는 어떻게 노니?

 

본 프로그램은 아이는 놀고 부모는 그 현장을 바탕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들은 ‘만물작업소’와 상상의 숲 안팎을 오가며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각자의 방식과 속도로 놀아봅니다. ‘만물작업소’는 놀이도구를 제공하거나 놀이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아이들의 단순한 행위, 감각적 경험, 비언어적 경험, 본능적 움직임 등을 관찰, 응원하며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그 현장은 실시간으로 부모에게 공유되고 부모들은 ‘창작그룹 비기자’와 놀이에 대해 수다를 나눕니다. 이 시간에는 아이들의 놀이, 아이들과의 놀이, 놀이에 대한 대화 등과 관련한 부모들의 고민을 듣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 일 시 : 2020.10.25(일) 13-15시
 장 소 : 용인어린이상상의숲(미르 스타디움 내 위치)
 대 상 : 만 3-5세를 포함한 가족 15명(가족당 최대 4명)

 

 

 

 

 

 

연구를 마치며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대표

 

 

사람을 부르는 이름이 제도나 사업 안에서는 너무 한정적이다. 그 제한적 이름 중 하나가 ‘유아’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노인, 장애인 같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는 ‘유아’라는 이름 안에 있던 사람들을 궁금해 해본 시간이었다. 너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게, 연구 주체들의 어린 시절과 요즘의 삶까지도 되짚어보며.

 

특히 나는 이제 10살이 된 아들과의 예전 기억을 많이 떠올렸다. 집에서, 야외에서 이것저것을 하며 놀거나 시간을 때우던. 아들은 특별하지 않았고 특별하게 놀지도 않았다. 무언가를 굴리고 싶을 때 그것을 굴리고 무언가를 던지고 싶을 때 그것을 던졌다. 나에게 ‘아들’로 불리던 그 ‘사람’은 당시의 욕구나 행위에 집중했고 나는 그것을 존중했다. 집이 심하게 지저분해질 정도로. 아이가 너무 위험하지만 않을 정도로.

 

 

연구 과정에서 공유했던 아들의 놀이 현장

 

 

나는 스스로 특별한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을 ‘너무 제지하지 않아서’ 주변으로부터 특별해 보이곤 했다. 그 기억은 나에게 기쁘게 남아 있지는 않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좀 틀어보고 싶었다. 어떤 사람의 행동 자체를 판단하기 전에, 그 행동을 바라보는 지배적 관점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한 사람을 충분히 들여다 봤는지. (예를 들어 위 사진처럼) 한 사람이 얼마나 벽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지, 그 순간 벽은 그 사람에게 얼마나 반가운 매체일 수 있는지, 벽과 칠판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등.

 

그래서 이 질문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번 연구에서 나눠보았고 마지막 ‘너는 어떻게 노니?’ 프로그램에서 참여 부모들에게 던져 보았다. 아이들의 놀이 현장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대단하지 않은 현장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지. 이런 시도가, 많은 이유와 언어들을 대동할 필요는 없으나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삶에도 왜 필요한지.

 

분필을 부수는 아이, 무거운 돌을 옮기는 아이, 한 자리에서 뱅뱅 돌며 바닥에 흔적을 만드는 아이, 작은 물체들에 이야기를 불어넣는 아이, 그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아이, 그리고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좀 더 오랫동안 확보하며 안정감 혹은 익숙함을 찾아보려는 아이. 많은 것이 주어지지 않은 환경에서 아이들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대해 프로그램에서는 잠시 ‘놀이’라는 개념을 부여했지만 그것은 사실 ‘아이’ 혹은 ‘유아’로 불리는 ‘사람’ 그 자체였다. 그 ‘사람’들의 장난스러운 표현이나 움직임, 미묘하거나 극명한 표정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떻게 얼마나 잘 노는지를 살펴보기 전에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대화에 참여했던 부모들은 각자의 자녀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걱정이나 불안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쯤에서 나는, 우리가 더 들여다봐야 할 곳을, 아이들의 놀이 현장에서 어른들 각자의 관점으로 옮겨보고자 했다. 그리고 불쑥 튀어나온 어른들의 불안이 어디로부터 오게 된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했다.

 

이것은 ‘놀이’라는 이번 연구의 주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노는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함을 동반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잘 노는 걸까? 잘 놀지 못하면 어떡하지? 잘 놀아줘야 할까? 잘 논다는 것에 대해서 내가(어른의 시선에서) 문화적, 교육적, 사회적 지식을 잘 알고 있을까? 이러한 불안이 작동되는 것이다. ‘너는 어떻게 노니?’라고 궁금해 하기 전에.

 

한 사람이 어떻게 노는지를 면밀하게 알게 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알면 알수록 끝이 없기도 하지만, 조금 알았다 싶을 때쯤에 관찰 대상의 관심사나 노는 방식 등이 변해서 관찰자가 다시 눈과 귀를 크게 열어야 할 때도 있다. 이것은 사람을 향하는 흥미진진한 여행 같기도 하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말로 모두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험난하고 흥미로운 여행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여행의 짧은 실험이 아니었을까.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았던 여행의 끝에서 연구 주체들과 더불어 프로그램 참여 부모들이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을 가질 수 있었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두 ‘유아’라 불리는 사람들을 위한 멋진 놀이 프로그램의 개발자, 혹은 진행자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도 놀 듯이, 여행하듯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궁금해 해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놀이의 방법이 떠오르기 전에, 같이 놀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그것은 불안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더욱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찾아가는 예술처방전'에서 <내일을 기다리는 느린 숲>을 기획했습니다.

1700명의 신청자들에게 예술꾸러미가 배달되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느린 숲'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습니다.
잘 만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각자의 '느린 숲'을 그저 바라보세요.

 

 


내일을 기다리는 느린 숲

 

갑작스러운 일이나 감정의 변화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건
느리게 오늘을 바라보고
천천히 내일을 기다리는 것일지 모릅니다.

 

다급해서 벌어진 일들과
바빠서 돌아보지 못했던 마음들을
당신의 느린 숲에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느린 숲을 만드는 방법
하나. 나무판 위에 그림조각들을 자유롭게 꽂습니다.
둘. 그게 전부입니다.

 

 

 

 

 

 

 

 

 

 

 

 

 

 

 

 

 

 

 

 

 

 

 

 

 

 

 

 

 

 

 

 

 

 

 

 

 

 

 

 

 

 

 

 

 

2020년 충북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장애인 예술 매개자 양성과정 <렛잇 비 Let it be> 결과자료집을 공유합니다.

 

 

장애인 예술 매개자 양성과정 <렛잇비 Let it be> 

- 책임 프로젝트 매니저 / PM 김월식(다사리 문화기획학교 교장)
- 교육진 멘토 / 최선영(창작그룹 비기자 대표), 이지혜(로아트기획자)

 

 

 

 

목차

 

 

프롤로그

 

사업과정
  사업개요
  프로그램
  사업결과

 

과정운영
  심화과정 - 실천연구
  매개연구
  온라인포럼 - 현장기록

 

사업결과
  성과공유회

 

멘토일지

 

에필로그

 

기록
  과정의 기록 - 심화과정 8번의 기록지
  과정의 기록 - 매개과정 중 집중인터뷰

 

 

 

 

 

2020렛잇비_결과자료집.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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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자가 운영하는 '짓거리연구소'의 기획)

 

 

2020 경기상상캠퍼스 입주단체 연계프로젝트

일곱 가지 놀이와 전시 <애간장올림픽>

 


2020.10.27.-11.3 (월요일 휴관)
경기상상캠퍼스 청년1981 2층 밍글링존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로 166)

 

 

기획 / 짓거리연구소 
협력 / 띠리리제작소 
후원 /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경기상상캠퍼스 

 

 

 

놀잇감 제작 : 띠리리제작소, Alpha.lee

전시안내 : 김예원

전시설치 협력 : 고륜호, 권오하

포스터 이미지 : 이려진
포스터 디자인 : 즈즈스

사진 : 양승욱

영상 : 이재환

 

 


띠리리제작소와 함께 만든 놀잇감을 전시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어떻게든 이기고 싶지만 놀다 보면 비길지 모릅니다.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과 놀이를 관람하는 사람이 애간장이 탈 만큼 과정 자체로 흥미로운 놀이 현장을 올림픽 컨셉으로 만들었습니다. 보통의 올림픽에서는 경쟁을 통한 결과가 중요시되지만 <애간장 올림픽>에서는 오히려 참여자들이 동등하게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더불어 반어적 해석이 드러나도록 더욱 올림픽 컨셉을 유지하고 다양한 참여가 가능한 현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연수문화재단의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 통합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문화다양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놀이형 리서치 <곁을 내어주는 테이블>을 진행했습니다. 

인천시 연수구 일대에서 10월 중 총 5회 진행하였습니다.

 

나의 옆집에 누가 이사올지 구슬을 굴려 상상해보고

그 사람에게 곁을 내어줄 수 있을지

혹은 그러한 관계설정도 필요할지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개개인의 관점이 교차되는 순간을 마주하며

2020년의 문화다양성은

보다 일상화된 논의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최/주관 : 연수문화재단

*기획 : 창작그룹 비기자

*놀잇감 제작 : 띠리리제작소

 

 

 

 

 

 

 

 

 

 

 

 

 

 

 

 

 

 

 

"군포시 발달장애 예술인 지원방안 모색을 위한 연구모임"
대표의원: 신금자, 연구의원: 장경민, 홍경호, 이우천
협력단체: 사단법인 로아트 

"스튜디오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가"
기록영상 공유합니다.
궁금하기 딱 좋게 앞에 15분은 짤렸습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특강] 코로나시대, 아이들을 위한 부모교육은?

불안함의 반대편에서 놀기 

 

강의 보러가기

www.youtube.com/watch?v=moJJ9xW9pjo&t=2726s

 

 

 

 

 

사단법인 로아트가 운영하는 대야미스튜디오에서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공간 ‘큰배미곳아트센터’ 모델링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대야미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있는 창작자들과 각자가 상상하는 아트센터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공간을 모형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본 워크숍은 진행과정과 결과물을 구체적으로 정해두지 않고 대화의 흐름, 참여 범위에 따라 운영되었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을 기록자가 꾸준히 기록하였는데 첫번째 시간의 기록을 공유합니다. 첫 날의 대화가 이후 일곱 번의 만남에서 어떤 시간, 공간, 상상으로 이어졌을지는 사진기록을 통해 그려볼 수 있습니다.

 

 

총괄. 이지혜
진행. Alpha.lee, 조영환
사진. 양승욱
기록. 고륜호
자문. 김성화(건축사사무소 연화)
지원. 이설희
협력. 창작그룹 비기자

 

 

 

7월 1일 / 타임라인 만들기

 

 

"각자 몇 장의 카드를 나눠드릴 거예요. 카드에다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여기, 로아트에 오기까지 어떤 것을 했는지 알려주세요. 아무거나 쓰셔도 돼요. 맘에 드는 펜으로 적어 보세요."

 

"저는 이렇게 썼어요. 어제 있었던 일이긴 한데 매일 이렇게 반복돼요. 제 패턴이에요.

오기 전에 게임을 했어요. 컴퓨터 게임이요. 그림 그리러 오기 전에 게임하고 왔어요."

 

"게임 말고는 뭘 했어요? 게임 밖에 안 했어요?"

 

"점심 먹었어요. 점심.(점심을 먹었다는 내용을 계속 적는다.)

 

"밥 먹고 나서 휴식을 취하고 게임을 해요. 게임. 쉬는 시간에 게임을 해요."

 

“봄이 씨는 뭘 이렇게 많이 했어요? 엄청 많이 썼는데?”

 

"저는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노래도 하고 싶었어요. 어린이 노래. 제목은 … <어린이 노래>. 집에서 잘 놀고 있었어요. 재미있었어요. 병원에도 가요."

 

“노래는 집에서 부르는 거예요?”

 

"집에서 노래를 해요.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노래를 불러요. 두 팔 벌려 하늘 높이 …. 잠을 잡니다. 마무리입니다."

 

 

 

 

“제가 카드를 하나 뽑았어요. 읽어볼 게요. 강아지의 쉬를 발견했다. 휴지로 닦았다. 이 카드의 내용이 기준이 되는 거예요. 다음 카드는 ‘조동광 님을 발견했다.’ 그럼 강아지에 관련된 게 먼저일까요 조동광 님을 발견했다는 게 먼저일까요?”

 

"저는 강아지 쉬를 치운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청소를 해놓고 사람을 만나는 게 좋잖아요."

 

“다음 카드는 ‘이창하가 일어났다.’ 이 카드의 내용은 앞에 뽑은 카드랑 비교했을 때 뭐가 먼저일까요?”

 

"이창하가 일어났다가 먼저에요. 잠을 잤잖아요. 나머지는 잠을 깨고 난 이후의 일이에요."

 

“이창하는 누군지 알아요? 이창하는 제 아들이에요. 그러면 쉬를 발견한 거랑 조동광 님을 발견한 거랑 비교했을 때 어디에 있을까요?”

 

"사이에 있어요. 그 둘 사이에."

 

“정답은 일어나고 쉬를 발견하고 조동광 님을 발견한 거예요. 다음 내용은 ‘김성한 님 발견.’ 김성한은 누구일까요? 저분이에요. 그럼 이 내용은 아까 뽑은 카드랑 봤을 때 어디일까요?”

 

"조동광 님 만나기 전, 이창하가 일어난 후에요. 틀렸어요?"

 

"김성한 님을 발견한 건 조동광 님을 발견한 후에요."

 

“정답이에요. 저는 오늘 여기 오기 전까지 이런 순서였어요. 멍멍이 산책도 시켰어요.”

 

"이창하가 일어난 건 언제에요?"

 

“멍멍이 산책을 시키고 난 후에 이창하가 일어났어요. 다음 카드는 ‘비행기가 날아갔다.’ 이건 언제일까요?”

 

"강아지 쉬를 발견하기 전일 것 같아요. 눈을 뜬 이유가 비행기 때문이라서 그래요."

 

“맞아요. 다음 카드는 ‘화장실에 갔다.’ 이건 언제일까요?”

 

"일어난 다음에요. 강아지 쉬를 발견하고 갔어요."

 

"이창하가 일어난 뒤에 화장실에 갔어요. 확실해요."

 

“다음 카드는 ‘고륜호 님을 발견했다.’ 이건 언제일까요?”

 

"비행기가 날아가기 전이요!"

 

"강아지 쉬를 발견하고 난 다음에요!"

 

“'영양제를 챙겨 먹었다.’는 언제일까요?”

 

"눈을 뜨고 나서. 비행기가 날아가기 전에요. 그 전에 영양제를 먹었어요."

 

“아니에요. 저는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 때문에 일어났어요. 자, 마지막. 이창하 밥은 언제 차려줬을까요?”

 

"눈을 뜨자마자!"

 

"저는 잘 모르겠어요."

 

“괜찮아요. 아무렇게나 말해도 돼요. 제가 정리해줄게요. 비행기 소리에 일어나서 쉬를 발견하고 영양제를 먹고 화장실을 갔다가 멍멍이 산책을 하고 나서 고륜호를 발견하고 이창하 밥을 차려줬어요. 이렇게 맞춰나가는 게임이에요.

 이제 봄이 씨 카드를 한번 볼게요. ‘나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재미있어요.’ 이 카드가 기준이 되는 거예요. ‘보리밥을 먹어요. <구슬비> 노래를 불러요.’ 이 내용은 공부를 하고 싶다는 거 이전일까요 이후일까요?"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
사전프로젝트

 

길을 잃기 위하여

 

 

 

무엇을 할지 안내하지 않고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낯선 질문들을 따라간 자리에
무엇이 남겨졌을까요?

 

 

1차

○ 일정 : 2020. 7. 28
○ 장소 : 인포숍카페 별꼴
○ 기획/진행 : 창작그룹 비기자

 

 

 

 

 

 

 

2차

○ 일정 : 2020. 8. 4
○ 장소 : 띠리리제작소
○ 기획/진행 : 창작그룹 비기자

 

 

 

 

 

- 포스터 이미지 : 이려진 작가의 <타임 머신>

- 포스터 디자인 : 즈즈스

- 사진 : 양승욱

- 영상 : 우에타 지로

 

 

 

* “길을 잃기 위하여”는 9월14일(화) - 9월17일(목) 열리는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5)의 사전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5) 홈페이지 : itac5.org

 

http://itac5.org

 

itac5.org

 

 

 

* 이 글은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5)의 세 개의 주제 중 '언러닝unlearning' 파트에서 기획되었던 사전프로젝트 관련 원고입니다.

 

우리는 길을 잃을 수 있다.

창작그룹 비기자 대표 / 최선영

 

 

“이 활동의 목적이 뭐죠?”

아리송한 문장 한 줄이 제시되고 밑도 끝도 없는 수수께끼 놀이가 시작되자, 누군가 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일단 한번 해보시죠.”

 

수수께끼를 던진 진행자가 대답한다. 하지만 목표와 방법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 어떤 놀이에 대해 누군가는 계속해서 불안함, 혹은 의구심을 품는다. <창작그룹 비기자>(이하 <비기자>)는 이런 놀이의 기획과 진행을 자주 해오고 있고 그것의 목적을 묻는 사람들도 자주 만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위에서 노를 젓는 상황도 아닌데, 그렇게 위험하고 막막한 일이 아니라면 한번 생각의 노를 저어보자고 하고 싶은데, 사람들은 단지 책상에 앉아 질문을 던지는 것에도 불안함, 내지는 불편함을 드러낸다. 일하기도 바쁜 사람들을 불러모아 놓고 알쏭달쏭한 놀이를 제안한다며 불만도 내비치는 이도 있다. 그래도, 혹은 그래서, <비기자>는 일단 한 번 해보자고 제안한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개발시키는 것에 익숙한 우리가, 같이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이 불가사의한 놀이, 혹은 무언가에 대해 목적을 확인하기 전에, 그것이 무엇일지 같이 찾아보자고.

 

이러한 생각이 ‘언러닝’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그와 관련한 힌트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러닝’은 학습된 개념, 관념, 언어, 학습하려는 관성, 학습과정을 지배하는 사회적 구조나 가치관 등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위와 실천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언러닝’은 낯설고 어렵고 불편하다. 특히 예술교육실천가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살고 싶은(혹은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언러닝’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그 쉽지 않음을 마주하거나 인정하는 것부터가 ‘언러닝’의 시작일 수 있지 않을까.

 

특히 <비기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시대를 경험하며 그동안의 논리성, 합리성, 계획성을 토대로 현재와 미래를 예측하거나 확정하는 데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발빠른 대처능력이나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향해 달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우리 스스로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 상황에서 각자 덜 불안해하거나 즐기거나 혹은 방황을 통해 무언가를 찾는 힘을 길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길을 잃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사전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 만나기는 하지만 만나서 무엇을 할지는 이야기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이러한 ‘적극적 방황’에 공감하는 이들을 기다린다는 짧은 멘트를 사전프로젝트의 참여자 모집 포스터에 남겨두었다.

 

사전프로젝트는 워크샵 방식으로 총 2회, 각 3시간씩 다른 장소에서 이뤄졌다. 워크샵마다 7명 정도의 예술교육실천가, 혹은 이 프로젝트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였다.

 

 

***

 

* 첫 번째 사전프로젝트 / 2020.7.28. / 인포숍카페 별꼴 *

 

 

자신이 무엇을 할지 모른채 모인(몰라도 괜찮은) 사람들이 둥그렇게 둘러 앉았다. 진행자(비기자)의 인사와 진행에 따라 목적없고 모호한 ‘그림받아쓰기’(Drawing Dictation)를 시작했다. ‘그림받아쓰기’는 한 명이 한 장의 그림을 혼자만 보면서 5가지의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토대로 나머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토대로 질문을 하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이 활동의 이름이 ‘그림받아쓰기’이니 더욱 처음의 그림과 비슷하게 그림을 그려야할 것만 같다. 그러나 진행자는 그것만이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야기를 듣고 떠오르는대로, 그릴 수 있는 만큼만, 혹은 자신이 상상하는대로 그려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참여자A가 한 장의 그림을 보며 이렇게 5개의 문장을 이야기했다.

 

 

1. 대머리 남자가 승모근이 뻐근한 상태로 걷고 있습니다.
2. 예수님이 할 수 있는 기적 중에 하나를 터득했습니다.
3. 남자는 계단을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가고 있는 방향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4. 대머리 남자는 사실 4명입니다.
5. 한 명은 장님이고 세 명은 눈이 부셨습니다.


참여자들이 질문을 시작했다. 진행자가 어떤 질문을 해도 상관없다고 말했으나 대부분 그림의 시각적 구성을 확인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진행자는 “예”, “아니오” 혹은 “모르겠습니다” 중 하나로만 답변할 수 있다.

“계단의 경사가 심한가요?”

 

“대머리라고 하면, 머리털이 하나도 없는 건가요?”

“사람 말고 다른 생물체가 있나요?”

“승모근이 많이 솟아있나요?”

“기적을 행할 때 선글라스가 필요한가요?”

“남자들이 티셔츠를 입고 있나요?”

그러다 점점 질문을 더 쪼개어 자세하게 하게 되었다. 혹은 그림을 그리는 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지만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게 되었고 이따금 혼잣말 같은 질문도 하게 되었다.

“그림 속에 계단이 있긴 했어요?”

“남자 4명이 일렬로 서있는데 세 명은 선글라스를 꼈고 한 명은 장님인 것 같다고요? 그게 뭐지?”

“그 남자가 직업이 있다고요? 그건 또 뭐지?”

“예수님이 할 수 있는 기적이 뭐가 있지? 검색해 봐도 돼요?”

 

 

30분 이상 질문과 대화를 주고 받은 후에 각자 그림을 그리고 처음에 참여자A가 혼자 봤던 그림을 모두에게 공개했다. 묘하게 비슷한 그림, 비슷하려고 딱히 애쓰지 않은 그림, 비슷하지 않을까봐 조심조심 그리다 미완성이 된 그림 등이 각자의 눈에 들어왔다. ‘그림받아쓰기’를 하며 느낀 소감을 나눠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만의 생각에 갇혀서 질문을 해요. 각자가 떠올리는 상이 이미 있는 거죠. 그럴 때는 그 상이 맞는지 확인하는 대신 여러 질문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난감한 것 같아요.”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각자 다른 그림이 나오는 게 흥미로워요.”

 

 

참여자들과 다른 그림을 한 장 골라 ITAC5의 아트프로젝트에서 ‘그림받아쓰기’를 이어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그림에 대한 5가지 문장은 참여자들과 함께 의논해서 다음과 같이 정했다.

 

1. 나는 어디로 갈지 모르겠어요.
2. 나는 머리가 갈라져있고 팔이 매우 길어요.
3. 나는 의자에 앉아있어요.
4. 내가 키를 쥐고 있어요.
5. 거울에는 나와 다른 모습이 비춰져요.

 

이 5개의 문장을 바탕으로 전세계의 예술교육실천가(Teaching Artist)들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 다양한 상상과 표현이 온라인 컨퍼런스 현장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될 것이다.

 

- 아트프로젝트 바로가기 : itac5.org/?act=info.page&pcode=project

 

 

‘그림받아쓰기’에 이어서 이번에는 제시된 그림 없이 문장만 제시하고 이 문장 안에 잘 그려지지 않는 전체적인 상황을 질문을 통해 맞춰보기로 했다. 물론 이 문장을 말하는 사람은 그 상황을 모두 알고 있다. ‘그림받아쓰기’와 달리 이 활동에는 정답이 있는 것이다. 이 활동 혹은 놀이의 제목은 ‘이야기의 나머지’이다. 제시된 이야기의 나머지를 상상하고 맞춰보는 것이다. 제시된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그는 연기를 끝낸 후, 큰 박수를 받지는 못했지만 삶이 편안해졌습니다.


그가 어떤 연기를 했기에 큰 박수를 받지 못했지만 삶이 편안해졌을지 참여자들이 알아내기 위해 질문을 시작했다. 답변하는 사람은 역시나 “예”, “아니오” 혹은 “모르겠습니다” 중 하나로만 답변할 수 있다.

 

“그는 죽었나요?”

“몰래카메라인가요?”

“그 편안함은 정서적인 편안함인가요?”

“그가 부유해졌나요?”

“그는 무대 위에서 연기를 했나요?”

“그에게는 가족이 있나요?”

“그 연기는 남이 시켜서 하는 연기인가요?”

 

그림도 없으니 질문이 더욱 구체적이면서도 다양해야 했고 답변하는 사람도 (답이 있음에도) 자신이 그려놓은 상황을 전제로 답변해야 했다. 참여자들의 질문은 더욱 산으로 가기도 했고 뜬금없어 보이는 질문 하나 덕분에 단번에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했다.

이 ‘이야기의 나머지’에 대한 정답은 이 글에서는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가 모호한 것을 계속 궁금해할 때, ‘언러닝’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길을 잃더라도 말이다.

 

첫 번째 사전프로젝트를 마치며 참여자들은 이런 소감을 남겼다.

 

“최근에는 어느 길로 가야할지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근데 여기서는 제가 생각하려는 것의 정반대더라고요. 그래서 신선했어요. 적극적으로 방황하자는 말이 좋았어요.”

“오랜만에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에요. 지금껏 갖춰진 생각 속에서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림은 그리는 재미가 있었는데, 문장이 제시되니까 자꾸 맞추려고 하더라고요. 제대로 못 맞췄을 때는 자책하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이수한다고 하면 가성비를 따져요. 이걸 들어서 내가 얻는 게 뭐지? 하면서요. 따지고 보면 쓸모없는 건 없잖아요. 어떻게든 도움이 되니까요. 사람들이 그러는 데에는 사회가 한몫하는 것 같아요. 불확실함을 지양하는 세상이니까요. 오늘은 불확실한 것도 괜찮다고 위로받는 시간이었어요.”

“안전하게 길을 헤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다들 처음 만났는데도 편안했어요.”

“저는 연필, 지우개, 노트가 주는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 좋았어요. 맛있는 커피와 다과도, 이런 안전한 느낌의 공간도요. 감성을 자극했다고 해야 할까요. 일반 회의실에서 했으면 뭔가 초조했을 것 같아요.”

 

 

** 두 번째 사전프로젝트 / 2020.8.4. / 띠리리제작소 **

 

역시나 자신이 무엇을 할지 모른채 모인(몰라도 괜찮은) 8명의 사람들이 둥그렇게 둘러 앉았다. 진행자(비기자)의 진행에 따라 몇 가지의 게임 같은 대화를 나눴다. 여기에서는 그 중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게임 [너도나도]

 

하나의 주제어를 정하고 그 밑에 그 주제와 관련된 것을 10개 적어보았다. 그 주제어와 관련해서 나만의 관점이라기보다는 다른 참가자들이 썼을 법한 단어를 생각해서 써보았다. 모두가 단어를 쓰고난 후 각자 쓴 것들을 공유했다. 제시한 단어가 다른 참가자들이 쓴 것과 일치하면 인원 수에 따라서 점수를 얻는다. 단, 다른 사람의 것과 비교했을 때 철자가 하나라도 다르면 그건 서로 다른 것이 된다.

 


주제어는 ‘길’이었다. 강아지똥, 나침반, 걷다, 산책, 끝, 배수구, 앞으로, 이정표, 선택, 인생, 신발, 동행 등등 여러 단어가 튀어나온다. 한 가지 주제어에 대해서 단어를 적어 보면, 그 사람이 어떤식으로 사고하거나 언어화하는지에 대해 어림짐작할 수 있다. ‘길’이라는 단어에서 누구는 자연을 떠올렸고 누구는 삶을 떠올렸다. 또한 누군가는 ‘길’을 걸으며 자신이 보거나 경험한 것들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길’이라는 개념과 연관된 상징적 단어들을 떠올렸다. 본인이 적은 단어들을 말하는 도중에 “나 너무 메말라있나?”라고 누군가가 읊조리기도 했고 다른 사람이 쓴 단어에 “어떻게 그게 떠올라요?”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주제어를 제시하고 ‘너도나도’ 게임을 몇 차례 해보았다. 과연 너도 나도 이걸 떠올리겠지 했던 추측이 여지없이 빗겨나갔다. 누군가는 남들과 너무 다른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관점을 확인하며 조용히 웃기도 했다. 서로가 각자의 길 위에서 생각하며 단어를 적어보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서로를 만나려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번째 게임 [가치게임]

 

조금 전에 적었던 단어들을 빈 카드에 하나씩 적어 카드 더미를 만들었다. 진행자가 카드 더미에서 5장의 카드를 임의로 선택하여 5개의 단어를 모두에게 제시했다. 이 단어에 대해 각자 가치의 우선순위를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았다. 그 순위를 공개하지 않은 채 옆 사람과 1:1 대화를 통해 서로 가치의 순서를 맞춰보았다.

서로의 생각을 읽는 이 게임은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어떤 말이나 질문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든다. 나와는 다른 상대방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궁금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제시된 다음의 단어들로 가치의 순서를 매겨본다면 어떨까?

 

민들레     동네     미래     과정     선택

 

민들레나 동네와 같이 구체적인 단어는 각자가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다. 민들레는 꽃 전체로 전제해도 되고, 오늘 집앞에서 본 한 송이의 민들레로 한정해도 된다. 어쨌든, 각자가 생각하는 가치의 순서대로 단어들을 나열해보면 우리는 어떤 단어와 단어, 가치와 가치 사이에서 특히 고민하게 될까?

 

 

세 번째 게임은 아직 이름이 없다.

이 게임은 미완성으로 참여자들에게 제시되었다. 게임의 규칙이나 진행방법을 ‘비기자’가 완전히 설계하지 않은 채 어떻게 게임 혹은 대화를 다채롭게 이어갈지 함께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소통의 도구는 제시되었다. ‘비기자’와 협력해서 ‘띠리리제작소(DIRIRI Making Studio)’가 최근 만든 낯선 저울 2개가 그것이다. 그 저울을 만든 배경에 대해서만 ‘비기자’의 생각을 공유하였다.

 

 

“가치는 무게로도 치환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단어가 가지고 있는 가치의 무게는 몇 kg이라고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다른 것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인 무게를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말로 전하는 가치의 무게는 굉장히 모호하거든요. 상대적인 것에 대해서 시각화, 개량화는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죠. 우리는 이 같은 소통의 과정을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보기 위해 ‘가치 저울’을 만들어보았어요.”

 

나무와 버려진 사물들을 이용해 만든 ‘가치 저울’ 주변으로 참여자들이 둘러 모였다. 앞선 게임들에서 나왔던 이야기 중 ‘집’에 대한 이야기가 뜨거웠던 점을 모두 공감하여 ‘집’을 주제어로 저울을 이용한 어떤 대화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참여자들은 저울에 추를 달아보기도 하고 저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며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그러다 알록달록하고 넓직한 판이 있는 저울을 이용해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판에 파여진 홈에 나무 조각을 올려놓으면 판은 기울어진다. ‘집’과 관련하여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나무 조각에 단어로 적고 판 곳곳에 올려놓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울의 한 쪽 구석에 ‘대출’이 적힌 나무 조각이 놓였다. 그러자 누군가에 의해 저울의 반대쪽에 ‘대출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적힌 나무 조각이 놓였다. 이로써 균형은 맞춰졌다. 전세, 사랑, 가족, 눈물, 옥상, 마당, 방수, 환기, 식물, 반려동물 등 여러 단어 각자의 자리에 놓였고 무게를 드러냈다. 안식과 불안함도 뒤따라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누군가는 저울이 한쪽으로 더욱 기울도록 했고 누군가는 계속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 처음엔 권리, 자유, 독립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듯했으나 그 반대에 이웃, 안정, 사랑이 위치하면서 균형이 생겼다. 나머지 구석에는 로또, 청약, 대출이 강력한 무게로 버티고 있었다. 층간소음, 담배냄새와 관련한 개인적인 경험담을 나누며 게임은 끝이 났다. 한 바탕 떠들고 나니 이것은 과연 길을 잃은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

 

사전프로젝트1을 진행했던 ‘비기자’의 멤버A는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언러닝을 시도하며 워크샵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 재료, 시간, 언어, 활동 그리고 다과까지 고민하고 준비했었다. 한편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또다른 멤버B는 “길을 잃기 위해서라면 많은 것을 준비하기 보다 같이 만들어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어도 좋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며 사전프로젝트2를 기획했다.

 

많은 것을 미리 준비했던 멤버A는 참여자들이 ‘길을 잘 잃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예술교육실천가라고도 볼 수 있다. 덕분에 참여자들은 현장에서 안전함, 편안함을 느꼈다고 했고 그래서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었다.

 

반면 멤버B는 일종의 열린 구조를 바탕으로 사전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몇 가지 활동은 구체적인 안내를 했지만 일부 활동은 참여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나갔다. 멤버B는 우리가 정말 길을 잃을 수 있을지 같이 실험을 해봤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두 사람 중 누가 맞거나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언러닝에 접근하는 각기 다른 관점을 통해 확장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선 글에서 소개한 사전프로젝트1과 이번에 소개하는 사전프로젝트2의 과정이, 우리를 언러닝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로 이끌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두 번의 사전프로젝트를 통해 멤버A,B가 모두 공감한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 ‘언러닝’을 하기 위해서는 매우 ‘러닝’해야한다는 것. 누군가가 낯설거나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굉장한 노력과 시도를 해야하고 이따금 학습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러닝’은 ‘러닝’을 동반한 끊임없는 사유와 실천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언러닝이다’라는 해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비기자’는 우리가 그런 시도를 얼마나 하려고 하고 있는지 함께 질문해보고 싶다.

 

2020년 6월에 '함께해서신나는문화예술협동조합 틈'에서 진행한 장애문화예술교육 관련 강의가 '틈teum' 유튜브 채널에 공유되었습니다.

 

 

 

1편_기대하지 않고 표현으로 만나기

www.youtube.com/watch?v=dzqbKPdWESs&t=2327s

 

 

 

2편_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해

www.youtube.com/watch?v=fYcAEBh8flg&t=755s

 

 

 

3편_다급함의 문제는 문화나 예술로 해결되지 않는다.(1)

youtu.be/iBi0UPQWC4Q

 

 

 

3편_다급함의 문제는 문화나 예술로 해결되지 않는다.(2)

youtu.be/trzXwXVzgn8

 

 

 

*위의 내용은 아래 연구보고서를 통해 누구나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bigija.tistory.com/96

 

 

비기자가 운영하는 '짓거리연구소' 이름으로 참여했던 서울문화재단의 [2019  장애인의 생활예술 활동지원 및 FA 역량 개발방안 연구] 보고서가 발간되었습니다.

서울시 생활문화 활성화 사업을 중심으로 장애인의 참여가능성을 조사하고

활동지원을 위한 단계적 방안을 연구했습니다.

더불어 장애인의 활동지원 및 참여를 위한

생활예술매개자(FA)의 역량 개발방안을 모델화하여 제시했습니다.

 

현장 조사, 인터뷰 등 연구에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구진 : 강유선, 권은영, 성연주, 최선영


*연구보고서 다운받기 : (게시물 237번)

www.sfac.or.kr/business/policy/sfac_policy.do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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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fac.or.kr

 

경상남도함양교육지원청과 함께

7-9월 중 6일간 놀이창작 워크숍 <놀이의 모양>을 진행했습니다.

함양의 지역활동가 등 놀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각자의 놀이를 상상, 만들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비기자가 만들었던 놀이를 함께 해보았습니다.

 

 

 

 

 

 

이후에는 버려진 물건들을 활용해서

일상 속에서 시도할 수 있는 놀이를 만들어보았습니다.

 

경기상상캠퍼스 생활문화센터 자유학년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원 칠보산 자유학교에서 청소년들과 <제작의맛>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학교 주변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각자의 물건을 만들어보았습니다.

 

15차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찾아가는 미술감상교실>에 강사로 참여하여 매해 서울시의 10여개 초등학교를 돌며 2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1회 수업 당 100-200명의 초등학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수업이었지만 모두가 해볼 수 있는 놀이 활동을 통해 소외되는 학생이 많지 않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소망하는 미술, 마음그리기 : 비기자가 개발한 '그림받아쓰기' 활동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해석, 표현해봅니다.

 

 

 

 

 

 

 

 

 

 

 

 

 

 

 

 

 

 

 

 

 

 

 

 

 

 

 

 

 

 

 

 

 

 

 

 

 

 

 

 

 

 

 

 

 

 

 

*울퉁불퉁한 상상력 : 미술재룔가 아닌  일상 속 도구를 활용해 '딴생각놀잇감'을 만들어보며 다듬어지지 않은 상상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다양한 현장에서 1:1로 예술적 경험을 교환하는 '예술장돌뱅이'에 참여했습니다.

비기자는 직접 제작한 놀잇감을 관객들과 함께 해봤습니다.

 

 

예술장돌뱅이 자세히보기 : https://www.facebook.com/artnomadictrader

 

 

 

○ 수원 화성문화제

 

 

 

 

 

 

 

○ 천안 중부농축산물류센터 앞 행사

 

 

 

 

 

 

 

 

 

○ 봉평콧등작은미술관 페스티벌 '키득키득 콧등콧등'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열두달놀이터] 중 11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놀이카드, 주사위, 일상물건 등을 이용해 아이와 어른이 각자, 또는 함께 놀이를 만들었습니다.

비기자는 그동안 해봤던 놀이, 만들기의 현장을 소개하며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놀이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자세히보기 : 
https://learning.suwon.go.kr/lmth/02_pro/view.asp?idx=1253

 

평생학습관 강좌 - 수원시 평생학습관

HOME > 학습관프로그램 > 평생학습관 강좌 평생학습관 강좌

learning.suwon.go.kr

 

 

 

 

 

 

 

 

 

 

 

 

 

 

 

 

 

 

 

 

 

 

 

 

 

 

수원청소년진로박람회 진로․직업체험부스에서

최근 제작한 놀잇감을 매개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예술가의 진로를 소개하였습니다.

 

 

 

 

 

 

 

 

 

 

 

 

 

 

 

 

생태문화축제 '우리의 좋은 시간'에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비기자는  "생태"를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로 해석했습니다.

 

[우리들의 쓸데없이 좋은 시간 : 2019 사포질]

 

참여자들이 모여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쓸모가 정해지지 않은 나무토막을 사포질합니다.

(이게 다입니다.)

이걸 왜할까 싶지만 그래서 바로 그걸 해봅니다!

이 바쁜 시기에.

 

 

 

 

 

 

 

 

 

 

 

 

 

 

 

 

 

 

 

 

*자세히 보기 및 사전신청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i5dwvbmw8nFLOuMT4uUHcRw247QVo6RMWss2shyyxHgtwaQ/viewform

 

 

 

 

 

 

 

 

 

 

비기자가 운영하는 '짓거리연구소' 이름으로 참여했던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2019 경기형 포스트 문화예술교육 지원 프로그램 연구] 보고서가 발간되었습니다.

연구의 방향성은 교육주체(강사, 예술가, 기획자 등)의 지속적인 활동 동력 마련으로 설정하였고 2년간 참여한 웹진 "지지봄봄"에서의 현장  목소리를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구진 : 김보라, 나보리, 성연주, 최선영



보고서 보기 : 

https://ggarte.ggcf.kr/?p=26&page=1&viewMode=view&reqIdx=202001091013469588

 

 

근현대 문화자원 조망 프로젝트 결과전시

기록연장

 

2019.12.18.-12.21

수원문화재단 지하1층 기획전시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11 )

 

관람시간 10:00-17:00

(점심시간 : 11:00-11:40)

*오프닝 없음

 

 

기획 /  최선영

참여작가 / 구은정, 김성삼, 손한샘, 이재환, 조동광

 

 

수원의 근현대 문화자원 건축물의 특징은 화려한 외관이나 거대한 규모보다는 역사적 스토리, 현재와의 연결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자원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고 작품화하는 과정은 역사에 대한 기록을 문화적 방식으로 연장(어떤 일의 계속)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 특히 시각예술가들이 어떤 이야기나 공간에 대한 해석을 작품화할 때, 과정에서 선택, 활용하는 재료들은 그 기록의 연장(어떠한 일을 하는 데에 사용하는 도구, Tool)으로 등장한다. 이와 같이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선택적 물질이나 장비를 사용해 시각화하는 작업은 역사를 다른 차원으로 기록하고 조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각예술가들이 각자의 창작 도구를 통해 수원의 근현대 문화자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연장된 기록으로 확장시킬지 작품의 제작 과정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참여작가별 작품소개

 

구은정

북수동 청과물시장에서 구입한 고구마나 호박, 무 등으로 수원극장, 연초제조창 등 사라진 건축물들의 일부를 조각한다. 땅에서 온 것들로 건물을 만들고 그것들이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해가는 모습을 통해 현재를 다른 감각으로 사유해보고자 한다.

 

 

 

 

 

김성삼

나의 거주지인 수원 지역 내 근현대 건축물을 나를 둘러싼 메타포로 해석하고 내 삶의 기억이 담겨있는 건축물 주변의 현재 풍경을 작은 사이즈의 회화(일러스트)로 기록한다. 내가 선택한 역사적 장소와 그 주변 단면을 통해 공간이 갖는 일상의 맥락을 공유한다.

 

 

 

 

 

손한샘

근현대 문화자원 중 남아 있지 않은 양성관 가옥, 선경직물, 연초제조창의 터와, 남아 있지만 역할이 변하거나 상실된 건축물, 그리고 그 주변을 거닐면서 사물을 수집하고 공간을 상상한다. 그 과정에서 수집한 사물들로 시간과 공간의 흔적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재환

영동시장과 매산119안전센터라는 문화자원과 1953년 영동시장에서의 화재 사건을 상상으로 연결하여 관객참여형 놀잇감을 제작한다. 문화자원과 관련한 삶의 이야기를 놀이의 요소로 활용하고 관객들이 당시의 상황에 개별적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조동광  

급수탑의 형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몇개의 요소들을 시각적 흐름에 따라 배치하고 청각적인 리듬으로 재구성하였다. 급수탑은 상층부가 더 넓은데 이러한 실용적 구조를 고려하였다.

 

 

 

 

 

 

 

▍참여작가 인터뷰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최선영)

 

 

 

구은정

 

1. 작업을 위해 선택한 근현대 문화자원 또는 이야기/소재는 무엇인가요?

수원시에 남아있는 근현대 건축물들, 혹은 지금은 사진만 남겨진 채 사라진 건물들 모두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2. 그것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 전시를 의뢰받았을 때 사회, 경제적인 이유나 혹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기능과 형태가 온전히 남아있는 건축물이 별로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60년대 TV방송이 본격화되면서 극장가는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수원극장’은 1999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선경직물’의 경우에는 아직 그 터와 건물이 남아있지만 여러 이유로 문화유산으로는 보존되기 힘든 상황입니다.

각 건물들은 각자의 사정들이 있었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건물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도시생태계를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싶어서 남아있는 건물, 사라진 건물 모두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3. 작업을 위해 작가가 선택하거나 활용한 ‘기록의 연장(Too)’이나 재료에 대한 설명이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근현대문화자원 중 하나인 ‘북수동 청과물 시장’에서 구한 무, 고구마, 감자, 당근 등을 저의 연장(Tool)으로 선택했습니다. 이곳은 70년대에 성왕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활기찬 모습을 떠올리기는 힘든 곳입니다.

70년대 북적였던 북수동 청과물 시장은 80년대 인계동으로 옮겨갔고 이후 대형상점의 등장으로 분산화되었습니다. 이런 식의 사회, 경제적인 흐름은 개인이 거스르기에 항상 큰 요소로 보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이야기하기에도 어렵습니다.

저는 작업의 재료로 무, 고구마, 감자, 당근 등 땅에서 온 것들을 선택했습니다. 이것들은 대개 한 손에 쥘 수 있으며 참으로 투박하고 무심해보이기도 합니다. 이것들은 북수동에서 인계동으로 그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우리의 식탁에 자리해왔습니다.

저는 감자의 일부를 조각해서 사라진 벽돌공장을 만들고 당근의 튀어나온 부분을 깎아 지금도 남아있는 교회를 만들었습니다. 감자이고 당근이기에 언젠가는 썩을 것이고 언젠가는 또 다른 것으로 변화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4. 이 작업을 통해 어떤 이야기, 정서, 상황, 관점 등이 연장되기를 기대하시나요?

이번 작업 ‘야채도시’ vegetable city에서는 테이블 위에 조각된 야채들이 진열됩니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조각들이 변형될 것입니다. 북수동 청과물 시장에서 사온 야채들은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시장의 퇴락과 이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어 전체적인 도시의 풍경으로 이어집니다.

여기 테이블 위에 사라진 공장이 있고 극장이 있고 남겨진 교회가 있습니다.

이 전시를 보고 나갈 당신은 당신이 나고 자라온, 그래서 익숙한 도시 풍경을 다시금 마주할 것입니다.

우리는 결국에는 무언가로 변화될 것입니다. 무엇을 남겨야 하고 무엇을 추억해야 할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김성삼

 

1. 작업을 위해 선택한 근현대 문화자원 또는 이야기/소재는 무엇인가요?

부국원, 구 수원시청사, 시립도서관 등 주로 수원성곽내의 근현대문화공간을 소재로 진행했습니다. 더 정확히는 수원성곽인근 근현대문화공간 주변일상을 소재로 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것들은 현재에도 제 삶의 반경에 겹치는 부분들입니다. 과거의 모습이 크게 변하지 않아 제가 매우 마음의 안정을 갖는 곳입니다. 더불어 미술을 배우던 공간이 구시청(현재 수원시가족여성회관)이나 부국원 자리에 근접한 곳이어서 추억과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항상 제 일상과 함께한 곳들이 알고 보니 근현대 문화공간들 바로 주변이었던 것입니다.

전시준비 전부터 개인적인 프로젝트 작업으로 ‘수원풍경수집’을 진행하던 중이었습니다. 이것은 잃어버리기 싫은 기억이나 풍경 그 자체를 기억하기 위한 개인적인 수단이었습니다. 그 모습들이 사라질 것 같은 풍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인의 기억이나 인상 깊은 장소들, 혹은 바뀌어버린 현재의 모습 등을 정기적으로 담아내어 내가 바라본 수원이란 공간을 기록하고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현재전시의 기획이 지금 제 ‘수원풍경수집’의 취지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연장선으로 자연스럽게 전시 준비를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근현대 문화자원 인근의 풍경 수집으로 주제를 조금 좁혀서 진행한 것만이 차이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준비는 ‘수원풍경수집’의 연장이자, 일종의 특별프로젝트입니다.

 

2. 그것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이번 기획을 통해서 내 인생사의 배경이었던 장소들이 근현대문화자원에 속하는 가치 있는 건물이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학창시절 오가던 북문과 남문 주변, 그리고 진로를 위해 다니던 미술학원거리 주변 곳곳의 건물들이 알고 보니 모두 근현대 문화자원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삶의 기억과 그 공간이 겹치는 부분에 더욱 집중하여 현재 일상풍경의 모습을 다시 기록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기억들이 존재하던 곳의 현재의 모습과 감정을 담아내고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과 시선으로 담아낸 풍경들이지만, 수원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그 근처의 추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들이 그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매개가 된다면 더 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3. 작업을 위해 작가가 선택하거나 활용한 ‘기록의 연장(Too)’이나 재료에 대한 설명이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재료에 대한 함의는 특별히 없습니다. 다만 빠르게 그릴 수 있고 자주 기록할 수 있으며, 색면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매체와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아크릴과 과슈 위주로 진행하고 화면의 사이즈는 자주 기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이즈를 선택했습니다.

 

4. 이 작업을 통해 어떤 이야기, 정서, 상황, 관점 등이 연장되기를 기대하시나요?

우선 소재가 근현대 문화자원이지만, 저는 그 변두리 일상의 공간을 담아냅니다. 사실 근현대 문화자원이란 걸 알기 전과 후의 차이는 저에겐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제 기억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정서적인 손상을 받습니다. ‘수원풍경수집’이란 프로젝트 작업의 취지도 그런 맥락이었습니다. 그 기억 안에 많은 경우의 수로 근현대 문화자원들이 있었을 뿐입니다.

제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을 담은 공간을 그리지만, 지역의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제 작업을 보면서 ‘여기가 어디지?‘ 라며 궁금해 하거나 ‘나 여기 아는 곳이야. 어떤 어떤 곳이었지’ 혹은 ‘어떤 기억이 있었어’ 하며 당시의 모습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저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 대한 기억을 공유해 보는 기회가 확장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손한샘

 

1. 작업을 위해 선택한 근현대 문화자원 또는 이야기/소재는 무엇인가요?

연초제조창을 선택했습니다. 남겨지고 버려진 것들을 통해 시간 속에서 소멸해가고 상실해 가는 것들이 남길 수 있는 의미들을 사유해 보고자 했습니다.

 

2. 그것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연초제조장은 현재 변화가 진행 중인 현장으로 개발과 성장을 상징하는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습니다. 근대적 유산으로 남을 수 있는 연초제조창은 폐기처분 되다시피 해서 일부만 남아 처연하게 버려져 있고 그 옆에 애매하게 잡초만 무성한 공터가 있습니다. 이런 이질적이고 어정쩡한 상태가 우리 사회가 인식하는 근대와 문화에 대한 의식의 상징처럼 보였습니다.

수원의 근현대 문화유산뿐 아니라 한국에서의 근현대 문화유산이라는 것 자체가 온전히 보전되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움과 발전에 맹목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 내는 역사와 문화가 개발과 발전 앞에 쉽게 사라집니다. 오래되고 쓸모없는 것은 당연히 사라져야 되고 마땅히 발전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공간이 시간을 통해 축적한 역사나 문화에 대한 가치는 외면당합니다. 근현대 문화유산이란 이름으로 안쓰럽게 버티고 있지만 해마다 사라지는 유산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문제에서 적당한 타협점으로 연초제조창 일부만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와 연초제조창과 공터가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근대와 현대에 대한 메타포와 현실을 보여줍니다.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아쉽거나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들이 삶처럼 느껴졌습니다. 보존이냐 개발이냐의 문제 보다는 이제는 자연스런 현장처럼 이질감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개발에 지치고 사라지는 것에 무뎌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것도 문화이고 현실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보려고 했습니다. 내가 처한 상황이 이 현장의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지고 내 생각과 마음과 행동이 현장처럼 나누어져 있어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성공의 욕망, 올바른 의미와 가치에 대한 갈망,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같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3. 작업을 위해 작가가 선택하거나 활용한 ‘기록의 연장(Too)’이나 재료에 대한 설명이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연초제조장에 여러 번 가서 산책하면서 사물들을 수집했습니다. 아파트 공사현장과 구조만 남아있는 연초장과 빈 공터를 돌아다니면서 눈에 띄는 것들을 수집했습니다. 대부분 용도 폐기된 것들, 혹은 버려지고 방치된 것들이었습니다. 이 사물들로 현장을 재해석해 보았습니다. 아파트도 연초제조장도 공터도 재현하지 않지만 이질적인 그것들을 한데 모아 설치해서 근대와 현대를 상징하고 은유하면서 그 공간을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

 

4. 이 작업을 통해 어떤 이야기, 정서, 상황, 관점 등이 연장되기를 기대하시나요?

연초제조장은 다른 현장과 다르게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연초제조창이 다르게 재생되고 공터도 공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서 공간이 변화하는 모습과 완성된 후의 활용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특히 연초제조창이 문화예술공간으로 된다면 이번 작업을 완공된 공간에서 다시 소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재환

 

1. 작업을 위해 선택한 근현대 문화자원 또는 이야기/소재는 무엇인가요?

영동시장과 매산119안전센터입니다. 1953년 영동시장의 화재사고를 모티브로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2. 그것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거의 사건을 통해 일상에 늘 있을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의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3. 작업을 위해 작가가 선택하거나 활용한 ‘기록의 연장(Tool)’이나 재료에 대한 설명이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의미적 도구로서 ‘놀이’를 사용하였습니다.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을 때 지속적으로 놀이의 형식을 실험해왔는데 이번에도 새로운 형식의 놀이를 제작해 이전보다 좀 더 관객의 진입을 낮추려 노력해 보았습니다.

 

4. 이 작업을 통해 어떤 이야기, 정서, 상황, 관점 등이 연장되기를 기대하시나요?

과거를 기억하자는 것이 낡게 들립니다. 메시지의 단순 명료함이 반복되면 쉽게 피로해지는데 안전사고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는 방식으로 매번 관객과 닿아보려 시도합니다.

그게 얼마나 닿았는지 피드백이 잘 되지는 않지만 항상 다른 방법으로 전달하려 시도해 봅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가 전달된 것이 있다면 나에게 돌아오기 보다는 다른 이에게 쉽게, 재미있게 전달되길 희망합니다.

 

 

 

조동광

 

1. 작업을 위해 선택한 근현대 문화자원 또는 이야기/소재는 무엇인가요?

수원역 근처 급수탑입니다. 과거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습니다.

 

2. 그것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급수탑이 1900년도 초반에 만들어진 형태 치고는 현대적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주말이면 갔었던 동네 목욕탕 굴뚝과 같은 형태라서 그런지 낯선 느낌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론 대략 친숙한 형태입니다. 사실 급수탑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역사적 이야기를 개괄하거나 과거의 노스텔지어를 소환하는 방식은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우선 급수탑의 외형이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단편적으로 급수탑의 표면만 보더라도 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소재가 되는 대상의 피부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동안 제가 해왔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견지했던 부분입니다.

 

3. 작업을 위해 작가가 선택하거나 활용한 ‘기록의 연장(Too)’이나 재료에 대한 설명이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급수탑에서 리듬을 읽으려 했습니다. 제 작업에서 시각적 리듬감은 항상 중요하게 표현되어 왔습니다. 사실 애초에는 단순히 악기를 만들려 했습니다. 급수탑이 마치 타악기처럼 속이 비어있기도 하고 뚫린 창문 등이 악기의 공명을 위한 구멍 같았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청각적인 것들이 추가되는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주라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따라붙기도 했습니다. 예측을 벗어난 감각이 확장되고 사람들이 함께하면 뭔가 새롭거나 혹은 살아있는 느낌이 발생되지 않을까 그런 상상들을 했습니다. 사실 급수탑의 첫 인상은 오래된 마른 노가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4. 이 작업을 통해 어떤 이야기, 정서, 상황, 관점 등이 연장되기를 기대하시나요?

기록의 사전적 의미가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 이라고 합니다. 문장의 핵심은 ‘남기다’란 부분인 듯한데 사실 저는 ‘남기다’보단 ‘적다’라는 단어에 좀 더 눈이 갑니다. 같은 동사지만 왠지 ‘남기다‘는 ‘결과’에, ’적다‘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남겨진 것들은 대체적으로 생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적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잘한 서사가 증발하고 바삭거리는 결정체들만 남겨진 진열장은 뭔가 허무하기 때문입니다. 서사에 대한 기록이 연장의 과정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문화예술교육 비평웹진
<지지봄봄> 27호가 발행되었습니다.

 

비기자는 이번호에 기획과 편집에 참여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기준들"

 

https://ggarte.ggcf.kr/?p=23#url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ggarte.ggcf.kr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기준들 / 최선영

 

 

문화예술교육을 하나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는 ‘어떤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 혹은 ‘이것은 아닌’ 것으로서 문화예술교육의 상을 가지고 있다. 교육서비스는 아닌, 체험프로그램은 아닌, 대중문화는 아닌, 사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등등. 이것은 문화예술교육을 정확히 개념화하지 않더라도 다수의 동의를 얻어낼 법한 어떤 기준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기준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촘촘한 근거나 경험은 무엇일까. 문화예술교육 사업 내에서 기획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문화예술교육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때, 사실 교육서비스 같기도 하고 체험프로그램 같기도 한 문화예술교육이라 불리는 현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반대로, 사람과 삶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질문을 품고 있는 사교육 현장이나 대중문화 사례, 혹은 일상 속 창작활동에 대해서는 그 형식만을 근거로 참조의 가능성을 배제할 것인가.


이번 호에는 ‘일반적인 문화예술교육으로 불리지 않는 현장을 이끌고 있거나 관찰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아래 그림에서의 )를 통해 과연 우리가 갖고 있는 기준들이 다양한 관점을 함의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어쩌면 ‘문화예술교육은 적어도 이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모호한 기대나 일반화된 전제가 교육의 다양한 가능성을 차단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질문이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교육으로 불리지 않는 현장이,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기준들(아래 그림에서의) 어디쯤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는 어떤 기준의 밖에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기준의 안에 있기도 하다. 기존의 문화예술교육 상(想)에 약간 겹쳐지는 자리에 있기도 하고 저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의 거리는 멀기도 하고 매우 가깝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불규칙하고 불명확한 을 바라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것이 위치한 곳의 의미와 가능성을 상상함으로써 아래 그림과 같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확장된 시선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 과정에는 문화가 무엇인지, 예술이 무엇인지, 교육이 무엇인지 질긴 논의가 존재한다. 혹은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개념이나 형식이 현재 인간에게 왜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도 등장한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확장된 상상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끄는 질문의 방향성(아래 그림에서의 )이다. 어떤 방향성을 고려하는가, 그리고 그 방향성은 고민의 의지를 얼마나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사회나 문화가 변해가면 고민의 방향성과 더불어 문화예술교육의 위치도 변해갈 것이다. 그렇기에 변화는 매 순간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그 변화의 가능성이나 의미를 얼마나 바라보려고 하는지에 따라 오늘의 질문을 미래의 질문으로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기거나 사라진다. 답보다 질문의 다양성을 모색해야 각자의 문화예술교육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에 그야말로 재미도 생길 것이다. 그것은 구체적인 동력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지지봄봄] 27호는 질문하기의 재미를 발동시키는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이것은 논리적인 질문을 위한 목적 및 전략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문화예술교육의 정책을 설계하고 사업을 기획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이 놓치고 있는 현장에 대한 개별적 관심과 재미를 스스로 찾아나가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문화예술교육은 공공기관의 지원사업 틀로 인식되기 쉽고 비록 우리가 주로 그 안에서 현장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정책으로 호명된 개념이 아니라 바로 나의 해석과 재미다. 그것은 우리에게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순간을 지속시키지는 못해도, 지난한 고민의 끄트머리에 불쑥 찾아오는 탄성 혹은 탄식 같은 순간으로 감지되기도 한다. 그건 얼마나 비효율적이면서도 감사한 순간인가.


그 순간들은 우리의 활동을 지속시키는데 가장 불규칙하고도 강력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고 대체 찾아올까 싶지만 그럴 때 문득 사람을 향하는 이상한 마음과 동반하여 찾아온다. 심지어 다음에 그 순간이 또 찾아올 것 같은 희망을 갖게까지 한다. 그래서 확실한 이유가 필요했던 각자의 활동은 모호한 이끌림에 의해 지속되기도 한다. 그러다 그 모호함이 확실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우린 이따금 그 이유에 대해 서로의 안부를 묻듯 왜 문화예술교육을 계속 하고 있는지, 혹은 하려고 하는지 서로의 의견을 구할 뿐이다. 이번 27호의 ‘가봄’에 등장하는 기획자, 강사, 예술가간의 좌담회는 특히 그런 현장이었다. 그런데 어떤 시기의 사람들이 잠시 만나 짧은 질문에 답변을 시도해본 것 치고는 그 대화가 참 길다. 그렇게 말하고 또 말해도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각자가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이유는, 정리된 문장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리가 가능할지 불확실함에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멈추지 않는 그 순간 안에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마치 예술가들의 자신이 서 있는 환경을 마주하는 과정, 혹은 창작으로 풀어보는 과정과도 닮아있기에 역시나 질문의 폭을 확장시킨다. 이번호 ‘더봄’의 이려진, 신민의 글은 그것을 상상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들이 예술가 이전에 표현의 욕구가 있는 한 개인이라고 본다면, 이러한 개개인을 특정 공간이나 상황, 관계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시선도 궁금해진다. 그것은 문화예술교육 강사의 시선과도 닮아있다. ‘곁봄’의 김인규, 서수경의 글은 이 시선을 교육 혹은 만남의 맥락에서 보여준다. 그러다 문득 그 글속에 등장하는 장소를 상상하다가, 모범적인 참여자는 아니더라도 어디에나 있을 법한 개구쟁이의 생각, 혹은 매우 개인적인 회상이 궁금해진다. 그때는 ‘곁봄’ 곽재원의 글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개개인들이 참 많을 텐데 우리가 만나는 교육현장은 다양한 참여의 기회나 방법을 상상하고 있을까 생각이 든다. ‘더봄’에 등장하는 수원시평생학습관의 유투공 사례와 ‘넘봄’의 캐나다 예술 프로젝트 사례가 그것에 작은 참조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의 확장은 개개인의 몫으로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을 주로 사업으로 풀어낼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이 함께 질문을 확장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기능과 역할. 당연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정말 당연해지기를 바라며 ‘곁봄’ 이지혜의 글을 읽어본다. 그러다 ‘넘봄’에서 유선이 전하는 일본의 예술가이자 활동가 이치무라 미사코의 인터뷰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기준을 뛰어넘어 우리가 어디까지 인식을 확장해야만 할지 다시 고민에 빠진다.


이리저리 들썩이는 사례와 시선들이 섞이는 가운데 우리의 관심이 잠시라도 머무는 이야기, 혹은 애써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한다면 그때 감지되는 각자의 ‘기준’을 돌이켜보자. 그 기준을 형성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 각자의 예술관, 교육관, 그리고 가치관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가 스스로 설정한 것일까, 혹은 외부에 의한 것일까. 어디서부터가 외부에 의한 설정일까.


이번 호의 제목이 ‘문화예술교육의 기준’이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기준들’인 이유가 그 안에 있다. 결국 스스로가, 혹은 상황이나 구조가 형성한 기준들, 그것이 형성된 맥락을 살피는 시도 안에서, 기준 밖에 위치시켰던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다. 기준들이 만들어낸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틀로 인해 들여다보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들어봄으로써 우리가 현재 질문을 던지는 위치가 어디일지 함께 생각해보자. 이왕이면 더 멀리 질문을 던지고 미련하게 그 흔적을 찾으러 움직여본다면 어떨까. 질문을 튕겨버리는 벽이, 보이지 않는 기준으로 우뚝 서있을 테지만, 그 벽을 투명하게 만들거나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상상이 지금 여기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벽 앞에서 질문의 방향을 트는 대신 질문이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능청스럽거나 과감한 상상이 필요하다.

 

 

 


최선영

기획자이자 창작그룹 ‘비기자’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비기자’는 무한경쟁시대에, 각기 다른 생각들이 꾸준하게 비길 수 있는 현장을 인문학적 문화예술 활동으로 만드는 창작그룹이다

 

 

2019 광명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문화예술교육자원발굴 '싹수야 어딨니'

지원사업 운영자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자세히 기록해주신 센터 담당자분께 감사드립니다.

 

 

 

 

https://cafe.naver.com/gmcaedu/3191

 

 

2019 문화예술교육자원발굴 운영자 ...

2019 광명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문화예술교육자원발굴 '싹수야 어딨니' 지원사업 운영자...

cafe.naver.com

 

팝업 퍼포먼스 <노니노니방>이 열립니다.

 

예술가들이 수원시를 소재로 만든 놀잇감을
관객과 함께 해봤습니다.

 

 

 

 

기획 / 비기자
참여작가 / 고륜호, 구은정, 김예원, 김진주, 이재환, 조동광, Playlink, 최선영

 

 

2019.9.7. (토)
오후 2-4시
경기상상캠퍼스 생활1980 1층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로 166)

 

 

포스터디자인 / 고륜호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현장체험학교>는

청년들이 본격적인 직무탐색과 시작에 앞서,

관심 있던 현장과 전문가 멘토를 만나 강의와 워크숍에 참여하고,

자신과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프로젝트 경험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 자세히보기

 

[모집] 현장체험학교 현장체험단

현장 멘토링과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일을 경험하는 프로그램

sygc.kr

 

 

 

 

비기자는 4개의 <현장체험학교> 중

소통제작체험단의 멘토링을 진행하였습니다.

 

 

ㅇ 진행 기간

2019년 7-8월

 

ㅇ 모집 대상

일상에서의 소소한 감정과 고민을 그림카드, 도형, 목공 등의 툴을 통해 표현해보고

나에게 맞는 도구를 직접 제작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젝트를 경험하고자 하는 청년

 

ㅇ 진행 과정

참여자들은 삶에서 툴툴댈 법한 ‘문제’들을 다시 바라보고 오히려 그 문제로부터 시작된 고민을 개인의 ‘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툴(Tool)로 개발했습니다. 그 과정에는 ‘문제’를 부정적인 요소가 아닌 ‘상태/조건(condition)’으로 재위치시키는 태도도 필요했습니다. 비기자는 누군가의 ‘문제’가 ‘상태/조건’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직접 연구, 제작한 툴을 함께 활용해보았습니다. 참여자들은 그 툴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 들여다보기, 사회와 나의 관계 살펴보기, 개인적 주제와 사회적 주제 연결하기 등을 시도했습니다. 나아가 각자의 일 경험을 만들어낼 툴을 함께 제작합니다. 표현도구, 놀이도구, 창작도구, 소통도구를 연구 및 제작하여 사회적 일로 연결해왔던 비기자는 그동안의 활동 노하우와 사례를 공유하고 다양한 툴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작은 규모라도 각자의 툴이나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실행해보고 그 과정에 필요한 현실적 역량을 멘토와 함께 고민하였습니다. 이후 각자의 삶에서 활동내용을 ‘일’의 영역으로 확장시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습니다. 이 ‘일’은 타인과 소통하거나 교류하는 교육 및 상담, 네트워킹 관련 일의 현장과 연결 가능합니다.

 

* 총 11회 중 6회 진행

* 6회차 협력 : 띠리리제작소, 짓거리연구소

 

 

 

<현장체험학교>를 마치며 / 창작그룹 비기자 최선영

 

소통제작체험단에는 소통에 대한 방법론이나 제작활동에 관심을 가진 사람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혹은 자신을 적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라도 표현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소통’이라는 단어가 주는 모호하고도 다층적인 의미 때문인 것 같은데 그래서 제작기술을 학습하는 것보다 자신을 탐구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솔직한 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제작활동이 멘토링 전반에서 무리 없이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들은 단단한 주체성과 고요한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아도 필요한 순간에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거나, 스스로 다음 숙제를 계획해보거나, 솔직한 소감을 전하는 것에서 저는 조금 신기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참여자들에게는 자신을 표현하기에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편안함을 갖춘 어떤 직장에 그들이 안정적인 취업을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이나 사회가 굴러가는 속도가,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속도와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비정기적이고 한시적인 일이라도 그들에게 안전함을 준다면 그 일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멘토링 과정에서 그들이 현재의 자신을 부족한 상태로 인식하거나 스스로를 더 개발해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덜 발생 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이미 잠재되어 있으나 사회적으로 응원받지 못했던 고요한 힘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짧은 시간이더라도 그 힘을 서로가 찾고 긍정할 수 있다면 각자의 다음 ‘일’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비기자’에서 제작했던 다양한 스토리텔링 놀이를 워크숍 형태로 해보았습니다. 정답이 없는, 그러나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는 놀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첫 시간부터 자기표현을 여러 방식으로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첫 시간이 끝난 후 좀 놀라기도 했고 촘촘한 계획은 오히려 피해야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비기자’의 작업공간으로 참여자들을 초대하고 함께 오락을 하거나 이상한 놀잇감을 체험해봤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리고 3시간 내내 음악을 들으며 사포질만 했던 순간이 이러한 과정의 절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노동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는데 그러한 순간을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에 저는 또 한번 놀라기도 했습니다.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무목적성의 활동에 참여하며 자신에게 집중해보는 것은 어쩌면 큰 용기마저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런 측면에서 사포질의 목적을 따져 묻지 않았던 참여자들의 태도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참여자들이 많은 변화를 보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조금 편안해진 현장에 그들이 익숙해져서 좀 더 자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으로 너무 소소해 보입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그것은 중요한 시도이고 움직임일지 모릅니다. 이러한 순간들이 개개인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으로 작동될지를 읽어내는 것이 오히려 필요해 보입니다.

한편으로 저는 역시나 창작자답게 비효율적인 멘토링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잘 소통하고 잘 제작하는 방법을 더 많이 전달했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을 잘 터득한다고 해서 삶이 안정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기에, 효율성과는 거리가 있는 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게 흘러가는 사회를 보면 치밀한 계획이 갖는 의미나 효과에 의문이 생길 때도 많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비합리적인 사회 안에서 자신의 기준을 놓아버리지 않는 경험을 만들어보는 것이 더욱 필요다고 생각합니다. 제 멘토링은 그래서 ‘비기자’의 구체적인 놀이콘텐츠를 분명 소개했지만 결국 참여자들이 자신을 다시 만나고 발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참여자들이 심지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되더라도 각자의 관점이나 마음 상태를 외면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그들이 각자의 사회적 자리를 찾는 것에 앞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성과를 전제로 진행된 멘토링에 많은 공감과 지지를 보여준 참여자분들께 무엇보다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비언어적인 놀이의 가능성 : <도시놀이본부> 프로그램을 마치며

 

 

본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애인 청소년 10여 명 대부분은 언어적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비기자는 이러한 상태를 문제로 전제하지 않고 비언어적인 소통과 표현의 기회로 해석하였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해보자”라고 말하는 대신 “무언가를 하고 싶은 상황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너무 촘촘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며 주로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활동들을 진행했습니다. 던지고 맞추고 끼우고 쌓고 냄새를 맡고 먹고 만지는 등의 활동을 통해 문화예술의 비언어적인 순간들을 다양하게 실험하였습니다. 비기자는 이를 통해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놀이는 이러한 방향성과 어울리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의 놀이는 특정 이름과 방법을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종류나 형태가 아니라, 선 하나를 뛰어넘어 보는 것, 컵 위에 컵을 올려놓아 보는 것, 텐트 안에 들어가 보는 것 등 더욱 단순한 행위나 순간을 전제로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들이 왜 많은 의미를 발생시키거나 증명해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매순간 다채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 것은 아닙니다. 비기자는 참여자가 ‘좋아하거나 반응하는’ 활동에 집중하게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활동에 대한 실험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참여자가 ‘스스로 놀이에 참여하는 것’과 결국 강사가 많은 노력으로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어떤 접근이 필요할지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내용을 순서대로 제시하는 것은 최대한 지양하고자 하였습니다. 2시간 내내 컵을 쌓았다가 무너뜨리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교육적 효과를 만들어낼지 확인하는 것보다 그러한 경험이 과연 참여자의 삶에서 충분히 주어졌을 지를 더 살피고자 하였습니다.

 

비기자는 기획된 활동, 프로그램, 심지어 놀이 콘텐츠가 넘쳐나는 도시 안에서,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기획되지 않은 비언어적인 순간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정형화된 교육 안에서 성장한 비기자도 각자의 상상을 끊임없이 이어가며 놀이를 해석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했기에 이 활동은 모두에게 동등한 실험이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도시놀이본부’는 참여자에게 다양한 놀이방식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보이지 않던 놀이의 요소를 비기자도 참여자도 각자 발견해보는 일시적 실험실이었습니다. 일상적인 소통이 쉽지 않은 장애인과의 만남은 오히려 그 실험의 현장을 애써 설명하게 만들지 않았고 ‘일단 해보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의미를 설명해서 전달하지 않았거나 할 수 없었던 그 경험적 순간들이 각자의 몸의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또 다시 만난다면 그땐 너무 다르게, 새롭게 만나려 애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몸의 기억이 흐릿해졌다면 그런 채로 만날 수 있는 어떤 순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도시놀이본부

- 기간 : 2019년 5-6월

- 장소 : 경기상상캠퍼스

- 기획 : 비기자

- 참여 : 자혜학교 청소년(1회 12명)

 

*협력 : 띠리리제작소

*본 프로그램은 수원문화재단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장애-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에서 부스 운영을 통해

장애인의 표현을 활성화하기 위해 연구, 제작한 표현도구들을 소개하였습니다.

 

이 도구들은 2018년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방향성 및 교보재 연구'를 통해 제작하였습니다.

 

*연구 보고서 보러가기 : https://bigija.tistory.com/96

 

2019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방향성 및 교보재 연구 보고서 '기대하지 않고 표현으로 만나기'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방향성 및 교보재 연구 보고서 기대하지 않고 표현으로 만나기 본 연구는 문화예술교육 안에서 장애인의 표현활동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영역을 다시 바라봅니다. 그 순간이 누구에게, 왜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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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셈판

 

 

 

 

발달장애인법 보드게임

 

 

 

 

 

 그리기와 소리 (신원정 제작)

 

 

 

 

그림카드

 

 

 

 

빛그림판 (띠리리제작소 제작)

 

 

 

 

이야기모양자 (릴리쿰 제작)

 

 

 

 

촉감촉감블록

 

 

 

 

본 포럼은 서울문화재단의 주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비기자는 포럼에서 부스 외에 발제에도 참여하였습니다.

 

*포럼 발제문 '장애예술이라는 영역을 어떻게 만날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보러가기 : https://bigija.tistory.com/120

 

2019 장애-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 발제문

2019 장애-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 발제문 장애예술이라는 영역을 어떻게 만날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 창작그룹 비기자 최선영 사례 소개를 위한 긴 서론 장애예술이라는 타이틀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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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수원 오프라인 플랫폼 <미래가 열리는 나무>를

수원시 곳곳에서 총 5회 진행하였습니다.

 

의제별로 수원시민들의 의견을 받아 나무에 설치하였는데

총 7개의 의제에 대해 300개가 넘는 의견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 수원시에 대한 퀴즈를 주사위놀이와 연결하여 체험프로그램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주최/주관 : 수원문화재단

*미래가열리는나무 제작 협력 : 띠리리제작소

*사진 : 양승욱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문화예술교육 비평웹진
<지지봄봄> 26호가 발행되었습니다.

 

비기자는 이번호에 기획과 편집에 참여했습니다.

 

 

"누구와 무엇으로 어떻게 만날까"

 

http://ggarte.ggcf.kr/?p=23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ggarte.ggcf.kr

 

 

 

 

 

누구와 무엇으로 어떻게 만날까 

 

창작그룹 비기자 최선영

 

 

 

그냥 쉬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면 어떨까.

푸릇푸릇한 에너지로 교실과 운동장을 뛰어놀 초등학생을 기대했는데.

 

‘이름이 뭐야?’라는 질문에 ‘이름이 뭐야?’라고 답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어떨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예상했는데.

 

자신이 소유한 건물 자랑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어떨까.

정감 넘치는 인생 이야기를 펼치는 어르신을 기대했는데.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대하고 예상한 모습의 사람만 있지 않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교육대상’으로 개념화하고 그 대상을 유아, 청소년, 노인, 장애인, 가족 등으로 겨우 세분화한다. 이러한 현상은 문화예술교육이 대상별 교육을 강조하는 정책적 움직임 안에 있을 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행정적 서류나 사업 기획안에서 편리하게 분류해 부르는 그 ‘대상’들은, 교육 현장에서 다시 한 명씩 살펴보고 마주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된다.

 

예를 들어 중학생들과의 교육 활동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학생들은 보통 ‘청소년’으로 불리지만 우리는 현장에서 ‘청소년스럽다고 느껴지지 않는 사람’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래서 ‘학생다움’이나 ‘청소년다움’에 대한 사회와 개인의 시선이 현장에서 보기 좋게 미끄러져 버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결국 교육 현장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들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이번 <지지봄봄>에서는 그 고민을 하나씩 뜯어서 살펴보고 함께 나누려고 한다. 가늠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교육 현장의 사람들이 즉흥적인 교육인지 처세인지를 해내고 있는 순간에 말이다.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도화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의 근거가 되는 교육 현장은 정신없이 생성되고 사라진다. 우수한 국내외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 사례를 다시 새로운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거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깊이 있는 교육적 성찰이 이루어지기에도 벅찰 만큼, 기획자나 강사, 실무자 등은 계획안을 쓰고 재료를 나르고 참여자들을 다독이고 일지를 작성한다. 문화예술교육이 어떠해야 할지 이전에, 당장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현하고 정리하고 이어나갈지를 살피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지지봄봄>에서는 교육 현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쪼개어 살펴보고자 한다. 교육 현장의 언어와 주제, 재료의 실험, 현장의 진행, 참여자에 대한 관심, 강사나 기획자의 마음, 활동의 정리나 지속 등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사항들을 중심으로 말이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만나보고 있는 필자들이 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들은 보편화 될 수 있는 방법론을 소개하는 대신 개별화된 경험을 들려준다. 나 역시 그러한데, 이 글에서는 먼저 교육 현장에서의 언어에 대한 경험을 풀어보고자 한다.

 

나는 교육 활동에 있어서 ‘주제’가 있더라도 그것을 하나의 단어나 개념으로 참여자들에게 공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각자의 집을 만들어보는 활동을 실제로 계획했더라도 “집을 만들자”라고 하지 않는다. 그 순간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사각형 건물 위에 삼각형 지붕을 얹어 관념화된 집을 그리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고나 표현은 생각보다 언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사람’을 그려보자고 하면 졸라맨을 그리고 ‘자동차’를 그리자고 하면 각이 진 몸체에 바퀴가 2개 달린 측면에서 바라본 바로 그 승용차를 그린다. 그래서 나는 단어가 아니라,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나 요소들을 풀어서 이야기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집’을 풀어서 말하기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나 장소”

“나에게 익숙한 물건이나 사람이 있는 곳”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채우고 싶은 공간”

“내가 쉬는 곳”

“내가 가끔 숨을 수 있는 곳”

 

· ‘사람’을 풀어서 말하기

“우리와 닮았지만 모두 다른 생명체”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사랑도 하고 질투도 하는 생명체”

“겉과 속이 다른 생명체”

“각기 다른 얼굴과 몸통과 팔과 다리가 달린 것”

“다른 행성에서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를 존재”

 

· ‘자동차’를 풀어서 말하기

“우리가 주로 타고 다니는 것”

“바퀴와 엔진과 몸체를 가지고 있는 것”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태울 수 있는 것”

“갑자기 사라지면 삶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 수도 있는 것”

“물건을 멀리까지 운반할 때 편리한 운송수단”

 

이러한 표현방식은 하나의 개념을 떠오르게 하기보다 다른 개념까지도 상상하게 만든다. 문화예술교육이 하나의 개념을 찾아내고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참여자가 반드시 집, 사람, 자동차를 표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과 비슷한 속성을 떠올리며 다양하고 엉뚱한 것을 상상하여 자신의 삶과 연결된 어떤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말하기 방식은 더더욱 무궁무진하게 이어져 문학적인 표현으로도 연결될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예시 중에, “다른 행성에서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를 존재”에 대해 그림을 그린다면 어떤 결과물들이 나올까. 그것이 얼마나 예술적일지 아닐지 따져보기 전에, 그것이 ‘사람’이라는 단어를 듣고 표현한 것과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지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교육 현장에서 교육적 주제는 계획서에 명시된 언어 그대로 참여자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도 전반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혹시 강사나 기획자가 정해 놓은 주제를 강조하거나 교육 활동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 선택된 개념 몇 가지가, 참여자의 다양한 접근을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최근에는 교육 활동이 계획서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분명하고 정리된 언어들이 활동 전반에 공지되어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참여자의 표현 영역에서는 오히려 계획된 언어, 기획된 주제가 흩어지고 확장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참여자의 개별적 관심이 활동 주제와 조금이나마 만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은 비언어적인 과정도 포함하기 때문에 우리가 언어의 밖으로 뛰쳐나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더욱 많다. 또한 언어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 혹은 언어를 쓰지 못하거나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동등한 표현 기회가 주어지려면 문화예술교육은 계획서에 나열된 언어가 아니라 계획될 수 없는 감각이나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는 그런 측면에서 나의 언어를 다른 표현이나 반응으로 튕겨내 버리는 사람들을 만날 때 당황하면서도 시원함을 느낀다. 예를 들어 내가 “이건 괴물이야?”라고 물으면 “그냥 그린 건데요”라는 답변을 들을 때가 그렇다. 나 역시 어떤 결과물을 보고 하나의 개념으로 판단하게 되는데 상대방은 그것이 무엇이 되는 것과 무관하게 ‘그저 그려본 것’으로 내버려 둔다. 뭐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도록 이름도 의미도 부여하지 말고 그대로 두면 될 것을. 그저 그림 한 장이거나 어떤 순간의 흔적인데.

 

‘지역’을 ‘발견’하고 ‘도시’를 ‘해석’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등의 문화예술교육 ‘사업’ 내의 개념들은 절대 ‘그냥 해보는 것’의 힘을 이길 수 없지만 언제나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것은 참여자의 관심, 참여, 표현을 덜 살피게 만드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그냥 해보는 것이 지역도 발견하고 도시도 해석하고 자아도 실현하다가 심지어 삶 속으로 문화를 침투시킬 수도 있다고 기대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어가 애써 감싸 안지 않아도 되는 비언어적인 순간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심지어 그것이 의미 이전에 재미를 찾아서 이리저리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면 그 원동력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개념들을 언급하지 않는 활동이 너무 산만하게만 느껴질 때도 있다. 문화예술교육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순간들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될 때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명확한 말들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은 명확한 주제를 놓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계획적이고 치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더 어려운 방법이다. 그렇기에 몇 가지 개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그것에 기대어 활동 전반을 끌어가는 방식은 사실은 참여자와의 소통에서 편리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것은 때론 불편하거나 모호하거나 어려운 소통의 여지를 덜 만들기 때문에 참여자에게 일방적인 전달로 비춰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언어나 개념과 관련된 고민을 하게 된 배경을 언급하자면, 그것은 역시나 어떤 사람들과의 만남 때문이었다. 입으로 소리는 내지만 개념을 언어화해서 문장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 분명 어떤 단어나 문장을 말하고 있는데 그것의 의미는 모른 채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 하듯 말하는 사람, 말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 유창하게 하는 말 속에 자신의 생각보다 강사의 생각이 더 강하게 들어있는 사람 등을 만나면서 왜 많은 활동이 언어에 기대어 이루어져야 할까 생각이 들었다. 문화예술은 그냥 해보는 것, 말없이 따라해 보는 것, 느껴보는 것, 같이 있는 것, 혹은 안 해보는 것도 가능한 영역일 텐데 말이다. 교육 ‘사업’이나 ‘프로그램’ 기획서 작성을 위한 언어에 집중하게 되는 상황 안에서, 우리 스스로 그 언어를 빠져나오기 위한 실천들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와 무엇으로 어떻게 만날까.

이것은 사실 누구와 어쩌다 만나게 될 때 그 다음의 만남을 어떻게 이어갈지 상상하며 내뱉어보는 혼잣말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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