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y Very Important Pududuk (베리베리 임폴턴트 푸드덕)

 

 

 

 

 

 

 

 

 

 

전시를 기획하며 /  창작그룹 <비기자> 최선영

 

 처음 이 전시를 기획할 때 철새의 이동대열에서 연대의 의미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연대, 공동창작 등의 주제로 우리 잘 어울려보자, 모두 만나서 작업과정과 내용을 공유하며 직접적 소통을 하자, 그만큼의 에너지를 쏟자고 하는 대신, 지금 현재 자신과 타인에게 삶의 힘을 발생시킬 수 있는 푸드덕을 함께 찾아보는 것을 지향합니다.
 생계든 연애든 육아든 그저 숨 쉬는 것이든 요즘 힘든데 애써 힘을 내어 이 전시를 해내보자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힘든 것이 있다면, 그것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거나 발산할 구멍을 이번에 각자든 함께든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혹은 잘 되고 있는 부분을 더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버겁고 무거운 것들을 버리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같이 버리면서 길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물건을 버리든, 남아도는 시간을 버리든, 떨어진 기획안을 버리든, 마구 치솟는 자존심을 버리든, 불안을 버리든. 우리가 스스로를 예술가라 부르기엔 다소 민망하고 조심스럽기도 하나, “예술가들이 무언가를 버리는 현장들이 만드는 길이 서로를 살리고 날게 할 것이란 생각이, 기획서가 정리된 이후에 정리되었습니다.
 타인에 의해, 자신에 의해, 사회적 필요나 기준에 의해 버려진 것들이 그리 부정적이거나 부족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우리가 이번 전시에서 무엇을 버리며 길을 만들지 생각해봅니다.

 

 불안의 속도가 빠르게 번져가는 시대에, 느리고 게으르게 살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걸 해보는 것도 사람을 위하는 일이라고 본다면, 이번 전시에 함께하는 작가들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라는 사람을 소외시키지 않으며 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터에서 부지런히 돈을 벌고 자신의 출세에 매진해도 모자를 시기에 자신, 혹은 남의 이야기를 들으러 다니고 그것을 기억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고, 그것을 슬프거나 차갑지 않게 여러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언어를 찾는. 그 모습은 철없는 아이 같기도 하고 서투른 애정표현 같기도 하고 불안을 삼킨 여유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푸드덕 거린다고 표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푸드덕은 그것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변 사람에게 힘을 줍니다. 그 움직임이 역동적이거나 눈에 띄어서가 아니라, 여전히 바람의 저항을 받으면서도 푸드덕 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시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그들 개개인과 그들의 작업이 이 전시를 통해 더욱 알려지길 누구보다 기대합니다. 하지만 사실 더욱 응원하는 것은, ‘어떤 주제로 작업하는 예술가’ 라는 컨셉 곁에서, 스스로와 타인을 해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 전시에서는 예술가 이전에, 사람이 보이길 바랍니다.

 

 

 

 

 

 

 

 

 

 

 

 

 

 

 

 

 

 

 

 

 

 

 

 

 


 

 

비기자 / 오리를 보며 걷습니다 / 영상 / 00:03:26 / 2016

 

 

 

오리를 보며 걷습니다.

나이 서른을 넘긴 건강한 청년들이 월요일 대낮에 모여

오리를 보며 걷습니다.

바쁜 일이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한가해보이지도 않습니다.

오리를 따라 개천가를 걸으며 요즘의 일상을 나누고

흥미로운 수수께끼를 풀어봅니다.

무한경쟁시대, 그 한복판에서 오리와 하는 산책은 무엇일까요.

 

3 때 모의고사를 앞두고 아파트 계단에서 목을 멘 옆 반 친구는

이름도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학교는 며칠 동안 뒤숭숭했고 학생들은 그 친구 때문에 모의고사가 취소되었다고 푸념을 했습니다.

사람이 스스로 죽고 싶을 만큼 견디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아무도 되짚어 주지 않았습니다.

교실은 굴러갔고 수능은 다가왔고 우리는 그런 채로 흘러갔습니다.

그때와 같은 속도로 삶이 흘러가는 요즘, 자주 그 친구를 떠올립니다.

내가 그때 그 친구와 오리를 보며 함께 걸을 수 있었다면

그동안의 시간은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여전히 이름도 모르는 그 친구와

문득 이름이 궁금한 어떤 사람과

이젠 이름 따위 중요하지 않은 누군가와

수 억 광년을 지나온 빛들의 노래를 연주하고

점과 점 사이 흐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모여 앉아 이야기 수수께끼를 풀어봅니다.

이것은 오리를 보며 걷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높이 날지 않는 오리의 푸닥거림은

하늘대신 수면 위를 날아 우리에게 옵니다.

 

무심히 퍼지는 날갯짓은

이제 무거워진 발끝을 적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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