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그룹 <비기자>는 해단식 "안 되는 거 알잖아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봄부터 준비하던 소식을 전합니다.

현재의 “비기자”는 2010년 “비폐기물생산자연대”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단체도 아니고 모임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그 당시 같이 활동하던 사람들과의 공식적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효율적인 운영방식은 잘 몰랐고 긴 이름을 선택해 이런저런 활동을 했습니다. 폐교 주변에서 자연물들을 주워 와 운동장에 거대한 보드게임을 만들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말없이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이게 예술이 안 될 건 또 뭐야, 그런 마음으로 예술계 주변을 기웃거렸지만 적절하고 훌륭한 창작으로 해석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활동을 위한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2016년, 이름을 “비기자”로 정리했습니다. 무한경쟁시대에 비겨보자는 의미를 담아 그동안의 작업도 정리해서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던 현장이 한눈에 정리되고 나니 쌓인 시간만큼 다양한 작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작업공간도 생기면서 큰 규모의 프로젝트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활동의 기회를 나누고자 했던 오래된 의도가 감사하게도 충족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의미나 키워드로 “비기자”가 외부에 소개되면서 작업을 하려는 이유보다 “비기자”라는 이름을 지켜내고 싶은 욕구가 더 커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해단식을 갖고자 합니다. 2021년 2월부터 “비기자” 이름으로의 활동은 없습니다. “비기자 라는 이름이 필요한 상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겠다, 슬픈 이별을 선언하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는 다른 필요와 상황 안에 있음을 말하고자 합니다. 그 마음에 대해 공유하고 예의를 갖춰 감사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자 해단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체를 정리하는 과정을 몇 개월간 모두 공유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건강하고 편안하게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하나의 예술단체가 자립하기를 기대했거나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이가 있다면 아주 상냥하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안 되는 거 알잖아요.”

그럼 무엇이 되는지 찾아보려고 하니 사실 매우 설렙니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지나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서라도 알려면 일단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 천천히, 안녕!

 

 

창작그룹 <비기자> 해단식 "안 되는 거 알잖아요"

- 일시 : 2021년 1월 언젠가

- 진행방식 : 생각 중

 

 

*홈페이지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해단식까지 더 많은 기록, 자료, 생각들을 업로드해서 공유하겠습니다.

 

*그림 : Alpha.lee

*손글씨 : 고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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