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평생학습관 웹진 [와] 166호_일본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사례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② Swing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Swing>은 흔든다는 것이다. 흔든다는 것은 변한다는 것이며 변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변화를 위해서는 아웃당하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한 상태나 공간에서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약간 위험한 것이 좋다.

하지만 너무 벗어나면 잡혀간다.

약간 벗어나는 것을 하면서 그 범위를 조금씩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Swing>의 대표 키노토 마사유키(이하 마사유키)는 <Swing>의 의미를 어렵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게 설명했다. 잡혀가지 않을 정도로만 약간 위험하게 무언가를 흔들며 변화를 모색하는 것. 이것은 예술이자 교육이자 운동(movement, campaign)일 수 있지 않을까. 기존의 예술, 교육, 운동을 설명하는 말들과는 차이를 두지만 그것의 의미와 충분히 연결이 되는 그 소개말이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관심, 흥미, 심지어 재미까지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을 <Swing> 공간 곳곳에서, 그리고 활동내용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동시에 타인의 관심이나 참여를 다각도로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는 지점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떤 장소를 만들고 있을까? ‘무언가를 흔든다’는 운영철학이 어떤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교토에 위치한 <Swing>은 장애인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비영리법인단체로 2006년에 설립되었다.


스윙 (1).jpg

비영리법인 <Swing> 간판


이곳은 예술단체가 아니라 장애인종합지원법에 따른 장애인 복지서비스사업을 하는 시민단체이다. 그래서 운영 면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상근직원이 8명 있고, 이 중 창작관련 전문 인력(전공자)은 3명이다.

이곳의 운영철학은 ‘Enjoy! Open !! Swing !!!’이다. 그래서 활동내용이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경향이 많다. 다음은 대표 마사유키가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 <Swing>의 대표적인 활동 내용이다.



 shiki(박스) olioli(접기접기) : 박스 접기는 전국의 다양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하고 있는 주요업무 중 하나인데 <Swing> 역시 공식적인 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Swing>에서는 이런 활동 자체를 인정하고 재미있는 이름으로 소개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윙 (5).jpg

‘shiki(박스) olioli(접기접기)’ 작업공간(좌)과 일상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야외공간(우)



 우리는 표현족 :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림·시·제조의 예술창작활동이다. 이 이름은 일본의 유명 TV 프로그램 '우리는 익살족'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내부에 작업공간이 있지만 사무실 한 쪽에 의자와 테이블을 마련해두고 작업을 하기도 한다. 메인 멤버(장애인)는 13명이며 이들은 매일 오기도 하고 일주일에 3번 정도 오기도 한다. 일주일에 1번 오거나 가끔 오는 사람도 있다. 9시부터 3시가 기본 활동 시간이며 멤버들은 그 안에서 자유롭게 오간다.



<Swing>은 창작활동을 통해 나온 결과물들을 전시를 통해 외부에 소개하기도 하는데 작품을 고르고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전시장에서 여러 가지를 작업한다. 시를 낭독하고 박스 접기 같은 체험활동을 하거나 아틀리에가 전시장으로 옮겨진 것과 같은 개념으로 전시 공간에서 평소에 하던 창작활동을 하기도 한다. 장애인만 그 공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공간을 쓰고 있다’는 개념으로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스윙 (4).jpg

‘우리는 표현족’ 작업 공간



 Oyss 프로젝트 : 뮤지션 Cocco의 ‘쓰레기 제로 대작전'에서 영감을 받아 2008년 10월부터 시작한 활동이다. "아름다운 교토를 더 아름답게”를 슬로건으로, 겨울이나 여름에도 교토 가모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활동은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이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파란색 옷을 입고 동네 청소를 한다. 한 달에 1회씩 진행해 현재 115번째 진행되었으며, 약 10년째 해오고 있다.


스윙 (3).jpg

‘Oyss 프로젝트’ 활동모습 (출처 : <Swing> 블로그)


<Swing>은 쓰레기 줍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재미있어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며, 이 활동을 재미있어 보이도록 여러 가지를 하고 있다. 청소부대 명함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이 활동에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Swing>과 상관없는 사람도 함께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동네 아이들이 무서워서 울고 도망갔으나 지금은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아이들과의 사이도 좋아졌다. 처음에는 이들이 위험한 사람인 줄 알고 경찰이 와서 심문을 했다. 지금은 이 활동에 참여하는 스윙 멤버들이 귀중품을 주워 경찰서에 전달하기도 하기도 해 그들과도 친해졌다. 이들은 경찰이 찾아오는 등의 반응에 대해 ‘균열내기가 진짜 예술인 것 같다’는 맥락으로 이해한다. 또한 이 활동을 다른 지역에 가서 하기도 한다. 기업, 복지시설, 사무실 등에 청소부대 지부가 15개 있으며(2017년 4월 기준) 베트남에도 지부가 생겼다.



 당신의 목적지를 알려드립니다 : 교토의 교통이 복잡한데 <Swing> 멤버들이 교통 관련 지식을 총동원하여 주로 외국인에게 길 안내를 한다. 한 달에 1회, 2시간~2시간 30분 정도 진행한다. 버스나 지하철 노선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것은 일부 발달장애인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한데 <Swing>은 이것을 장애가 아닌 독특한 능력으로 해석해 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시민이나 관광객들은 자주 “왜 이런 옷을 입고 이런 것을 하고 있냐”고 수상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 이유나 의미를 설명해도 “아, 그렇구나”하고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스윙 (2).jpg

‘당신의 목적지를 알려드립니다’ 프로젝트 활동모습 (출처 : <Swing> 블로그)


<Swing>의 활동은 특히 일본의 장애예술 관련 단체를 조사해온 내게 다르게 보이는 지점이 있었다. 그것은 첫째, 장애인의 일상이나 기존 업무와 연결된 활동을 예술적 기획으로 확장한다는 점, 둘째, 전시와 같은 작품 발표의 장소나 길거리에서도 장애인의 일상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소개한다는 점, 셋째, 활동 전반에 유머와 즐거움의 요소를 잃지 않는다는 점, 넷째, 이러한 활동을 예술이라고 규정하기보다 장애인의 삶을 드러내는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지속한다는 점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스윙의 대표 마사유키가 설명한 운영철학을 바탕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장애인 개개인이 자기 자신으로서 편안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것은 이전 글에서 소개한 ‘야마나미 공방’의 운영철학과도 중첩된다. 그러한 장소가 있으면 사람은 알아서 표현하게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또한 그는 예술 관련 전공자가 장애인의 창작활동에 함께 하고 있지만 예술이라는 말을 <Swing> 안에서 쓰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들의 활동이 그 자체로 존중되기보다 예술이라서 중요해지거나 예술은 대단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술 혹은 예술교육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만났던 일본의 단체들에서 내가 자주 발견하는 태도이다. 예술보다는 사람, 표현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 순간 나는 다시 오래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예술이 왜 우선시되지 않는가’가 아니라 ‘예술이란 것은 무엇을 위해 있는 걸까’, 그래서 ‘예술은 무엇일까’. 문득 <Swing>의 의미를 다시 떠올려본다.


‘잡혀가지 않을 정도로만 약간 위험하게 무언가를 흔들며 변화를 모색하는 것’


여전히 예술 혹은 예술교육이 무언인지는 모르겠지만 <Swing>이 흔들고자 하는 것, 흔들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럼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다보면 우리가 현재 스스로를 흔드는 질문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이 흔들리지 않도록 애쓰는 이유, 혹은 흔들릴까봐 불안한 마음이 더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누군가는 왜 이러한 강력한 의지들을 조금이라도 움직여보려고 하고 있을까. ‘예술이 중요해서’, ‘장애인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라는 이유들을 우선으로 두지 않을 때, 이들의 활동 맥락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일반적인 사회적 기준과 가치들이 머릿속에서 흔들릴 수 있는 시간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관련 연구

해당 내용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을 받아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수행하고 있는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프로그램 개발> 연구의 일부이다. 


관련 링크

*<Swing> 홈페이지 : http://www.swing-npo.com

*<Swing> 블로그 : http://garden.swing-npo.com

 

 

 

 

*웹진 보러가기 : http://www.wasuwon.net/1297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