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미술전 <숨은그림찾기>에 참여하여 그림자놀이 작품 '그림자의 기억'을 설치하였습니다.

 

 

 

 

 

 

 

 

 

그림자의 기억 / 영상, 나무, 야광 안료 / 가변크기 / 2018

 

 

 

 

 

 

 

 

 

 

 

말을 하지 않아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이지 않아도 그림자는 그 자체로 놀이가 될 수 있다. 누구든 벽을 바라보고 빛을 등지면 그림자를 만들 수 있고 각자의 모습으로 그림자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 ‘비기자’는 단지 그 놀이의 참여를 유도하는 몇 가지 장치를 배치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 안에서 만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비기자’가 ‘놀이’라는 개념을 해석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잘하거나 못하는 것의 기준이 없는 ‘놀이’는, 더욱 많은 사람의 참여기회를 비길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놀이 자체에서 비기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그래서 ‘비기자’는 놀이 과정에서 경험적으로 기억되는 지점에 주목한다. 행위의 과정에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동등한 표현의 기회를 가졌다면 그것은 비기는 과정을 담아낸 것이라 여긴다. 그러한 맥락에서 <그림자의 기억> 작품은 눈에 띄는 그림자(결과물)를 만들어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참여 기회를 비길 수 있게 한다. 야광안료가 칠해진 벽이나 설치물 위에서 금세 사라져버리는 그림자(결과물)의 잔상도 그러한 의미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관객은 자신의 표현물인 그림자를 만들어보는 놀이에 참여하지만 그 표현물은 이내 사라져 놀이의 과정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중요한 것은 잠시 완성되는 그림자만이 아니라, 관객의 망설임, 잠시 드러났다가 사라지는 잔상에 대한 아쉬움, 다시 새로운 그림자를 만들어보려는 시도 등일 것이다. ‘비기자’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작동될 수 있도록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말을 걸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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