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열두달놀이터] 중 11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놀이카드, 주사위, 일상물건 등을 이용해 아이와 어른이 각자, 또는 함께 놀이를 만들었습니다.

비기자는 그동안 해봤던 놀이, 만들기의 현장을 소개하며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놀이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자세히보기 : 
https://learning.suwon.go.kr/lmth/02_pro/view.asp?idx=1253

 

평생학습관 강좌 - 수원시 평생학습관

HOME > 학습관프로그램 > 평생학습관 강좌 평생학습관 강좌

learning.suwon.go.kr

 

 

 

 

 

 

 

 

 

 

 

 

 

 

 

 

 

 

 

 

 

 

 

 

 

 

 

 

 

 

 

 

놀이터 토크 "놀이를 놀이답게 하는 것들"

일시: 2018년 10월 12일(금) 저녁7시~9시

장소: 수원시평생학습관 앞마당 모두의숲

 

토크 참여자

이소영_<엄마도 행복한 놀이터>저자, 마그앤그래 대표

최선영_예술가, 비기자 멤버

만들이_놀이적 삶을 만드는 창작집단

신경아_숲놀이 강사

채진백_대학생놀이팀 언니오빠형누나 대표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진행된 놀이터토크에 참여했습니다.

 

*토크 자세히 보기 : http://www.wasuwon.net/131508

 

이슈 - 놀이를 놀이답게 하는 것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었다. 어떤 이는 칼퇴근을 하면서 삶의 여유가 생겼다고 하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이도 있고, 해당되지 않는 업종의 종사자는 상실감만 크다는 이도 있다. 우리사회가 워낙 복잡해져서 하나의 제도가 모두를 웃게도 울게도 하지 못한지 한참. 안타깝기도 하고, 정책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힘들지 감정이입도 된다. 그 사이, 평생학습계에서는 이 늘어난 여가시간을 평생학습을 ...

www.wasuwon.net

 

 

 

*토크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재미를 찾을 만큼 '심심한 상황'과 '심심한 사람들'

 

최선영(창작그룹 비기자) : ‘보이지 않던 놀이의 장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비기자’는 경쟁하는 시대에 각기 다른 생각들이 꾸준하게 비길 수 있는 현장을 문화예술적으로 만드는 창작그룹이다. 남편인 이재환 작가가 디렉터이고 저와, 다양한 그룹들이 함께 한다. 다른 생각들끼리, 사람들끼리, 생명들끼리 비기자는 것을 위한 한 가지의 수단으로 놀이를 취하고 있다.

 

 

위)온갖 것들을 다다다다 갖다놓고 우다다다 놀자는 컨셉의 전시 <다다다방> @서울 마포의 문화비축기지

(아래)숲 속 오락실 @경기상상캠퍼스

 

 

미로를 만들고 오락기를 만드는 이런 활동들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뭔가를 계속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별 것 없다’고 여겨지는 환경에서도 ‘별 별 짓거리를 이어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도 이것저것 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놀이라서 중요한 게 아니고,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서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좌)폐교에 예술가들이 모여 뭐가 재밌을까 찾다가, 근처에서 자연물들만 가지고 커다란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중)주안 쓰는 물건들을 주워서 소독기 안에 주크박스를 만들고 지역주민들이 가져온 CD를 틀 수 있도록 했다. ‘주크박스를 만들자’라고 시작된 것이 아니라 놀다가 재미있는 것을 찾았다. (우)회의실에서 어떻게 하면 제일 높게, 다르게 쌓아볼까 하며 어른들이 놀았다.

 

이런 일이 계속되려면 심심한 상황이 필요하다.' 기획해보자' '잘해보자' '독특한 놀이를 개발해보자', 이런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건 좀 심심하지 않나 할 정도의 상황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재미를 찾게 되는 것이다.

비기자의 활동이 아니라 가족의 활동을 잠깐 이야기하면, 나는 강아지 네 마리와 아이 한 명을 키우고 있다. 신나게 놀려면 공터가 필요한데, 그래서 사람이 없는 곳을 주로 찾아다닌다. 누군가 보았을 때 ‘여기는 아무것도 없네, 놀이터도 없네.' 이런 공간을 주로 찾아다녔다. 그러다보니 누군가는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공간에서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시선이 생겼다. 그래서 오늘 ‘어떤 놀이터를 만들자’보다는 놀이의 장소를, 보이지 않던 놀이의 장소를 상상해보자고 이야기를 드리는 것이다.

 

 

여기서 누가 놀 수 있을까 생각되는 공간에서도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보통 ‘할 게 없다’, ‘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도 심심하지 않을 만큼의 상황을 이어갔는데, 이런데서 놀면 안 될 것 같은 곳, 가지고 놀면 안 될 것 같은 것도 모두 놀이의 소스가 된다. 아들이 놀 때, 어떻게 저 어린 인간이 세상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잘 노는지를 지켜보고 그걸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공사장에 가서 놀기도 하고 지나가는 차를 보는 것도 놀이다.

하지만 계속 놀듯이 사는 건 정말 어렵다. 많은 분들로부터 대체 저래서 돈은 언제 벌까, 애가 저렇게 놀기만 해서 어쩌나 등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필요한 것이 놀이터는 아니라는 것이 저의 생각이다. 그보다는 삶을 놀이의 장소로 의미화하는 것, 그런 시선이나 인식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어른들이 기획한 놀이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요즘 많이 하지만, 사실 어른들도 놀 수 있는 삶의 장소가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이 두 가지 맥락이 비기고 있는가. 놀이터라고 기획되지 않은 곳에서도 과연 우리가 신나게 놀 수 있는가. 가장 큰 힌트는 심심한 상황과 심심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도 그런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어떤 것을 해볼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하고 있는 상태다.

 

 

수원시평생학습관 웹진 [와] 166호_일본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사례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① 일본 야마나미 공방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여기가 누구나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아틀리에입니다.”

 

13평짜리 작은 공간의 한 쪽에 놓인 책상을 가리키며 일본인 스태프가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학교 교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 작은 책상이 아틀리에라니.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사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책상의 의미를 설명하던 스태프와 그 공간의 느낌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것은 2008년 방문했던 요코하마의 공간 ‘아트 랩 오바(Art Lab Ova)’에 대한 이야기다. 이곳은 199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비영리그룹으로 ‘13평의 아트센터’라고 불리며 장애인, 홈리스,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최근까지 일본의 사회문화예술교육 관련 현장을 답사하며 연구해오고 있는 나는, 일본의 쾌적하고 거대한 아트센터보다 그 13평의 공간을 기억하게 된 맥락을 이번 연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소박한 것의 아름다움 이전에 누군가의 태도를 전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태도는 사회 혹은 사회적인 것과 연결되고자 하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왜냐하면 그 사례들이 사람에 대한 관심과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가 특히 장애예술과 관련한 일본의 사례를 연구해오긴 했으나 그것은 다양한 감각과 특징을 가진 사람들과의 활동으로 의미가 깊다. 그래서 앞으로의 글에서 장애에 대한 언급이 많겠지만 그것은 ‘다양한 존재’에 대한 맥락으로 읽히기를 기대한다. 또한 국내와 일본의 복지제도1), 문화정책, 교육, 역사적 문화적 차이가 크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우리가 함께 눈여겨 보아야할 부분은 사례 속 내용 이전에 철학이나 방향성일 것이다.

 

시가현에 위치한 ‘야마나미 공방’(이하 공방)은 1986년에 '산맥 공동 작업소'로 시작되었고 2008년도에 사회복지법인 산맥위원회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변화하였다. 즉, 이곳은 예술 관련 단체가 아니라 장애인복지시설이며 현재 79명의 장애인(이용자)과 22명의 스태프가 있다. 그래서 수급자 증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 주요 이용자이며 이들은 일상적인 활동 외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창작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곳은 장애인이 여러 표현활동을 통해서 마음이 넉넉하게 성장하는 것, 그 사람이 그 사람답게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방은 평일 오전 8시 45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하며, 장애인이 활동하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45분이다. 이러한 운영형태로 보았을 때에는 국내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나 보호작업장과 비슷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곳에 오는 장애인들은 아틀리에에서 매일 창작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산책을 하거나 드라이브 또는 운동을 하고 노래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는 가운데 각자의 속도와 의욕에 맞게 생활하고 있다. 공방의 운영자는 장애인이 만들거나 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끌어내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흐름과 공간을 개개인에 맞게 만들어내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이 하고 싶은지,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같은 개개인의 생각과 서로의 관계를 소중히 하고 있다2).

이런 맥락으로 아래와 같은 5가지의 그룹 활동이 공방에서 이루어진다.

 

1) Atelier : 코로봇쿠루 점토와 회화를 중심으로 각자 하고 싶은 일이나 잘하는 일을 살린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한다. 여러 가지 경험을 쌓기 때문에, 조리 실습이나 외출 행사 등도 한다.

2) Studio : 코튼 자수와 회화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자 만들기와 요리 실습에도 매월 노력한다.

3) 프렌댐 : 기계 아키라 훈련을 중심으로 체력 만들기를 적극적으로 하고 다른 그림과 취향을 살린 제품 제작에 임한다.

4) 모락 모락 :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창작 활동을 중심으로 공공시설 등의 유지 보수 작업도 실시한다.

5) 타이어 : 차를 타고 지역을 떠나 폐지 회수나 페트병 뚜껑 회수를 실시한다. 또한 점토와 회화 작업, 과자 만들기 작업에도 노력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최소한의 형식을 갖춘 프로그램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보다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 그들의 표현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원래 시설을 아트화하려는 생각도 없었고 시설에서 아트를 도입하겠다는 생각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누가 시키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자발성을 존중해서 풍부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들의 혼네(진짜 속마음)를 제대로 보는 것이다. 어떤 작품을 만드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말과 태도 그대로 자신을 표현하고 즐겁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의 여러 표현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희망의 모양이다. “지금 저 분이 뭘 하고 싶을까?” “오늘 어떻게 지내고 싶은 걸까?” 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이미 하고 싶은 것이 있을 텐데, 그것에 반하는 것을 스텝들이 시키면 안 된다. 스태프의 입장이 그들보다 더 위에 있다고 인식시키는 관계라면, 그들의 진짜 마음이 보이지 않게 된다. 자기표현의 의욕도 닫혀버리게 된다3).”

 

“알기 쉬운 그림과 도예만이 작품인 것은 아니다. 우리의 개념으로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에도 그 사람만의 것, 유일무이하게 빛나는 것이 있다. 표현활동이라는 것은 누구의 왜곡 없이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야마나미 공방’의 전체 이용자에게는 각자의 표현이 존재한다. 그들의 표현은 여러 가지다. 하루 종일 어떤 특정한 일을 계속 하는 사람도 있고, 특정한 말을 계속 하는 사람도 있고, 그 중에 종이를 계속 찢는 것이나, 아무것도 안하는 것도 표현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들의 대다수는 일상의 행위나 표현이 아트인지 아닌지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인 가치나 칭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다. 모두 자신만을 위한 행위인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가치나 개념을 가지고 그들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독특한 발상과 가치관의 곁에서 그 행위나 표현을 긍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책임이 아닐까 싶다. 틀려도 그들의 행위나 표현에 손대거나 말 걸거나, 자신의 가치를 강요해야 한다는 입장이 아닌 것임은 명확하다. 이용자 모두는 각자의 풍부한 표현과 가능성이 있다. 그들의 표현이 사회 속에서 예술로 평가되는지 아닌지, 비싼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자기의 취향에 맞는지 아닌지, 그들 자신의 목적과 관계가 없는 가치 기준으로 우열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들의 표현에 대한 존중이 있는가 없는가가 어떤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4).”

 

 

noname00.jpg

야마나미 공방의 장애예술인 작품 (출처 : 야마나미 공방 홈페이지)

 

이곳이 예술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님에도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작품은 국제적인 전시를 통해 활발하게 외부에 소개되고 있다. 2018년 1월부터 3월까지 이곳 장애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전시만 13개이다. 이들의 작품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모두 개별 표현 언어를 다양하게 취하고 있으며 재료나 표현방식, 시각적 완성도에서 예술성도 돋보인다.

그런데 여기에서 특이한 점은 이곳에 예술 관련 전문 인력이 배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예술적인 교육을 하기 보다는 장애인이 본래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함으로써 그들의 창작이 자연스럽게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야마나미 공방’의 이용자 중에는 원래 표현활동을 특별하게 잘해왔던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이곳에 와서 표현활동을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방 관계자들은 일상에서 그림 그리는 도구나 바느질 도구, 점토 등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재를 충분하게 준비해둘 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소재를 쓸지, 쓰지 않을지 어떻게 쓸 건지 모두 장애인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활용한다. 공방의 대표는 이러한 맥락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지금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나오는 이유는 대단한 지도(가르침)가 있어서는 아니다. 설비가 좋아서도 아니다. 아티스트 서로와, 그리고 아티스트와 우리들의 강한 신뢰 관계가 생기고 외로워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공간이 있어서이다. 신뢰관계가 있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은 서로의 존재나 표현에 영향을 받고 자신 안을 돌아보고 그것이 상승효과를 내어 많은 작품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표현활동의 현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단 하나, 신뢰 관계이다. 아티스트와 스태프, 그리고 아티스트 서로가 어느 한쪽이 우위에 서지 않고 평등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개인의 빛이 열려 나오는 것이다.”

 

 

 

제목 없음-1.jpg

카메 카즈미의 작품 (출처 : 야마나미 공방 홈페이지)

 

 

사람들 간의 신뢰 관계가 쌓이고 각자 외로워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장소. 그 장소의 가치를 채우는 것은 시설이나 규모가 아니라 그 장소를 만들고 지속하려는 사람들의 태도일 것이다. 그리고 문득, 그가 말하는 ‘장소’가 내가 10년 전 ‘아트 랩 오바’에서 마주했던 작은 책상과 오버랩되었다. 장소는 어쩌면 공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작거나 혹은 클 수도 있는 ‘자리’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회 안에서 사실은 모두의 자리가 고려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발견할 때, 우리는 그 자리의 필요성과 의미를 다시 떠올려볼 수 있다.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 자신의 존재 자체로 편안할 수 있는 자리, 혹은 장소. ‘아트 랩 오바’에서 보았던 자리와 ‘야마나미 공방’을 통해 떠올린 자리는 그래서 다른 듯 닮아있었다.

 

그동안 나는 사회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한 일본의 현지 조사에서 여러 형태의 자리이자 장소를 발견했고 동시에 그 의미를 강조하는 운영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어떤 교육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그것의 성과는 무엇이다, 예술은 중요하다’고 강조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장소에 오는 사람들이 편안해야 한다, 존중받고 있다고 느껴야 한다’고 했다. 문화예술은 단지 그런 장소를 만들기 위한 매개체 혹은 촉매제였다. 이를 통해 일본의 관련 사례가, 어떤 예술 활동을 독립된 장르로 성장시키는 것보다 예술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지속적인 표현활동 및 사회참여를 모색하고 있다고 느꼈고 그런 측면에서 시민운동과도 연결되어 보였다. 이것은 내가 예술이나 예술교육과 관련해서 일본의 단체나 기관을 방문했을 때 오히려 예술 외의 다른 맥락을 발견했던 것과도 연관이 깊다. 어떤 경우에 단체의 대표는 (심지어 그가 예술가인 경우에도) “예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은, 역시나 예술가인 나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하나의 의미나 방향성으로 고정시킬 수 없는 예술을 왜 우선순위로 두고 교육해야할까. 예술이나 예술교육이 사람에게 중요할 수 있는 맥락은 무엇일까.”

 

그런 측면에서 사회문화예술교육은 사회에서 자꾸 튕겨져 나가는 가치나 생각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또 다른 모색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손끝이 가리키는 책상을 바라보기보다 그 책상을 ‘장소’로 만들어나가는 시간을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1) 예를 들어 장애인 연금의 경우, 장애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국내는 월 23-30만원, 일본은 60-160만원이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등 큰 차이가 있다.

2) 야마나미 공방 홈페이지 (http://a-yamanami.jp)

3) 2016 발제문 “Self-Taught가 태어나는 아틀리에의 일상에서부터야마시타 마사토(야마나미 공방 시설장), ソーシャルアート:障害のあるとアートで社会える, 学芸出版社

4) 2016 발제문 “Self-Taught가 태어나는 아틀리에의 일상에서부터야마시타 마사토(야마나미 공방 시설장), ソーシャルアート:障害のあるとアートで社会える, 学芸出版社

 

 

 

관련 연구

본 연구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을 받아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수행하고 있는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프로그램 개발> 연구의 일부이다. 

 

관련 링크

*‘아트 랩 오바’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artlabova

*‘야마나미 공방’ 홈페이지 : http://a-yamanami.jp

 

 

 

 

*웹진 보러가기 : http://www.wasuwon.net/129293

 

 

수원시평생학습관 웹진 [와] 166호_일본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사례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② Swing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Swing>은 흔든다는 것이다. 흔든다는 것은 변한다는 것이며 변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변화를 위해서는 아웃당하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한 상태나 공간에서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약간 위험한 것이 좋다.

하지만 너무 벗어나면 잡혀간다.

약간 벗어나는 것을 하면서 그 범위를 조금씩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Swing>의 대표 키노토 마사유키(이하 마사유키)는 <Swing>의 의미를 어렵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게 설명했다. 잡혀가지 않을 정도로만 약간 위험하게 무언가를 흔들며 변화를 모색하는 것. 이것은 예술이자 교육이자 운동(movement, campaign)일 수 있지 않을까. 기존의 예술, 교육, 운동을 설명하는 말들과는 차이를 두지만 그것의 의미와 충분히 연결이 되는 그 소개말이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관심, 흥미, 심지어 재미까지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을 <Swing> 공간 곳곳에서, 그리고 활동내용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동시에 타인의 관심이나 참여를 다각도로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는 지점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떤 장소를 만들고 있을까? ‘무언가를 흔든다’는 운영철학이 어떤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교토에 위치한 <Swing>은 장애인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비영리법인단체로 2006년에 설립되었다.


스윙 (1).jpg

비영리법인 <Swing> 간판


이곳은 예술단체가 아니라 장애인종합지원법에 따른 장애인 복지서비스사업을 하는 시민단체이다. 그래서 운영 면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상근직원이 8명 있고, 이 중 창작관련 전문 인력(전공자)은 3명이다.

이곳의 운영철학은 ‘Enjoy! Open !! Swing !!!’이다. 그래서 활동내용이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경향이 많다. 다음은 대표 마사유키가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 <Swing>의 대표적인 활동 내용이다.



 shiki(박스) olioli(접기접기) : 박스 접기는 전국의 다양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하고 있는 주요업무 중 하나인데 <Swing> 역시 공식적인 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Swing>에서는 이런 활동 자체를 인정하고 재미있는 이름으로 소개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윙 (5).jpg

‘shiki(박스) olioli(접기접기)’ 작업공간(좌)과 일상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야외공간(우)



 우리는 표현족 :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림·시·제조의 예술창작활동이다. 이 이름은 일본의 유명 TV 프로그램 '우리는 익살족'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내부에 작업공간이 있지만 사무실 한 쪽에 의자와 테이블을 마련해두고 작업을 하기도 한다. 메인 멤버(장애인)는 13명이며 이들은 매일 오기도 하고 일주일에 3번 정도 오기도 한다. 일주일에 1번 오거나 가끔 오는 사람도 있다. 9시부터 3시가 기본 활동 시간이며 멤버들은 그 안에서 자유롭게 오간다.



<Swing>은 창작활동을 통해 나온 결과물들을 전시를 통해 외부에 소개하기도 하는데 작품을 고르고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전시장에서 여러 가지를 작업한다. 시를 낭독하고 박스 접기 같은 체험활동을 하거나 아틀리에가 전시장으로 옮겨진 것과 같은 개념으로 전시 공간에서 평소에 하던 창작활동을 하기도 한다. 장애인만 그 공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공간을 쓰고 있다’는 개념으로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스윙 (4).jpg

‘우리는 표현족’ 작업 공간



 Oyss 프로젝트 : 뮤지션 Cocco의 ‘쓰레기 제로 대작전'에서 영감을 받아 2008년 10월부터 시작한 활동이다. "아름다운 교토를 더 아름답게”를 슬로건으로, 겨울이나 여름에도 교토 가모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활동은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이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파란색 옷을 입고 동네 청소를 한다. 한 달에 1회씩 진행해 현재 115번째 진행되었으며, 약 10년째 해오고 있다.


스윙 (3).jpg

‘Oyss 프로젝트’ 활동모습 (출처 : <Swing> 블로그)


<Swing>은 쓰레기 줍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재미있어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며, 이 활동을 재미있어 보이도록 여러 가지를 하고 있다. 청소부대 명함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이 활동에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Swing>과 상관없는 사람도 함께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동네 아이들이 무서워서 울고 도망갔으나 지금은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아이들과의 사이도 좋아졌다. 처음에는 이들이 위험한 사람인 줄 알고 경찰이 와서 심문을 했다. 지금은 이 활동에 참여하는 스윙 멤버들이 귀중품을 주워 경찰서에 전달하기도 하기도 해 그들과도 친해졌다. 이들은 경찰이 찾아오는 등의 반응에 대해 ‘균열내기가 진짜 예술인 것 같다’는 맥락으로 이해한다. 또한 이 활동을 다른 지역에 가서 하기도 한다. 기업, 복지시설, 사무실 등에 청소부대 지부가 15개 있으며(2017년 4월 기준) 베트남에도 지부가 생겼다.



 당신의 목적지를 알려드립니다 : 교토의 교통이 복잡한데 <Swing> 멤버들이 교통 관련 지식을 총동원하여 주로 외국인에게 길 안내를 한다. 한 달에 1회, 2시간~2시간 30분 정도 진행한다. 버스나 지하철 노선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것은 일부 발달장애인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한데 <Swing>은 이것을 장애가 아닌 독특한 능력으로 해석해 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시민이나 관광객들은 자주 “왜 이런 옷을 입고 이런 것을 하고 있냐”고 수상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 이유나 의미를 설명해도 “아, 그렇구나”하고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스윙 (2).jpg

‘당신의 목적지를 알려드립니다’ 프로젝트 활동모습 (출처 : <Swing> 블로그)


<Swing>의 활동은 특히 일본의 장애예술 관련 단체를 조사해온 내게 다르게 보이는 지점이 있었다. 그것은 첫째, 장애인의 일상이나 기존 업무와 연결된 활동을 예술적 기획으로 확장한다는 점, 둘째, 전시와 같은 작품 발표의 장소나 길거리에서도 장애인의 일상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소개한다는 점, 셋째, 활동 전반에 유머와 즐거움의 요소를 잃지 않는다는 점, 넷째, 이러한 활동을 예술이라고 규정하기보다 장애인의 삶을 드러내는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지속한다는 점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스윙의 대표 마사유키가 설명한 운영철학을 바탕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장애인 개개인이 자기 자신으로서 편안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것은 이전 글에서 소개한 ‘야마나미 공방’의 운영철학과도 중첩된다. 그러한 장소가 있으면 사람은 알아서 표현하게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또한 그는 예술 관련 전공자가 장애인의 창작활동에 함께 하고 있지만 예술이라는 말을 <Swing> 안에서 쓰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들의 활동이 그 자체로 존중되기보다 예술이라서 중요해지거나 예술은 대단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술 혹은 예술교육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만났던 일본의 단체들에서 내가 자주 발견하는 태도이다. 예술보다는 사람, 표현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 순간 나는 다시 오래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예술이 왜 우선시되지 않는가’가 아니라 ‘예술이란 것은 무엇을 위해 있는 걸까’, 그래서 ‘예술은 무엇일까’. 문득 <Swing>의 의미를 다시 떠올려본다.


‘잡혀가지 않을 정도로만 약간 위험하게 무언가를 흔들며 변화를 모색하는 것’


여전히 예술 혹은 예술교육이 무언인지는 모르겠지만 <Swing>이 흔들고자 하는 것, 흔들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럼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다보면 우리가 현재 스스로를 흔드는 질문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이 흔들리지 않도록 애쓰는 이유, 혹은 흔들릴까봐 불안한 마음이 더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누군가는 왜 이러한 강력한 의지들을 조금이라도 움직여보려고 하고 있을까. ‘예술이 중요해서’, ‘장애인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라는 이유들을 우선으로 두지 않을 때, 이들의 활동 맥락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일반적인 사회적 기준과 가치들이 머릿속에서 흔들릴 수 있는 시간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관련 연구

해당 내용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을 받아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수행하고 있는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프로그램 개발> 연구의 일부이다. 


관련 링크

*<Swing> 홈페이지 : http://www.swing-npo.com

*<Swing> 블로그 : http://garden.swing-npo.com

 

 

 

 

*웹진 보러가기 : http://www.wasuwon.net/129728

수원시평생학습관 웹진 [와] 166호_일본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사례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아틀리에 코나스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일본의 예술단체나 기관을 답사하며 사회문화예술교육 관련 조사를 한 지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누군가의 문제의식이나 의지를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는 ‘장소’를 발견할수록 나에게 떠올랐던 것은 이전에 방과후학교 수업을 나갔던 국내의 특수학교들이었다. 번듯하게 지어진 그 학교들은 아파트 단지의 끄트머리, 혹은 외진 동네에 위치해 있었고 그래서 같은 지역에 수년간 살고 있던 나도 그 곳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학교 수업을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나서야 동네를 오가던 특수학교 통학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아, 저기에 OO가 타있겠구나’ 하고 지나가는 버스를 바라보다가, 내가 어떤 사람들의 존재를 그동안은 왜 잘 알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두 발로 길을 걸을 수 있거나 말을 할 수 있거나 앞을 볼 수 있는 소위 ‘일반인’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은 외진 곳에 위치한 학교, 닫힌 건물 안에서만 생활하지 않는다. 그들이 사회 안에서 ‘존재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존재하고 있으나 ‘일반인’으로 쉽게 불리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왜 잘 알지 못할까. 그들이 탄 통학버스는 왜 모두의 삶 속이 아닌 닫힌 울타리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을까.

 

길고 긴 질문들이 이어지던 2016년 가을, 나는 다시 일본을 방문했고 그때 답사했던 몇몇 단체 중 하나가 오사카에 위치한 아틀리에 코나스(이하 코나스)였다. 물론 나라마다 사회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기에 이들 역시 사회적 차별과 나름대로의 운영적 어려움 속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코나스는 사회가 요구하는 거시적인 의미나 목표를 우선으로 두지 않는 듯 했다. 그보다는 주변의 동네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 단체에 오는 개개인의 표현활동을 위한 편안한 장소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다. 코나스의 대표 타카코 시라이와(이하 시라이와)는 그러한 태도가 개인의 삶 속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내 딸이 중증 장애인입니다. 생후 3개월 동안 간질과 발작을 보였고 저는 그러한 상태가 나아질 수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그 딸은 40세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장애인은 예전에는 숲이나 사회 변두리에 가둬져 부모나 할머니에 의해 몰래 키워졌습니다. 그런데 1981년, 내 딸이 4세 때 ‘정상화 원리(principle of normalization)’가 일본에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어떤 장애도 사회에서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새로운 이념으로부터 희망을 얻기도 했지만 내 딸이 나아질 거란 환상이나 기대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딸의 장애는 우리의 행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삶의 사고방식을 결정하니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장애인 보호자회를 만들고 아이들이 마을에서 같이 살 수 있는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곤란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제도나 보호 장치가 없었습니다. 바자회 등으로 지원금과 운영비를 마련하며 12년을 보냈는데 너무 어려워서 다른 사람들은 그만두고 저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시대가 변하고 이념도 생기면서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1993년에 설립된 코나스는 장애인의 어머니들이 모여 만든 지적 장애인 생활보호 시설로, 현재 20명에 가까운 장애인과 6명의 운영진 및 서포터즈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곳은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공간에서 공동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국내의 장애인 그룹홈과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장애인이 거주 하지는 않고 주 5일 이곳에 나와서 창작활동을 포함한 일상생활을 함께 한다.

80년 된 고가옥을 개조하여 지역 내 장애인을 위한 창작공간을 운영한다는 것만으로도 코나스의 첫인상은 무언가 평화로워보였다. 지역적, 건축적 문화가 쌓인 공간에서의 창작활동이라니, 내심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막연한 인상과 달리, 코나스의 대표 시라이와는 공간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이야기했다.

 

“보통 장애인들은 빌딩 같은 곳에 가두어져 있어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더 문을 열고 장애인들의 활동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동네 가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코나스가 ‘보통의 집’처럼 운영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이웃의 소리도 들리는 그런 집 말입니다. 그래서 코나스라는 단체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여기 산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역에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다른 장애 시설도 ‘열린’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보통 문이 잠겨 있어서 장애인이 나가고 들어가기 힘든데 그런 곳과 차이를 두고자 했습니다.”

 

코나스 (2).jpg

코나스 입구(좌)와 테라스 공간(우)

 

코나스가 처음 설립되었을 때 장애인들은 좁고 어두운 방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우산못 조립을 했다.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한 수작업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났을 무렵, 코나스 운영진은 다른 기관(나라 시 소재, ‘하나아트센터’) 장애인의 회화 작품을 만나 에이블아트에 대해서 접하게 되었고 강한 충격을 받았다. 단순노동 형태의 부업 작업은 장애인 본래의 개성과 감성을 발휘할 수 없었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 활동을 시작하고자 했다. 그래서 운영진은 2005년 오래된 가옥을 개축하여 아틀리에를 만들었다. 그곳에서의 작업은 붓으로 좋아하는 것을 그려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 후 아틀리에 공간에서 자유로운 예술 활동이 시작되었다. 놀라운 것은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쉽지 않았던 사람이 조용히 앉아 창작활동에 몰두하는 것이었다. 대표 시라이와는 지금까지의 10년과 다른, 미래의 무언가를 예감했다. 그리고 예술 활동 3년차에 멤버(코나스에 오는 장애인)들의 작품은 대외적으로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장애인의 창작활동이 외부와 소통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코나스의 운영진은 얼마나 기쁘고 뿌듯했을까. 이후 이러한 상황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창작활동에 집중적 지원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나는 예상했다. 그러나 시라이와가 설명하는 운영철학을 들으며 그 예상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했다.

 

“코나스에서는 장애인에게 창작활동에 대해 칭찬하지 않습니다. 칭찬받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가치관이 창작자에게 생기기 때문입니다. 코나스의 스태프들은 장애인이 현재 하고 있는 행위를 인정할 뿐입니다. ‘그리고 있구나, 그 모습이 좋아 보인다.’와 같은 말들로 말입니다. 그 외에 작품의 우수함이나 부족함에 대해 평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장애인들은 그동안 행동하는 것에 있어서 제약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하는 행위 자체가 그대로 수용되는 경우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애인을 존재 자체로 인정, 수용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변화 이후, 오히려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장애인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코나스의 운영진은 장애인이 특별히 창작을 잘 하도록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의 속도와 특징을 존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1년에 한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도 있고 하루에 두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도 있다. 그림을 그리다가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도 있고 재료의 냄새를 하나씩 맡아보는 사람도 있다. 코나스의 운영진은 그런 시간과 방식을 그대로 둔다.

 

코나스 (1).jpg

창작자 마코토 오카와가 2005년부터 지금까지 만든 170개의 마코토 인형 <출처 : 코나스 페이스북>

 

이러한 활동은 예술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 참여자 개개인의 표현 또는 편안함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로 보인다. 이것은 이전 글에서 소개했던 야마나미 공방이나 스윙의 사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다. 이들은 새롭거나 독특한 예술작품을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인정받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코나스에서 이러한 활동이 가능한 것은, 이곳이 케어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운영진들이 오랜 시간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재료를 잘 쓸 수 있을지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창작공간 구성에 있어서도 드러난다. 자신의 작업에 집중해야 안정감을 찾는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칸막이로 개인공간을 만들어 자리를 마련해준다. 혹은 돌아다니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업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넓은 테이블에서 다른 사람과 같이 앉아서 작업하도록 한다. 작업을 하다가 잠시 바람을 쐬거나 돌아다녀야 스스로 진정이 되는 사람도 있어서 오래된 가옥의 옛날식 테라스 공간을 그대로 살려서 사용하기도 한다. 코나스는 창작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은 아니지만 개개인의 편안함을 위해서 창작환경을 세심하게 만들고 있었다.

 

코나스 (3).jpg

코나스의 창작공간

 

그렇다면 창작 외에 코나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는 것이다. 대표 시라이와는 “중요한 것은 예술 자체가 아니라 이 지역에 이러한 활동을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술 작업은 코나스 활동의 30%라고 한다. 그 외에는 동네 청소도 하고 쿠키를 만들어서 주변에 판매하기도 한다. 다른 지역을 다녀오면 이웃사람들에게 꼭 선물을 사서 나누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코나스의 활동이 소개된 잡지를 카피해서 동네에 나누어주기도 하는데 지역 사람들이 그런 활동을 알게 된 후 격려를 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삶에서 필요한 활동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코나스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일본의 사례를 살피다 다시 우리 동네 변두리에 위치한 특수학교를 떠올려보았다. 모든 특수학교가 도심과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것은 아니지만, 그 위치와 상관없이 학교 안과 밖의 거리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결국 교육제도나 사회정책과 같은 시스템을 바꾸자고 외쳐야하는 문제인가, 나는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조사를 하다가 고민이 더 커졌다. 그런데 문득 코나스 운영진의 실천들은 그런 시스템과 별개로 시도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의 작품에 대해 칭찬을 하지 않고 현재 하고 있는 행위 자체를 인정하는 것, 1년 동안 그림을 한 장 그리는 사람의 속도를 존중하는 것, 정기적으로 동네 청소를 함께 하는 것 등. 이것은 안정된 사회제도 안에서만 가능한 실천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해외 사례를 언급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지만 그 활동을 국내에서도 실행 가능한지 판단하는 것보다, 그 사례가 발생될 수 있는 태도가 우리에게도 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 더욱 중요해 보인다.

 

 

 

관련 연구

해당 내용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을 받아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수행하고 있는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프로그램 개발> 연구의 일부이다. 

 

관련 링크

<아틀리에 코나스> 페이지 : http://corners-net.com

수원시평생학습관 웹진 [와] 166호_일본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사례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④ 코코룸

최선영 / 창작그룹 비기자

 

 

 

“이렇게 운영이 어려워지는데 왜 이런 활동을 계속하려고 하나요?”

 

나에게 매순간 하고 있는 질문을 코코룸 대표 카나요 우에다(이하 우에다)에게 물었다. 그녀는 단단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마을은 변하고 사회는 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빈곤이나 사람들이 싫어하는 동네,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이 원래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것들을 원래부터 없었던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지금의 활동은 그 안의 한명 한명과의 만남이기도 하다. 어떤 순간에는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 있었던 무엇, 사람, 기억, 시간 때문에 내가 다시 힘을 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녀의 대답은 긴 시간 속에서 쌓인 힘을 표현하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어떤 대안이 필요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외치지 않고 스스로로 하여금 이렇게 살아보려 한다고 다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시민활동이나 문화예술교육 관련 활동가의 자기 태도에 대해 내가 최근 들은 답변 중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나는 힘이 났다. 그래, 우리는 지금 이순간의 활동이 미래에 어떤 쓸모나 목적을 위해 작동되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 그것의 다른 의미를 찾아볼 수도 있겠구나. 지금 힘들지만 나아질 앞날을 위해 버텨보자는 말보다 그것은 더 큰 힘을 주었다. 그런 생각들 때문에 내가 코코룸을 2016년에 이어 올해 다시 방문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2년 전에 일본의 사회문화예술교육을 조사하기 위해 비영리법인단체 코코룸을 방문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후에 다시 그곳을 찾아갔는데 이유는 연구 사업 외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단체가 우수하거나 독특한 활동 사례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2년 전 나에게 푸짐한 밥상을 차려주던 스태프와, 단체의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활동에서의 재미도 느낀다고 말하던 스태프가, 바로 그 사람들이 아직도 그곳에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그들이 여전히 그곳에 있어주기를 바랐다.

다시 간 코코룸에 누군가는 있고 누군가는 없었다. 그 현장에 없는 이는 또 다른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을까.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코코룸 마당에 앉아 그곳에 오는 사람들을 관찰하였다. 그곳의 프로그램을 분석하기보다 평소의 분위기나 지역과의 소통방식을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코코룸 01.jpg

코코룸 입구(좌)와 카페, 마당 공간(우)

 

 

코코룸은 가마가사키라는 오사카의 빈민지역에서 홈리스, 일용직노동자 등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과 시를 매개로 문화예술활동을 이어가는 단체다. 현재 게스트하우스,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2002년 오사카시는 신세카이 Arts Park 사업을 시행하며, 지상 8층, 점포면적 57,000㎡의 빌딩 내부의 빈 점포를 활용한 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 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세 개의 비영리민간단체 중 하나가 지금의 코코룸이다. 그러나 2008년 건물의 매각과 동시에 사업도 중단되었다. 이후 코코룸은 근처의 상점가에 공간을 마련하고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코코룸이 위치한 지역은 치안이 좋지 않아 일본인이나 관광객이 드나들기를 꺼려하는 곳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코코룸 반경 300미터 내 지역 주민 3만 명 중 5천여 명이 노숙자라고 추측하는 시선도 있다.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추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주소부정의 일용직 노동자가 많고, 그 이유는 일본의 고도성장기인 1970년대 이곳에 간사이 최대의 인력시장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건설경기의 악화와 급격한 수요 감소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지방에서 일을 찾아 오사카로 온 사람들은 저렴한 숙소를 전전하다 노숙자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내가 코코룸 마당에 하루 종일 앉아있다 보니 지역주민이나 일용직 노동자로 보이는 남성들이 이따금 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딱히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온 것이 아니었고 동네의 익숙한 공간에 잠깐 들어와 앉았다 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마가사키 지역과는 사뭇 다르게 예술적 분위기가 넘치고 타 지역의 사람들이 게스트 하우스의 손님으로 오가는 그 공간에 60대 이상의 남성이 별일 없이 드나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또한 갈 곳이 없는 낮 시간에, 집을 나서서 잠시 이곳에 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배제하지 않았던 코코룸 사람들의 움직임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이곳에서 문화예술교육 관련 어떤 활동을 본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간을 대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코코룸의 운영진들은 ‘예술’은 너무 추상적이라서 ‘표현’이라는 말을 더 자주 쓴다고 했다. 예술은 유복한 사람만 전문적 교육을 받아서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사람들은 예술보다 하루의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코코룸은 이들이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을 예술 자체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전문가를 초빙하여 예술적 기술을 가르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의 힘과 특징을 잃지 않는 것, 기술과 그 특징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코코룸의 대표적 프로그램 ‘가마가사키 예술대학’(이하 예술대학)은 그러한 측면에서 ‘표현’의 의미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술대학은 위에서 언급한 ‘표현’의 활동을 소소하고 다채롭게 담아내는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에는 단체의 대표부터 지역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예술대학은 코코룸 1층의 카페 공간과 주변의 마을회관, 노숙자 휴게소, 노숙자들을 위한 긴급 보호소, 삼각공원 등에서 이루어지며 노숙자였던 사람이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 등 다양한 이들이 온다. 또 지역민이나 복지와 예술, 삶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오기도 한다. 한 강좌에 5명~50명 정도 참여하며 큰 발표를 하는 경우에는 300명이 오기도 한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진행되는 예술대학 강좌는 아래와 같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강사로는 전문가가 오기도 하지만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미학 / 거리걷기 / 맥주캔으로 탑 모형 만들기 / 합창 / 책읽기 / 캘리그라피 / 세미나 / 타코야키 만들기 / 하이쿠 (짧은 시) / 시 / 생각하고 표현하기 / 과학소설 / 죽음 / 라디오 댄스 / 가마카사키 오페라 / 사운드 스케이프(소리와 공간의 디자인) / 천문학 / 남성과 여성의 사랑 / 학생자치, 일반적인 미팅 (학생들이 10년 후 가마가사키 예술대학에 대한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말하는 시간)

 

 

코코룸 02.jpg

가마가사키 예술대학, 맥주캔으로 탑 모형 만들기  <출처 : 코코룸 페이스북>

 

 

코코룸 03.gif

가마가사키 예술대학, 가마가사키 오페라  <출처 : 코코룸 페이스북>

 

 

코코룸 04.jpg

가마가사키 페스티벌, 캘리그라피 쓰기  <출처 : 코코룸 페이스북>

 

 

예술대학을 기획할 때 고려하는 지점에 대해 우에다 대표는 3가지의 기준을 언급했다. 첫 번째, 아저씨(일용직 노동자였거나 장애가 있거나 노숙자였던 지역 주민을 우에다는 이렇게 통칭해서 부른다.)가 해달라고 하는 강좌를 만들거나 두 번째, 아저씨가 어떤 선생님을 불러 달라고 해서 강좌를 만들기도 하고 세 번째, 이런 내용이 있으면 여기 사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은 강좌를 기획한다. 그 외에 계절이나 상황의 밸런스를 생각하며 기획한다.

이렇듯 코코룸은 교육적 효과보다는 지역 사람들과 쌓아온 관계 안에서 발견되는 지점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해 가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예술보다도 ‘표현’을 강조하면서 ‘장소’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표현하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스스로가 여기에 있어도 된다고 느낄 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거부당하는 곳에서는 누구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그 사람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런 측면에서 예술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힘이 중요한 것이다.”

 

그 말에 공감하면서도 사람의 힘이라는 건 쉽게 보이거나 드러나는 것이 아니니 그것의 가치나 의미를 확인하기는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보이는 것을 잘 보는 것도 쉽지 않기에 보이지 않던 것을 보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것을 나의 관심과 질문들을 통해 보는 것은 더욱 어렵다. 더 나아가 무언가를 잘 바라보고 나의 기억으로 남겨두었다가 우리의 삶으로 이어가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나도 그 어려움을 잠시 잊기 위해, 다양한 힘을 얻기 위해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찾고 현장을 방문하는 것 같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내가 원했고 기대했던 답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때 더 마음이 편안해지고 심지어 개운함까지 느껴진다는 것이다. 코코룸의 우에다도 그랬다. 그녀는 “여기는 카페인척 하는 것이다.” 라고 했다. 카페 공간을 매개로 사람들과의 문화예술활동 사례를 물으려던 나는 나도 모르게 “아, 그렇구나!” 라고 외칠 뻔 했다. 카페로 보이지만 카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카페로라도 보일 필요만 있을 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카페든 뭐든 그것으로라도 보이게 하여 지속하고 지켜내려는 장소와 태도인 것이다. 그것은 설명으로 전달하기 힘들고 애써 보여주려 한다고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단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험되고 기억되어 다른 삶으로 퍼져나갈 뿐이다.

 

역시나 질문은 다시 우리에게로 향한다. 우리는 얼마나 보려고 알려고 하고 있을까. 카페인척 하는 장소가 사실은 어떤 장소를 모색하고 있는지, 그 힘은 무엇인지. 과연 그것을 좀 더 잘 들여다보려는 마음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있을까. 마지막으로 사회는 변하지만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이 원래 없었던 것은 아니며 그들을 원래부터 없었던 존재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우에다의 말을 되뇌어 본다.

 

 

 

 

 

관련 연구

해당 내용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을 받아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수행하고 있는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프로그램 개발> 연구의 일부이다. 

 

 

관련 링크

-<코코룸> 페이지 : http://cocoroom.org

-<코코룸>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cocoroom

-관련 기사 야쿠자와 노숙자로 쇠락한 거리에 시민 커뮤니티 만든 시인

  http://www.jejusori.net/?mod=news&act=articleView&idxno=193165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② Swing  (0) 2019.01.24
장소를 만드는 사람들 ③ 아틀리에 코나스  (0) 2019.01.24
우리는 만나려 하는가  (0) 2018.12.03
견고한 이름의 곁을 맴도는  (0) 2018.02.24
속도를 늦추는 질문  (0) 2018.02.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