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원고는 2016년 성북문화재단 <평등한 입장, 턱없는 극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 원고는 2019년 오로민경 개인전 <영인과 나비>의 연계프로그램 '공감각 운동회'에서의 발제문으로 공유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턱을 만날 때 보이는 것들 / 최선영

 

 

“생후 1년 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한 엄마가 극장으로 들어선다. 그녀는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극장으로 들어가서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는 없을까?”

 

이 질문은 나에게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나 역시 아들을 태운 유모차를 끌고 동네 길가의 턱을 넘으며 장을 보고 놀이터를 오가던 시절이 있었기에, 아이 엄마들이 편히 갈 수 있는 문화공간이나, 그것을 위한 시설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내 아들은 6살이 되었고 내 손을 잡고 여기저기를 오가지만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공간, 그 중에서도 문화공간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이번 ‘평등합 입장, 턱없는 극장’ 사업의 초반에는, 그것이 어떤 시설들의 부족 때문이라는 전제로 필요한 장치들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 ‘아이’의 범위는 아직 걷지 못하는 갓난아기부터, 7살 정도의 아이까지로 정했다. 내 아들과의 6년간 시간을 돌이켜보며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엄마, 아이에게 정해진 시간에 이유식을 먹여야 하는 엄마, 엄마와 잘 떨어지지는 않는 아이를 가진 엄마의 입장으로, 영화관에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해보았다. 사업 초반에 정리한 필요 시설물은 아래와 같았다.

 

넓은 자동 출입문

• 유모차와 함께 여닫이문을 통과하려면 누군가가 문을 잡아주거나 엄마가 한 손으로 문의 손잡이를 잡은 채 유모차를 밀어야 한다.

• 출입문의 통과 너비가 좁으면 유모차가 지나가기 힘들다. 또한 엄마가 어린 아이와 손을 잡고 함께 통과하기에도 쉽지 않다.

 

턱이 없는 인테리어

• 조금이라도 바닥에 턱이 있으면 유모차를 밀어서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턱이 높거나 유모차가 무거우면 여성 혼자서 유모차를 옮기기도 버겁다.

• 이제 막 걷기 시작하는 아이는 턱을 잘 넘지 못한다. 서너 살 아이들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턱을 잘 살피지 못하고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엘레베이터

• 엘리베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유모차와 함께 한 층이라도 이동하는 것은 신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다.

• 단지 어린아이와 손을 잡고 1,2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아이는 계단 하나하나를 어른보다 높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와 함께 다니면 엄마가 들어야 할 기본적인 짐들이 많은데 이것과 함께 계단을 사용할 경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놀이방

• 영화 상영시간을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도 아이에게는 길고 지루하다. 그럴 때 놀이방이 있으면 어른들이 아이에게 얌전히 기다리라는 주의를 주는 대신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다.

• 만약 아이를 잠시 누군가에게 맡기고 엄마가 영화를 보러 갈 경우, 놀이방이 있으면 아이도 좀 더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엄마를 기다릴 수 있다.

 

수유실

•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엄마에게 수유실은 반드시 필요하다. 수유실이 없으면 엄마는 공중 화장실 변기에 앉아 불편한 자세로 수유를 해야 할 수도 있다.

 

탕비실

• 아이에게 이유식이나 분유를 먹여야 하는 엄마에게는 탕비실이 필요하다. 이유식을 전자렌지에 데우거나 분유를 탈 공간이 있어야 제 시간에 아이에게 영양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배고픈 시간에 음식을 먹지 못하면 크게 울거나 보채곤 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시설들이 잘 갖춰진다면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극장 혹은 어떤 문화공간에 자주 가게 될까? 이상하게도 ‘그렇다’ 라는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내가 꼭 아이와 극장에 가고 싶은가’, 라는 물음도 들고 ‘내가 꼭 극장까지 아이를 데리고 가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든다. 나의 문화생활을 위해서라고 한다면, 난 더더욱 아이와 떨어져서 나의 시간을 누리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문화공간의 시설, 공간,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조금씩 다른 방향의 질문들을 만들었다. 아니, 그 질문은 이제야 내 안에서 생성되어가는 듯했다. 그래서 주변의 아이엄마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인터뷰라는 이름을 빌려, 동네 카페, 집, 키즈 카페에서 여유로울 수 없는 수다를 떨며 만났다. 한 아이가 울고 다른 아이가 물을 엎지르고 그 두 아이가 싸우는 현장 바로 옆에서, 저녁 반찬거리를 걱정하고 내일 어린이집 준비물을 챙기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두 시간의 대화도 이렇게 쉽지 않은데 그 사이에 문화, 혹은 문화생활이라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지 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질문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뷰 현장

 

 

 

나를 포함한 엄마들은 사실 문화공간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도 가지 않는 이유들이 많았다. 그 이유들은 푸념 같은 말들로 쏟아졌고 나는 그것을 키워드들고 정리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여기에 담고자 한다.

 

시간이 어딨어요.”

• 예를 들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엄마의 경우, 대략적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까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하지만 엄마들에게는 기본적으로 가사노동의 부담이 있고 실제로 그것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오전 10시부터 대략 1시간 정도 청소나 빨래를 하고 나면 점심을 먹는다. 그럼 어느덧 오후 1시가 훌쩍 지난다. 세탁소를 다녀오거나 동네 마트에 다녀오고 나면 잠깐 차 한 잔 마실 시간 정도가 남는다.

• 직장을 다니는 엄마의 경우는 평일 낮에 개인 시간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며 주말에는 집안 모임에 참여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더 우선시되곤 한다.

 

몸이 힘들어요.”

• 아이엄마가 낮이나 밤에 영화관 등을 다녀온 후에 오후에 육아를 하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다. 집이 휴식 공간이기 전에 엄마에게는 가사노동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나 영화보고 오겠다고 애 맡기기엔 좀 미안하고 눈치 보여요.”

•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게 사치가 된 것 같다고 느끼는 엄마들이 많다. 주변에서 그렇게 말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분위기에서 자랐기 때문에 엄마 스스로 부담감을 가진다.

•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이 있는 집안(친정이든 시댁이든)이 아니면, 엄마의 문화생활은 공감받기 힘들다.

• 엄마들은 가정의 살림살이를 하면서 본인의 문화생활을 위해 돈을 쓰는 것 보다 그 돈으로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뭔가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애랑 편히 갈 수 있는 분위기면 가겠어요.”

• 만약 엄마가 영화관에 아이들과 가면 애들이 발로 앞좌석을 차거나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억지로 구석 자리를 잡는다. 아이들이 중간에 나가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같은 돈을 내지만 안 좋은 자리에서 온갖 신경을 쓰며 영화를 보는 것이다.

• 아이들을 반기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 많아지면서 엄마들이 아이를 공공장소에 잘 데리고 나가지 않게 된다. 대중교통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리도 잘 양보해주지 않고, 엄마가 운전을 할 줄도 모르고, 어디가나 아이에게 조용하라고 해야 할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게 된다. 엄마들은 도시에서 어디를 나가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부분이 크다고 말한다.

 

그냥 혼자 차나 마시고 싶어요.”

• 내가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나의 문화생활이라고 여기는 아이엄마들도 많다. 어떤 공연이나 영화를 보는 것만이 문화생활이 아니라, 혼자 편히 쉬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것이 문화생활이라고 느끼곤 한다.

 

여유롭게 혼자 좀 즐겨야 그게 문화생활인데...언제나 전 비상대기 상태인걸요.”

• 갑자기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올 수도 있고 아이가 아플 수도 있어서 엄마는 항상 비상대기상태다. 집안에 어떤 일이 생기면 공연이든 약속이든 취소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어떤 모임에 들어가거나 개인적 약속을 잡아도 자신은 자주 그 약속을 변경해야 하는 사람이 되니 그것이 연속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혼자 다운받아서 영화보고 그런 게 맘 편해요.”

• 엄마 스스로 주변의 시선이나 현실적 제약들을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문화공간에 다녀오느니, 혼자만의 공간에서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 영화관에서 조용히 영화는 보는 성향의 아이가 있다고 해도 한 번씩 “엄마, 무서워”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 민폐이기 때문에 요즘은 집에서 영화나 음악을 다운 받아서 가족과 같이 즐기는 엄마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의견들을 통해 엄마들은 시설과 무관하게 사회적 인식이나 현실적 한계 때문에 문화생활을 하기 힘들거나 혹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발견된다. 동시에 아이엄마들과의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이러한 정서적, 심리적, 현실적 요소들을 파악할 필요성도 확인한다. 그렇다면, 처음에 이 프로젝트에서 던졌던 질문을 다시 살펴보자.

 

“생후 1년 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한 엄마가 극장으로 들어선다. 그녀는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극장으로 들어가서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는 없을까?”

 

매우 구체적인 이 상황적 질문은 사실 아이엄마에 대한 관념적인 전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판단이 든다. 그걸 하나씩 쪼개어 열거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 어린아이 중에는 유모차를 거부하는 아이도 있다. 엄마들이 허리가 아파도 아기띠로 아이를 메고 이동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모차는 아이엄마의 모습을 상징하는 요소지만 사실 어떤 연령, 어떤 기질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만 해당되는 이동수단이다.

• 엄마는 아이와 함께 극장에 오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아이를 맡길 곳이 없거나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함께 온 것일지 모른다. 엄마는 어딜 가든 자신의 아이를 돌보고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이러한 전제를 만든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 아이엄마는 보고 싶은 영화가 없을 수도 있고 혹은 영화를 집에서 다운 받아서 보는 것이 더 편할 수 있다. 극장은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을 의미하지만, ‘문화’를 여유로운 개인의 취미 활동으로 해석할 경우, 극장에 가는 것 자체가 버거운 엄마에게는, 극장으로의 외출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엄마가 극장으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서 영화를 보게 되는 것만으로, 그녀는 스스로가 문화를 즐겼다고 느낄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길고,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어떤 상황을 아래와 같이 한 번 상상해본다.

 

전업주부 OO는 생후 1년 된 아들과 내일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려 한다. OO는 1시에 시작하는 영화에 도전하려 한다. 사실은 아침 9시와 저녁 6시에 하는 영화를 더 보고 싶지만 이른 아침은 남편 출근을 도운 후 움직이기에 빠듯하고, 저녁 4시쯤엔 집에 돌아와야 밀린 빨래를 하고 저녁밥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1시에 하는 영화를 보려는 것이다. 사실 영화관에 아주 가고 싶다기보다는, 어제는 길 건너 쇼핑몰에, 저번 주에는 옆 동네 대형마트에 아들과 무리 없이 다녀오는 데에 성공해서 이번에는 다른 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러한 공간들 외에 운전을 하지 못하는 OO가 도시에서 아이와 갈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기도 하다.

OO는 1시 영화를 보기 위해 보통 오후 2시인 아들의 낮잠 시간을 1시간 당겨야겠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전날 밤에 평소보다 일찍 아들을 재웠다. 아들은 자지 않으려 했지만 OO은 온 집안에 불을 끄고 아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허리가 안 좋으신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영화를 보러 가기에는 도저히 마음이 편하지 않기에 OO는 혼자 계획을 세우고 도전을 하고 있다.

OO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지만 아들은 여전히 자고 있다. 도통 일어나려 하지 않는 아들을 결국 울리며 깨운 후 남편의 아침을 준비하고 어제 널어놓은 빨래를 정리한다. 아들은 잠을 푹 못자서 OO의 다리를 붙잡고 칭얼대고 남편은 오늘 야근을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남긴 채 현관문을 나간다.

OO는 1시 영화를 보기 위해 아들의 이유식을 만들어 포장하고 이른 점심을 챙겨 먹는다. 12시 20분쯤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집을 나선다. 극장까지 20여분 걸어가야 하는데 그 사이에 만나는 턱은 30개쯤 있다. 유모차에는 이유식, 기저귀, 물티슈, 아들의 여벌 옷, 물병 등이 가득 담겨 있어 무겁다. 곧 도착인데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아들이 잠이 들려고 한다. 잠이 들면 자칫 영화 중간에 깨서 울 수 있기 때문에 OO는 아들에게 과자를 꺼내주며 눈을 뜨라고 말한다. 아들이 과자를 먹는 시간 동안 OO는 끊임없이 말을 걸고 노래를 부른다. 지나가는 차를 보며 감탄사를 하고, 나무가 멋지다고 말해주고, 유모차도 이리저리 흔들어본다.

다행히 아들은 잠들지 않았지만 비몽사몽으로 극장에 도착했다. 정신없이 극장까지 온 OO는 땀을 닦으며 아들의 물건이 가득한 가방을 뒤져서 지갑을 꺼낸다. 아들이 중간에 혹시나 소리를 낼지도 모르기 때문에 OO는 영화관 구석진 자리의 티켓을 산다. 이제 영화 시작 10분 전이기 때문에 아들이 푹 잠이 들어야 한다. 극장 로비의 구석으로 가서 OO는 유모차를 천천히 밀며 자장가를 부른다. 제발 아들이 10분 만에 잠들기를 빌며.

 

아직 영화는 시작되지 않았다. OO는 무사히 영화를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영화를 편안히 볼 수 있을까. 그의 아들은 기적처럼 2시간을 조용히 잘까. OO는 영화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서 영화의 내용을 여유롭게 떠올려보며 쉴 수 있을까.

위의 상황은 나의 경험담, 그리고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아이엄마들의 이야기를 섞은 것이다. 즉, 매일매일 벌어지는 상황이자 특별히 과장된 내용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엄마에게 ‘문화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보통 ‘문화생활’이라고 말하는 공연, 전시, 영화 관람이,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삶이나 그 흐름을 소외시키며 해내야 하는 활동으로 전제될 경우, 그 사람은 그 활동을 해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문화, 혹은 문화생활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문화는 사회적, 공식적 활동만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것을 못하는 사람은 소외감이 들고, 그것의 내용과 무관하게 그것을 해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거나 스스로를 실험해보게 되기도 한다. 이번 인터뷰 중, 오늘은 영화관, 내일은 쇼핑몰, 그 다음 날은 또 어디를 가보는 것이 마치 스스로의 미션 같다는, 한 아이엄마의 말도 떠오른다.

그리고 개인이 자신의 삶의 범위와 조건 안에서 해볼 수 있는 문화, 혹은 문화생활은 사실 우리 안에서도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바느질, 독서, 수다모임 같은 것은 너무 소소하거나 일상적인 것이 되는 것이다. 문화라는 사회적 개념보다 덜 의미 있거나 혹은 덜 생산적인 것으로. 실제로 개인이 그 덜 생산적이라 여겨지는 활동에 오히려 더 관심과 동기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 소소한 것이 아닐까’ 라는 스스로의 의심이 생길 정도로.

그렇다면 기존의 문화에 대한 개념이나 관점 대신, 아이엄마에게 의미화 될 수 있는 문화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시설의 확보만이 그 충분조건이 될 수 없음을 확인할 때 우리는 아이엄마의 일상 안에 담긴 사회적 인식과 가사노동의 현실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들을 드러내고 공감하는 시간은 필요하다. 그것은 어쩌면 매우 정서적인 관계나 소소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문화 콘텐츠의 기획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와 엄마, 그리고 그 주변의 삶을 소외시키지 않는 문화적 실천 현장을 위해서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문화생활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적 부담이 되곤 한다. 그 순간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회적 ‘턱’ 앞에 선 한 사람에게 알아서, 시끄럽지 않게 ‘턱’을 넘으라고 말한다. 혹은 눈에 보이는 ‘턱’들은 없앴으니 이제 괜찮은 게 아니냐고 묻는다. 그 사람은 정말 괜찮을까. 각기 다른 상황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괜찮을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염두에 두려는 타인, 혹은 사회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턱’의 높이를 조금씩 낮출 것이다. 우리는 그 ‘턱’의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그 ‘턱’의 높이를 얼마나 많이 낮출 수 있을지도 아직 모른다.

 

 

 

 

 

 

 

 

 

 

 

 

오로민경 개인전 <영인과 나비>의 연계프로그램 '공감각 운동회'에 참여합니다.

 

*'공감각 운동회' 관련 발제문 보기

https://bigija.tistory.com/131

 

 

 

* 자세히보기 및 신청하기

https://forms.gle/KEojTYtsUBvUbuK39

 

 

 

[ 공감각 운동회 소개 ]

"당신 머릿속에 그려지는 건강한 몸, 건강한 마음은 어떤 모습을 갖고 있나요? "
"혹시 당신 머릿속에 그려지는 ‘건강한 모습’ 이 당신을 더욱 긴장하거나 움츠리게 만들지는 않았나요? "
"당신은 무엇을 위해, 어떤 종류의 ‘건강 운동’ 을 하고 계십니까?"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가 키워야 할 운동 신경인 공감각을 깨우는 예술 운동회!"
"감각의 전환과 공감 능력을 통해 공동체의 무한한 가능성, 상생의 가치를 탐색해봅시다!"

<공감각 운동회>는 9월말 총 5일간 팩토리2에서 열리는 예술 참여 프로그램입니다. 배민경 작가와 팩토리 콜렉티브가 기획한 본 프로그램은 감각, 언어, 지각 등에 있어 다양한 한계를 지닌 이들이 자연스럽게 예술적 언어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공감각 운동회>는 예술작품과 장애 또는 비장애인 참가자가 서로의 다른 감각을 이해하고 확장하는 경험을 통해 ‘한계의 기준점’을 옮겨보는 예술교육 실험입니다.

공감각운동회는 <밀고 당기기>, <소리탑 쌓기>, <이야기 줄넘기> 총 세 가지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밀고 당기기>은 참가자들이 몸의 움직임을 통해 감각을 깨우고 전시장 작품을 모티프로 생명의 춤을 만드는 관객 참여 워크숍입니다. <소리탑 쌓기>는 참가자들이 음악을 함께 만들어 듣고 느끼는 프로그램입니다. 대화 프로그램인 <이야기 줄넘기>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활동가들과 참가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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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각 운동회 정보 ]

🌱 프로그램 : 공감각 운동회 <밀고 당기기>, <소리탑 쌓기>, <이야기 줄넘기>
🌱 장소: 팩토리2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 기간 2019년 9월 25일 - 29일
🌱 시간: 프로그램별 상이
🌱 대상: 남녀노소 누구나 (‘밀고 당기기’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 문의: factory2.seoul@gmail.com | 02-733-4883
🌱 공간 내 지원 서비스: 휠체어 진입로 있음, 문자통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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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각 운동회 세부 프로그램 및 일정 ]

🎈밀고 당기기 🎈
🎈9월 25일 수요일 18:00-19:10 / 9월 27일 금요일 11:00-12:20 | 총 2회 🎈
🎈표현예술치료사와 함께하는 몸을 움직이는 워크숍 🎈
🎈진행자: 성다움 x 배민경 🎈

표현예술치료사와 함께 진행될 본 프로그램은 ‘인간’이라는 동물로서의 원초적 움직임, 아기가 세상과 접촉하는 본능적 움직임을 기본요소로 하는 소매틱 무브먼트(somatic movement) 시간을 갖는다. 밀기-당기기&안기, 던지기-잡기, 때리기-막기, 기타 공격하기(할퀴기, 물어뜯기),
숨기-몸 부풀리기 등 생존을 주제로 구성된 움직임들은 나의 생명, 그리고 하나의 유기체로서의 공동체를 살리는 회복의 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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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탑 쌓기 🎈
🎈 9월 26일 목요일 14:00-15:20 | 총 1회 🎈
🎈소리를 쌓아가며 함께 음악을 만들고 느끼고 들어보는 워크숍 🎈
🎈진행자: 다이애나밴드 x 배민경 🎈

원탁에 동그랗게 앉은 참가자들과 생존을 위한 소리를 찾아보고 꺼내본다. 차례로 녹음된 다양한 소리를 리듬에 맞춰 순차적으로 쌓아가며 공동의 생존 합창곡을 완성해 나간다. 위기의 순간을 우리들의 소리로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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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줄넘기 (부제: 한계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
🎈 9월 28일 토요일 14:00-15:20 / 9월 29일 일요일 14:00-15:20 | 총 2회 🎈
🎈공동의 감각을 깨우는 대화의 시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활동가, 참가자들이 함께 둘러 앉아 서로 다른 조건에서 경험한 한계의 감각을 공유하며 정상성의 기준, 공동체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이다.

1. 보고 듣는다는 감각에 대하여, ‘만날 수 없는 곳을 보는 법’ ----- 9월 28일 토요일 14:00-15:20

’보고 듣는다는 감각에 대하여’ 라는 부제를 갖고,
서로 다른 한계의 상황에서 경험하게 되는 다른 세상은 무엇인지,
인지와 인식의 차원, 번역의 관점에서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대화 참가자:
사운드플렉스스튜디오 대표(배리어프리콘텐츠 제작) 강내영 화면해설작가
양자나노과학연구단 김진경 연구원
청각 장애인예술가 박주영 작가 

창작그룹 비기자 최선영 작가


2. 돌봄과 공동체, ‘우리가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 ----- 9월 29일 일요일 14:00-15:20

사회가 만들어 놓은 ‘‘정상성’의 기준에 질문하며,
질병, 장애, 죽음과 삶, 돌봄, 치유에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의료권력 및 자본주의 산업화 속에서 불려지는 건강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아가 우리가 돌봐야 하는 건강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고자 한다.

대화 참가자:
장애, 만성질환 연구자 ‘문영민’
비마이너 칼럼니스트 안희제
세포면역학 연구자 ‘육채민’
[간병일기(9월 출간예정)] 저자 청년 활동가 ‘조기현’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저자 여성 활동가 ‘조한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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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 운동회>는 오로민경의 <영인과 나비>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자 2019 미술주간 연계 기획교육프로그램 입니다.
'2019 미술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함께합니다.
www.artwee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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